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내륙철도 착공이 1년 정도 추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초 2029년이던 완공시기가 2030년으로 늦어질 모양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것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사업예산이 1조9000억 원이나 증가했기 때문이고, 두 번째로는 이로 인해 기획재정부가 적정성 재검토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일이 이렇게 되자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회에서 가만있지 않았다. 진주지역위원회가 ‘정상추진’을 촉구했다. 당초 약속대로 ‘24년 착공·27년 완공’되도록 대국민 약속을 하고,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도지사직을 걸고 모든 방법과 자원을 총동원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종점이 들어서는 거제지역위원회도 볼멘소리를 했다. 변광용 지역위원장은 “거제시민 무시하고 우롱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며 정상 추진을 강력 촉구”한다며 “정부가 거제에 인색한 것인지, 거제 국힘이 윤석열 정부의 폭주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건지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고 도발했다.

이쯤 되자 국민의힘 경남도당도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았다. 도당은 지난달 27일 “KTX 사업지연 문제의 원흉은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가 아니라 기본계획 수립을 2년여 지연시킨 민주당 문재인 정권”이라며 반격에 나섰다. 1년이면 끝날 기본계획 수립을 22년 1월에야 완료 고시하는 바람에, 윤석열 정부가 2년 이상 지연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것. 이 모든 상황이 심히 안타깝고, 참으로 한심스럽다.

본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던 이 사업이 부처 이기주의로 표류하던 8~9년 전 상황을 목격한 바 있다. 당시 국토부는 착공을 원했고, 기재부는 돈줄을 쥐려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 아니면 남부내륙KTX 추진은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현재 국토부는 “사업비 증가로 인한 설계 적정성 재검토와 합천·통영 등 지역의 노선 변경 요구 협의 등의 사유로 설계착수가 지연됐다”고 설명하고, 기재부는 “사업비 증가에 따른 적정성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두 부처는 8~9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입장은 합리적으로 들린다. 그렇다면 지역정치권이 먼저 살펴 따져야 하는 것은 설계변경에 따른 설계비 증가라는 결과보다는, 그렇게 큰 금액이 차이가 나는 원인 아닐까? 아니면 뭔가? 전문분야라서 깊게 살필 수 없으니 꽁무니 빼는 것인가? 막무가내 비판보다 그동안 전문분야 관료들이 국민의 눈을 가리는 일이 없었는 지 살피는 게 먼저.

올해 여든인 내 모친도 살아생전 KTX 타보기를 고대하신다. 운이 좋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가능할 것이고, 아닐 수도 있다. 정치권이 다퉈야 할 일은 합리적인 겉모습 안의 불합리한 내용이어야 한다. 상투적인, 관성적인 정치적 프로파간다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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