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세상을 바꾸고, 문화가 세상을 움직인다. 작은 어항도시 통영이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보잘 것 없는 줄 알았던 한 줄의 문장이었고, 한 절의 악보였으며, 한 점의 캔버스였다.

올해로 마흔 두 돌을 맞은 통영예술제가 지난 6일 강구안 문화마당에서 공식 개막해 9일까지 나흘간 통영시 일원에서 펼쳐졌다. 통영예술제는 통영예총과 예총 산하 문인협회, 미술협회, 음악협회, 연극협회, 사진작가협회, 무용협회, 연예예술인협회, 국악협회, 영화인협회 등 9개 단체가 주관한다.

9개 단체뿐이냐고 물을지 몰라도, 광역시도 예총도 건축가협회까지 포함해서 10개 산하단체가 전부다. 통영시 정도 규모에서 9개 단체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통영이 문화예술의 도시인지를 방증한다.

1979년 12월 충무예술인의 밤 행사가 지금 통영예술제의 모태다. 당시 충무통영예총 산하에는 사진협회, 음악협회, 연예협회만 산하에 있었다. 다른 분야별 협회는 존재했지만 예총 산하에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이후 문인협회, 연극협회가 가입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제5공화국 출범 이후 관주도의 예총확장이 이뤄졌다. 마침내 1981년 12월 제1회 통영예술제가 탄생했다.

눈여겨 볼 것은 당시엔 충무시가 시세가 컸음에도 충무예술제가 아니라 통영예술제로 출발했다는 점이다. 1995년 충무시-통영군 행정통합시명을 통영으로 결정하는 토대가 통영예술제인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통영예술제에는 무대행사와 전시행사, 경연대회, 참여행사가 다채롭게 열렸다. 개막식에는 국악협회의 식전공연, 연예예술인협회의 통영가요제, 음악협회의 연주회, 연극협회의 공연이 펼쳐졌고, 미술협회의 소품전 및 경매쇼, 사진작가협회의 회원전 및 일본 사야마시 교류전, 미술협회의 전국학생공모전, 문인협회의 전국학생 한글시백일장, 무용협회의 전국무용경연대회 등이 충성하게 펼쳐졌다.

통영예총 원필숙 회장은 “통영예술제는 민간, 관청, 기업이 함께 하기 때문에 더욱 빛난다”며 “다른 지역 예술인들이 부러워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올해로 아홉 돌이 되는 통영예술인상 시상식을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조흥저축은행 창업주였던 故송천 박명룡 선생의 사재 기증으로 시작된 이 상은 대상 수상자에게 시상금 1000만원에 창작지원금 1000만 원 등 도합 2000만원을 수여한다. 공로상 수상자와 창작상 수상자에게도 500만원씩 상금이 지급된다. 이 정도 시상금을 지원하는 예총단체는 광역시급에서도 드물다.

이는 지난해 작고한 송천 박명룡 선생이 매년 6000만원을 기업메세나 후원하는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예향 통영의 스케일에 어울리는 후원자임이 분명하다. 보통 1~2억 원의 재원에서 연간 발생하는 이자를 상금으로 지급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올해 통영예술인상 대상 수상자는 강기재 직전 통영예총회장이 선정됐다. 공로상 부문은 개인이 아닌 단체에게 돌아갔다. 1972년 탄생한 ‘수향수필’이 영광을 안았고, 40대까지 예술인만 자격이 되는 창작상은 미술협회 이진숙 회원이 수상자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