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시장, 지난 7일 전혁림예술제 개막식서 공식화, 전영근 관장도 수락

개통 4반세기가 된 통영대교가 내년 새로운 옷을 맞춰 입는다. 1998년 개통한 통영대교의 진청색 강철아치가 25년 여 만에 전혁림 화백의 작품들로 꾸며질 전망이다. 단순 경관조명등에 대가의 작품까지 더해져 통영의 밤을 상징하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영기 통영시장이 지난 7일 전혁림예술제 개회식에 참석해 이 같은 계획을 제안하면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전혁림 화백의 아들로 전혁림미술관 관장이자 전혁림예술제 주최자인 전영근 화백도 그 자리에서 천시장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전관장은 “통영을 위하는 일이니만큼, 무상협조 할 것”이라고 답했다.

통영운하를 가로지르는 통영대교는 시비 208억 포함 총사업비 392억 원을 투입해 1993년 12월 착공했고, 5년 만인 1998년 12월 개통했다. 폭 20m, 총연장 591m인 통영대교는 강아치 트러스 공법과 플레이트 거더 공법을 복합해 가설했으며, 상판에서 아치구간은 140m다.

2001년 통영대교 아치에 청색계열 조명투광등 196개를 처음으로 설치했으며, 2009년엔 백색계열 야간 조명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전기장비가 노후 돼 비만 내리면 누전되는 바람에 통영항에서 바라보이는 아치 조명등이 꺼져서 시민들의 지적을 받곤 했다. 2017년엔 단색으로 연출되던 야간경관 시설을 222개의 고효율 LED조명등으로 단장하면서 여러 가지 색상연출이 가능하게 됐다. 조명등이 장식한 아치가 잔잔한 바다에 반사되면 만드는 아름다운 럭비공 모양은 손꼽히는 장관이다.

야간이면 보듸섬 소나무 군락지가 대조적으로 어두웠던 해양공원 솔숲에 2019년 야간경관조명을 설치했다. 해상관광택시 통영 야경투어의 정점은 통영대교 5색 조명 배경의 해상 포토존이다. 여기에 더해 전혁림 화백 작품 디자인이 아치에 입혀진다면, 통영의 야간관광에 더 한층 격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 천영기 시장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 지역정가의 평가다. 천시장 본인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지난해 당선 된 뒤 문화예술계 인사들과 만나는 자리마다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으니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겠다”, “문화예술인들도 아낌없이 조언을 해 달라”고 스스로 말해온 터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천시장의 문화예술 분야 식견과 아이디어를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선입관을 갖고 있지 않음으로써 남들이 생각 못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모양이며, 발언에서 고민의 흔적도 역력하다.

이날 그랬다. 천시장은 맨 먼저 교통 표지판에 전혁림미술관을 표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래 전혁림예술제 운영위원장인 김이환 관장(이영미술관장)이 제안했고, 천시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성사됐지만, 천시장의 말을 들어보면 제법 오래 고민했던 기색이었다.

두 번째 천시장은 통영대교 남단의 전혁림 작품 벽화에 대해 말을 꺼냈다. 천시장은 “작품을 설치한 이후 한 번도 청소를 하지 않아 지저분한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세척작업을 통해 선생의 작품이 관광객이 볼 때 더욱 빛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통영대교 아치에 작품 입히기 발언이다. 물론 전영근 관장이 부친의 작품을 통영시가 사용하겠다는 것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작품의 저작권은 당연히 유족에게 있으니 유상이던, 무상이던 저작권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전영근 관장은 흔쾌히 ‘무상사용 수락’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천영기 시장은 이와 관련 “통영대교 개통 이래 경관조명은 설치했지만, 철골아치는 손을 댄 적이 없다”며 “지금 그대로 둘 것이 아니라 전혁림 선생의 작품을 그려 넣어서 관광명소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수도장 하려면 비용이 40~45억 원 정도”라며 “정점식 의원이 박완수 도지사로부터 경남도가 20억 원 정도 지원해 주기로 약속받았다”는 사실도 처음 밝혔다. 나머지 비용은 통영시가 부담한다. 전영근 관장은 이런 설명을 듣고 천영기 시장과 개막식 참석자들에게 “영광스럽다. 제안을 수용하겠다”고 겸손한 대답을 전했다.

청와대 인왕실에 전시된 ‘통영항’에서 보듯 전혁림 화백의 작품은 코발트블루 위주의 정겨운 그림채로도 익히 유명하지만, 포스트모던 추상·구상작품으로도 일가(一家)를 이뤘다. 1년 여 쯤 뒤엔 그런 전혁림 화백의 작품을 통영대교에서 밤낮으로 감상할 수 있을 듯하다. 관광객들로 하여금 통영을 찾게 하는 매력 포인트의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영대교 강아치의 모습. 거대한 구조물이 오랜 세월로 인해 초라하고 누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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