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평상쉼터·기와돌담·대들보 벤치·소금쟁이·개구리 등 아기자기 아이템 가득

Size does matter! 크기, 규모의 중요성을 강조한 블록버스터 영화 ‘고질라’의 홍보카피 문구다. 요즘 도시 교외를 가보면 압도적인 규모의 카페가 수없이 들어서 있다. 바닷가 주변이나 경치가 좋을만한 곳엔 어디에나 그렇다. 3~4층 빌딩형 카페엔 손님 수 백 명이 우글거린다. 요즘말로 ‘멍’때리는 것이나, ‘힐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힐링하러 시골카페를 찾았다가 외려 스트레스 받거나, 사람에 치이지 않을까 걱정해서야.

봉숫골 카페 ‘돌샘길’에서는 진정한 힐링을 할 수 있다. 카페정원에 들어서면 눈길 가는 곳곳마다 자연을 느낄 수 있고,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만 같다. 맨발을 개울에 담근 것 같은, 온몸의 절반이 자연에 파묻힌 느낌이다. 매끈한 몽돌 대신 투박한 돌멩이가 무질서한 듯 정연하게 실개천을 길라잡이 하고, 그 주변엔 각양각색 야생화가 친근하게 피어나 있다.

흐르던 실개천이 둥글게 모여 쉬는 샘터 위엔 앉은뱅이 평상 그늘쉼터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고, 새로운 실개천으로 이어진 작은 연못엔 거북이 조형물이 터줏대감 마냥 앉아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스테인리스 공기밥주발을 이어 붙였다.

이 작은 연못도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푸릇푸릇 개구리밥이 정겹게 떠있고, 그 아래 그늘에는 작은 잉어들이 숨바꼭질하고 있으며, 매끈한 수면에는 소금쟁이들이 피겨스케이터마냥 노닐고 있다. 허리 높이 나지막 돌담엔 오래된 전통기와가 얹혀있고, 그 아래엔 작은 대들보가 공원 긴 벤치 역할하며 앉아 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결코 넓지 않은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안 꾸민 듯 꾸며져 있다. 거칠어 보이는 나무테이블은 손때 진하게 묻어 만지지 않아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고, 투박한 벽돌담과 전통소목장에 둘러싸인 손님들은 친구들과 소곤소곤 정담 나누며 힐링 중이다.

창틀이 실종된 통유리 너머로 대양(大洋)이나 아찔한 협곡(峽谷)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군데군데 녹슨 양철출입문과 지금은 보기 힘든 탱자나무 울타리가 보인다. 3~40년 전엔 탱자나무로 경계를 나누곤 했다. 키가 크지도 않아, 원래는 허리높이 정도였을 터다. 그 작던 탱자나무는 누가 잘라주지 않는 바람에 무성히 자라 키다리가 됐다. 그러고 보니 녹슨 양철출입문은 정원 쉼터 지붕에도 있었다. 카페 안팎 구석구석마다 독특한 수많은 요소들을 하나의 화면에 모두 담기 어려울 정도다.

글을 보면 글쓴이가 누군지 알 수 있듯, 건물을 보면 건축가가 누군지 짐작할 수 있다. 카페 ‘돌샘길’을 지은 이는 예성토탈건축의 설종국 대표다. 지난 4월 문을 연 카페 ‘돌샘길’에 대해 설종국 대표는 “인근 나대지를 매입해 정원으로 꾸몄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해 물길을 냈고, 작은 폭포와 연못도 만들었으니, 땅콩공원이랄까? 예쁜 정원이 생겼다며 마을주민들이 좋아하신다”고 말한다.

돌샘길은 카페, 고향집, 사랑방, 동네정원이다. 아름다운 거리와 아기자기한 가게들로 유명한 봉숫골에서 신출내기인 카페 돌샘길이지만, 머잖아 터줏대감이 될 것 같다. 이름도 예쁜 ‘돌샘길’에서는 전통차와 커피, 밀크쉐이크를 마실 수 있다. 쑥밀크셰이크, 흑임자밀크셰이크, 인절미밀크셰이크의 쉐이크 3형제는 일품이다. 돌샘길에 이렇게나 어울리는 메뉴들이 있을까 싶다.

방문하고 싶다면 월요일, 화요일은 피하시라. 휴일이니까. 저녁 6시 이전에 방문하시라. 야간영업은 하지 않으니까.

 

인상적인 옛날난로
인상적인 옛날난로
키가 커진 탱자나무 울타리
키가 커진 탱자나무 울타리
키작은 돌담과 그 위에 얹힌 기와들
키작은 돌담과 그 위에 얹힌 기와들
담장 너머 안뜰 정원
담장 너머 안뜰 정원
샘터 정자와 밥주발로 만든 거북
샘터 정자와 밥주발로 만든 거북
오래된 대들보를 여전히 사용 중인 실내
오래된 대들보를 여전히 사용 중인 실내
소목장과 기타 소품들
소목장과 기타 소품들
야외 별실과 테라스
야외 별실과 테라스
돌샘길의 야경
돌샘길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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