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정당방위의 성립 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

 

甲은 라벨스티커 제작 회사인 A회사 대표이사이고, 乙은 A회사 소속 근로자다. 甲은 2017. 11. 27.경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乙을 비롯한 포장부 소속 근로자들을 영업부로 전환배치하고 포장 업무를 외주화 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포장부에서 근속한 중년의 여성 근로자들을 업무 성격이 다른 영업부에 배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고용보장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반발해 노사갈등이 격화됐다.

甲은 2018. 1. 23.경 포장부 작업장을 폐쇄한 다음 근로자들에게 포장 업무를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이 사건 회사 본사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통보했고, 그 이후 수시로 근로자들에게 영업교육 수강을 종용하면서 ‘수강 거부 시 근로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노무 수령을 거부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근로자들과 甲사이에 마찰이 있어 왔다.

甲은 어느 날 본사 사무실에 나와 대기하는 20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근무의사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료 확보를 위해 근로자들의 모습을 촬영했고, 근로자들은 甲에게 ‘찍지 말라.’고 항의했다. 또한 甲은 전환배치 관련 근로자들의 요구조건에 대해 회사 측이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고 ‘영업교육을 받으러 나오지 않으면 작업 거부로 간주하겠다.’고 말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이날 사무실 곳곳에는 근로자들이 앉거나 서 있고, 丙은 乙등과 함께 회사 측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며 甲의 진행방향 앞쪽에 서 있다가 양팔을 벌려 이동하는 甲을 막으려고 했으며, 특히 출입구로 나가는 좁은 길목 바닥에 丁을 비롯한 근로자 3명이 다리를 모으지 않은 채 앉아 있어, 甲이 근로자들을 지나쳐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甲은 丙등을 피해 사무실 출입구로 걸어가면서 출입구 앞에 앉아 있던 丁의 옆구리를 1회 걷어차고, 오른쪽 허벅지를 1회 밟은 뒤, 丙의 어깨를 손으로 밀었다. 그 과정에서 丙이 넘어지고 甲도 뒤엉켜 뒤로 넘어지면서 丙을 깔고 앉게 되었다. 乙을 비롯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丙은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직후 甲이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 乙은 丙을 깔고 앉아 있는 甲의 어깨 쪽 옷을 잡았고 다른 남성 근로자가 甲을 일으켜 세우자 힘을 주어 甲의 옷을 잡고 흔들었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원심은 정당방위를 부정하면서 그 이유로 ‘甲의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라면 그중 일부 행위가 외형상 범죄의 기수에 이르렀더라도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甲이 이미 넘어진 후 乙이 甲의 옷을 잡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도 甲의 어깨를 흔들었으므로 원심과 같이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됐다고 볼 여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甲은 근로자들과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마찰이 격화된 상태에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을 헤치거나 피하면서 앞쪽으로 움직이던 중 출입구 직전에서 丙과 엉켜 넘어졌으므로 근로자들 중 일부인 丁에 대한 가해행위만을 두고 침해상황의 종료를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원심은 ‘가해행위 종료 이후의 행위라면 적극적인 공격행위’라고 보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정당방위에서 방위행위의 상당성은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乙은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바닥에 깔려 있는 丙을 구하기 위해 甲을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어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지르며 신체 접촉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이는 甲을 직접 일으켜 세우는 대신 손이 닿는 대로 어깨 쪽 옷을 잡아 올림으로써 무게를 덜고 甲이 일어서도록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원심은 위 법리에 따라 양쪽의 사정들을 좀 더 심리한 다음,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렇다면 乙의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정당방위의 현재성, 상당성, 공격방위의 가능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乙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참조조문] 형법 제 21조 제 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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