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千시장 “꿈같은 얘기, 예산 추정해 봤나? 시민들 붕 뜰 것”

여론 “온갖 것 긁어모은 짜깁기 불과”, 오는 22일 시민설명회 발 등에 불

지역의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관점의 뼈대나 줄기는 보이지 않고, 한 번씩 들어본 적 있는 자잘한 잡동사니 콘텐츠들만 잔뜩 긁어모아 카테고리로 분류했을 뿐이다. 인구감소로 소멸해 가는 마당에 정작 중요한 부분인 고성군과의 행정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는 완전 제외되어서, 너무 긴장감, 진지함이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지난 20일 오후 시청강당에서 열린 통영미래 2035 통영시 장기종합개발계획 수립용역 제2차 중간보고회가 여론에서뿐만 아니라 천영기 시장으로부터도 혹평을 받았다. 당장 오는 2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인 주민설명회만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지난 3월 용역 착수보고회를 가지면서 통영시는 ▲통영미래 비전 및 핵심가치 발굴 ▲ 통영의 특화자원 및 발전기반 분석 ▲종합적·체계적인 개발을 위한 공간구조계획 수립 ▲전략 분야별 사업 아이템 및 대형 프로젝트 발굴 제시 등이 과업내용이라고 밝혔다. 당시 천영기 통영시장도 “민선8기 공약 및 대형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체계적인 계획과 장기적인 로드맵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달청 입찰을 통해 용역업체로 선정된 한국지역정책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각 부서업무별 주요행정목표 청취, 민선 8기 공약사업 분석, 시·도의원 및 시청국장 인터뷰 등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제1차에 이어 이날 제2차 중간보고회에서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1억 6000만 원이라는 용역비가 무색할 정도다.

미래비전으로 ‘시민과 함께 미래 100년 경제도시, 대한민국 섬 특별시 통영’을, 주요 목표로 ‘다이나믹 섬 관광 1번지, 해양관광 농수산 미래경제 특화도시’로 설정하고 5개 분야 15대 핵심사업을 지정한 것까지는 이해한다.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해양과학기술 서비스산업 클러스터 구축, 통영바다탈라소테라피 힐링센터 조성, 통영시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 디너크루즈운행 및 크루즈터미널 이벤트광장 조성, 한산대첩스턴트쇼 공연스튜디오 건설, 한산권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강구안 일대 도시재창조 사업, 미륵도 복합개발, 남망산-장좌섬 관광단지 조성, 해수면 상승대응사업 등 듣기에는 좋으나 예산문제·실현가능성 문제에 부딪힐 것이 뻔히 보이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마치 전 세게 모든 도시의 장점만을 전부 차용해서 나열만 했다는 평가다.

또 주변 지자체와의 협력관계는 일부 언급돼 있으나, 정작 지역생존과 직결된 것이라 평가되는 통영시와 고성군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행정통합 문제는 한 마디 없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며, 확인된 방식인 ‘선택과 집중’ 대신 ‘중구난방 나열식’이었던 점도 비판대상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통영시의회 의원들은 조심스러웠다. “시청국장들에게 질문을 양보하겠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핑계를 대며 “차후 서면으로 의견서를 제시할 것”이라고 회피하는 듯했다.

용역발주처의 수장인 천영기 통영시장이 오히려 솔직했다. 천시장은 “죽림개발계획을 제안했는데, 플로팅 아일랜드조성사업은 실현가능성이 의심스럽다. 스카이브릿지 조성? 높은 곳이라면 아파트 옥상끼리 연결하라는 것인가?”라며 “너무 비현실적이고, 완전 짜집기다. 예산·규모·건설 공간 등 과연 통영에 맞는 사업인지 의문스럽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수요일(22일) 설명을 들은 주민들이 꿈에 부풀기만 할 것이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천영기 시장은 “이 모든 사업들이 2만 정도 인구증가를 염두에 둔 것인데, 통영인구가 늘지는 않을 것”이라며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고까지 말했다. 천시장이 ‘짜집기’라고 말한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보고서에는 ‘북통영IC 진입도로 및 연결도로 개설’이 있는데, 이는 민선 7기 강석주 전 통영시장 시절 광도면~마구촌~북신만 횡단교량~67호 국지도 통영터널을 연결하고 이를 국도·국지도 건설5개년계획에 반영시키려던 이른바 ‘북신만대로’ 건설사업과 똑같은 사업이다. 당시 반영계획은 무산됐는데, 한국지역정책연구원이 모르고 이를 보고서에 채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용역기간은 내년 1월까지다. 두 차례의 중간보고회와 주민설명회를 끝으로 최종보고서를 만들려던 일정에 차질발생이 불가피해 보인다. 발주처의 수장이 혹평한 만큼 용역업체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셈이다. 하지만 1억 6000만 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된 보고서가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자료를 짜깁기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면 통영시민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일이라는 점을 용역업체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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