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요청서를 KBS창원 방송국에 전달하는 모습
정정요청서를 KBS창원 방송국에 전달하는 모습

KBS창원 뉴스 ‘거제서 태어나’ 허위보도 관련 통영문인협회 방문해서 정정요청
통영시 차원 전면적 대응책 마련 필요, 나무위키·위키백과 등 인터넷에 '거제출생' 오류 수두룩

청마 유치환 선생의 출생지 논란이 20년 전에 종지부를 찍었음에도, 의도적 또는 비의도적으로, 여전히 잘못 알려지고 있어 통영시 차원에서 대처해야 한다는 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통영문인협회(회장 김다솔)는 지난 7일 KBS창원을 방문해 방송보도 정정신청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저녁 7시 뉴스 [경남의 거장을 만나다] 코너 ‘청마 유치환의 노스탤지어와 연서’를 보도하면서 ‘거제에서 태어나 통영에서 시인으로 성장한’이라거나, ‘청마가 떠난 지 115주년이 되는 날’, ‘시인은 3살에 떠났던 고향 거제 둔덕으로 다시 돌아왔고’ 등의 표현을 함으로써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 거제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는 오류다. 청마의 고향이 어디인지 논란은 오래전 시작됐지만 약20년 전인 2004년 대법원의 판결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안타깝게도 청마의 세 딸이 통영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은 “청마의 출생지를 거제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청마의 세 딸은 “통영시 청마문학관 안내판에 적힌 부친 출생지를 삭제하고 정신적 피해에 대해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판결문을 보면 “원고 측은 청마가 1908년 거제시 둔덕면에서 출생해 1910년 통영으로 이사했다고 주장하며 유민영이 발간한 ‘동랑 유치진 전집’과 거제시 둔덕면의 자연환경, 동랑과 청마의 출생시기와 시대적 배경 등을 근거로 내세웠지만 청마의 출생지가 거제시 둔덕면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판단배경으로 ▲청마가 자작시 ‘구름을 그린다’에서 스스로 통영에서 출생했다고 밝혔고 ▲청마의 자작시 ‘출생기’에 부친이 의원이던 시절에 자신이 출생했다고 돼 있는데 청마의 부친은 통영에서 한약방을 차린 것으로 ‘동랑 유치진 전집’에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동랑 유치진 전집’을 보면 청마의 부친이 통영 처가에 데릴사위로 들어가 청마를 낳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동랑 유치진이 생전 방송에 출연해 통영에서 출생해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 자랐다고 진술한 점도 들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설령 청마의 출생지가 거제시 둔덕면이라 해도 스스로 통영시에서 자랐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면 청마문학관 안내판에 청마의 출생지를 통영시 태평동으로 표시했다 해서 청마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었다.

이런 사실과 다른 KBS창원의 뉴스보도에 대해 통영문인협회 김다솔 회장은 “청마가 태어난 곳의 주소는 통영시(충무시) 태평동 552번지로. 최초의 (청마 부친의) 호적부가 만들어진 곳으로 확인됐고, 얼마 뒤 청마의 부모가 그 아래쪽 태평동 500번지로 이사하면서 호적번지를 바꿨다”며 “청마 외조모의 사망 장소가 이곳 태평동 500번지인 점도 청마가 태어난 곳이 통영인 점을 입증해 주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다솔 회장은 “거제시에서 청마를 기념하고 추모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청마는 통영만의 시인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진정 청마를 사랑한다면 시인의 삶과 문학을 재조명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하고, 고향을 왜곡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솔 회장은 “방송에 청마의 고향 문제가 거론됐다고 마치 발등에 불이라도 떨진 듯 행동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통영문협 외 예술단체, 통영시, 시민단체 등과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단순히 방송보도의 ‘고의 또는 실수’로만 볼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어쩌면 통영시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분명히 그래 보인다.

 

많은 네티즌들이 검색해 보는 나무위키에는『유치환은 1908년 7월 14일 경상남도 거제군 둔덕면 방하리에서 한의사였던 아버지 유준수(柳焌秀)와 어머니 밀양 박씨 박순석(朴珣碩)의 딸 사이의 5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으며 2살 때 충무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냈다』고 돼 있다. 아예 거제에서 태어나 2살에야 충무로 이주했다고 하는가 하면, 청마의 ‘외조부’인 박순석을 뜬금없이 ‘모친’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통영시민문화상 수상자인 통영 한빛문학관 차영한 관장은 “청마의 모친은 박우(又)수 혹은 박또(又)수였고, 외조모는 옥아기라는 이름으로 태평동 500번지에서 사망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 청마의 형 유치진의 나무위키 검색정보도 마찬가지다.

위키백과는 형제의 고향을 다르게 적시했다. 동랑 유치진의 고향은 ‘통영군 충무읍 출신’이라고 해 놓고는, 정작 유치환에 대해서는『외가인 경상남도 거제군에서 출생하였고, (중략).. 초등학교 입학 전 경상남도 통영군 충무읍 본가로 옮겨 가서 그곳에서 성장』이라고 돼 있다. 다음백과사전은 낫다.『경상남도 통영 출신. 유준수(柳焌秀)의 8남매 중 둘째 아들이며, 극작가 유치진(柳致眞)의 동생이다.』통영 출신임을 적시했고, 불확실한 정보라 여겼는지 모친 이름은 생략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청마 유치환의 고향이 통영이라는 팩트, 그리고 그 팩트를 입증하는 호적서류 등 증거물을 널리 알리고, 오류가 난 부분을 바로잡아야 하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걸려있고, 시간마저 부족한 보통사람이 이런 문제에 대처하기는 쉽지 않다. 개인의 주장을 상대방이 받아들여 줄지도 모를 일이고, 오히려 되치기 당할 가능성을 감당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통영시가 책임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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