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지만 열역학 제2법칙이 있다.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모든 물질과 에너지는 오직 한 방향으로만 바뀌고, 그 오직 한 방향이란 질서화한 것에서 무질서화한 것으로라는 물리학의 법칙이다.

액체나 기체 안에 떠서 움직이는 미소 입자 또는 미소 물체의 불규칙한 운동을 우리가 익히 알 듯 브라운 운동이라고 하는데, 이도 엔트로피의 법칙의 사례라고 보면 된다. 탑을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뜨리기는 쉽다. 언뜻 나쁜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것이 사실이고, 사물의 이치(物理)인 것을.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유럽을 고대-중세-근세-근대-현대로 구분하는 것에는 종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럽의 고대라면 아테네시대와 로마시대가 있다. 알다시피 아테네는 시민민주주의의 발원지다. 지중해의 지배자가 된 로마는 제국으로 변했고, 마침 등장한 기독교는 민중 사이에 들불처럼 번졌다. 제국에 저항했던 기독교는 처음엔 금지 당했고, 박해받았다. 로마황제 콘스탄티누스는 서기 313년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 포교를 처음 인정했다. 80년 뒤에는 기독교를 아예 로마의 국교로 삼았다. 이때를 유럽 고대시대의 종말로 보면 된다.

중세하면 ‘암흑기’와 ‘흑사병’이 연상된다. 이때는 기독교가 곧 지배원리이던 시대다. 면죄부가 횡행했고, 종교는 타락했다. 정적은 파문했고, 마녀사냥이 일상이었다. 종교가 공포를 활용해 사회를 지배했다. 사람들은 신(神)조차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렸던 아테네, 로마시대를 그리워했다. 인간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자는 거대한 물결이 일었다. 바로 르네상스다. 이 시기가 유럽중세의 종말이다.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도 이때다.

르네상스는 문화예술과 과학의 발전을 이끌었다. 지리적 발견을 한 것도 이때다. 모두 자유로운 정신에 기초한 인간 창의성 덕분이다. 과학의 발전은 산업발전의 견인차가 됐고, 산업혁명을 낳았으며, 현대과학문명의 토대가 됐다.

인간의 정신세계는 자유, 무질서를 추구한다. 엔트로피 법칙이 적용된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가두는 시대는 병든 시대다. 시대가 병들면 미래는 없다. 본 기자가 줄기차게 중국이 아무리 경제적으로 거대해지더라도, 결코 미국을 넘을 수 없다고 주장한 것에는 자유정신과 창의성 때문이다. 자유정신과 창의성은 현실에의 저항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결코 중국 공산당 지배체제가 수용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 생각이 부쩍 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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