북신만 도로 인근, 광역소각장 인근, 강구안 중앙시장 인근 등 “북신만 악취원인 찾은 듯”

 

야간관광 특화도시 통영. 정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첫 공모사업에 선정됐다며, 지난해 12월 성대하게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 선포식을 열었다. 오는 2025년까지 국비 등 총24억을 투입 야간관광 콘텐츠를 발굴하고, 야간경관 및 야간 관광여건 개선 등의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글로벌 야간관광도시 도약을 노릴 수 있다고 자랑했었다. 그 추진과정의 일부로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투나잇, 통영”이라는 브랜드 캐치프레이즈다.

그런데 통영은 ‘3대 악취’ 특화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 쓸 지도 모른다. 시도 때도 없이 시민과 관광객의 후각을 자극하는 악취 하나 처리도 못하면서 관광객들에게 통영에서 야간관광 즐기시라는 말이 차마 입에서 나오지 않는 시민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먼저 한진로즈힐 아파트 도로 인근에서 나오는 하수악취, 두 번째는 67호 국지도 광역소각장 인근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악취, 그리고 최근 한 시민이 페이스북에 올린 강구안 정자 부근 악취가 세 번째.

한진로즈힐이라는 이름값 높은 브랜드 아파트 인근에서 발생하는 악취인데다, 차량으로 통과하는 시민들뿐 아니라 특히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십 수 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던 곳이라 어쩌면 통영에서 ‘가장 악명 높은’ 악취발생지역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이면 참아내기 어려울 정도임에도, 10년 넘도록 해결책이 나오지 않아 미스터리다.

한진로즈힐에 거주하는 시민 A씨는 “오래전부터 악취가 났지만, 아파트 가치 떨어진다며 주민들조차 쉬쉬했다”며 “이곳을 벗어나려는 주민들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악취의 원인을 전혀 모르지는 않아서 “죽림에서 넘어오는 오수관로가 원인일 것”이라며 “오전과 오후 하수관로 펌핑시간에 맞춰서 악취가 나는 패턴을 보인다”고 추정했다. 주민 B씨는 “도로지반으로부터의 답압에 의한 관로상부 파손이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본 기자도 2주전까지는 악취를 확인했으나, 본격취재에 들어간 후 최근엔 악취를 느끼지 못했다. 이에 대해 통영시청 상하수도과 최진혁 하수관리팀장은 “맨홀 내 밀폐형 솥뚜껑 고무패킹이 일부 녹아버린 현상을 확인하고, 지난 16일 9군데 맨홀 패킹을 전부 교체했다”며 “매일 확인 중인데 더 이상 악취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나 쉽게 악취를 막아버렸다고? 그럼 그동안은 도대체 뭐한 것일까? 광도면 죽림신도시는 통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여기서 배출되는 생활하수는 당연히 통영시하수종말처리장에서 정화 처리해야 한다. 죽림신도시 하수는 원문고개를 넘어 새통영병원과 한진로즈힐 인도를 따라 넘어간다.

죽림은 인구가 많은 만큼 하수량도 많은데 오르막언덕을 넘기 위해 제석초 인근 송출시설에서 강력하게 밀어준다고. 그렇게 한진로즈힐 인근으로 넘어온 하수는 북신배수펌프장 인근 중계펌프장에서 다시 한 번 펌핑을 받아 67호국지도를 타고 인평동 하수종말처리장까지 간다.

원인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시도 중 하나로, 맨홀 안에 일명 ‘밀폐형 솥뚜껑’을 설치했다. 첫 설치시기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으나, 사실은 이 방법이 가장 가성비 좋은 솔루션임을 최근에야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엔 밀폐형 솥뚜껑을 설치했음에도 머잖아 다시 악취가 풍기자 더 이상 해법찾기를 포기한 듯하다.

최진혁 팀장은 “업무 맡은 지 6개월 됐는데, 밀폐형 솥뚜껑이 있었는지도 몰랐다”며 “민원 때문에 맨홀을 열어보고 나서야 확인했다”고 말했다. 밀폐형 솥뚜껑의 고무패킹이 녹아버린 것을 확인한 것도 이때. 주문제작에 3주~8주 걸리는 바람에 최근에야 패킹을 교체했고, 교체 뒤 거짓말처럼 악취가 나오지 않더란다.

문제는 이 고무패킹의 마모연한이 6개월~1년 정도여서 솥뚜껑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당 4~50만 원 수준이어서, 9개를 교체해도 채 500만 원 정도인 것은 다행이다. 통영시는 예비용 솥뚜껑도 미리 확보해 뒀다.

가장 오래된 악취원천이지만 67호 국지도가 개통한 이후에야 시민들의 후각을 자극하기 시작한 데가 예전 쓰레기매립 및 소각장, 현재 광역소각장이다. 고속도로 통영종점까지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미늘고개~통영시청~정량동 방면으로 이동하지만, 최근에는 67호 국지도를 이용해 도남관광단지로 가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해양관광도시이자 문화예술의 고장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온 관광객들을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67호 국지도 광역소각장 인근 코스를 지날 때 후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악취다.

통영시청 환경과 이수현 자원시설팀장은 “여전히 매립은 하지만 광역소각장 가동 후 매립 주기가 급감했고, 철제류 등 불가연성 물질과 소각처리 잿더미 정도만 매립한다”며 “일부 음식물쓰레기 처리차량에서 발생하는 악취일 수는 있어도, 매립장에서 심한 악취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매립장에서 일부 침출수가 발생하지만 매립장침출수 정화처리장치에서 1차 정화한 다음 인평동하수종말처리장으로 보낸다”며 “가까이 가면 약간 냄새가 나지만, 그다지 대단한 악취는 아닐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때 광역소각장이 가동되면 현재 매립된 쓰레기까지 소각 처리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아예 악취 및 침출수 유발 원인을 없애는 것이어서 환영받았지만, 매립쓰레기를 다시 파내는 것도 엄격한 규정에 따라야 하고, 예산도 지자체 책임이어서 현재로는 백지화된 현안이나 마찬가지다. 통영시도 “복토를 충분히 한다면 현 상태로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진로즈힐 악취는 원인을 찾은 듯하고, 광역소각장 악취도 점차 줄어든다고 가정하면, 세 번째 강구안 악취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최근 한 시민이 “강구안 정자 앞, 냄새가 지독하다. 중앙시장에서 흘러나오는 폐수에 악취와 부유물들, 이미 강구안 바다는 썩다 못해 혐오스럽다. 사진 찍던 외국인 코를 막고 도망간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페이스북에 올렸다.

강구안이면 주요한 악취원인 제공지로 중앙시장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현재 중앙시장에는 상인들을 위해 해수가 공급된다. 가령 생선을 다듬고 남은 찌꺼기는 별도로 처리한다고 해도, 사용한 해수는 인평동 하수종말처리장으로 다 보내지지 않고 있다. 통영시는 “가게마다 오수받이를 설치하도록 했고, 이를 통해 종말처리장으로 보내진다”며 “다만 해수와 우수는 암거박스를 통해 강구안으로 유입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상인 C씨는 “침전조로 보내지기 때문에 일부는 강구안으로 흘러간다.” 이 상인은 “악취가 올여름 유독 심했다. 날씨도 더웠거니와, 강구안 바다가 순환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역에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러 차례 준설을 했지만, ‘친수공간’이라는 강구안은 여전히 맑은 물과 거리가 멀고 악취가 심하다. 야간관광 특화도시로써 관광객을 유치해야만 지역경기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3대 악취원인 발생지 중 두 군데가 지역구에 있는 통영시의회 신철기 기총위원장은 “저 역시 강구안 악취에 관한 민원을 올해 많이 들었다”며 “조만간 시청 업무담당자들과 현장방문을 통해 실상을 파악하고, 악취유발 요소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전동이 지역구인 김태균 시의원은 “업무담당자들이 바뀔 때마다 주요한 사안들은 인수인계가 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바람에 20년 가까이 매년 동일한 민원이 반복됐다”며 “관련 매뉴얼을 정비하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 또 “밀폐형 솥뚜껑 교체를 위한 예산확보 등 시민들아 악취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