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마천루<사진/인터넷 캡쳐>

아이러니하다. 도시의 야경이란 원래 주연은커녕 조연조차 아니었는데, 어느새 어떤 도시는 주인공 자리를 꿰차고 앉았으니 말이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국가로 뭉칠 의지도 없이 군소 독립적인 국가로 존재했었고, 로마제국시대부터 중세유럽 까지 국가의 지방분권적 구성요소로 개별도시가 성장했으며, 대항해시대와 산업혁명 이후에야 전에 볼 수 없던 규모의 메트로폴리탄이 탄생했다.

산업화된 대도시는 사람들을 농촌으로부터 탈출하게 만들었고, 용광로처럼 물자와 사람을 빨아들인 대도시는 그들대로 문제점을 발생시켰다. 계획도 없이 확대된 도시는 빈민가를 형성했고, 거대도시는 풍요와 궁핍의 두 얼굴을 가지게 됐다. 문명의 발달은 도시의 밤을 밝혔지만, 등화관제처럼 전쟁은 밤의 불빛을 감춰야할 대상으로 만들기도 했다.

 

도시규모 거대해지며 야경도 각광

1930년대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본 사람이라면 분명히 낮에는 그 규모에 밤에는 그 아름다움에 압도됐을 텐데, 도시의 야경을 하나의 관광대상으로 생각한 것은 20세기 중반을 넘어선 이후가 확실해 보인다, 도시경관이라는 개념에 야경까지 포함한 것은 50년 남짓인 셈이다.

도시규모가 더욱 커지고 건축기술이 발달하면서 전 세계 곳곳에 경쟁하듯이 스카이스크레이퍼(sky-scraper)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이름붙인 천조국(千兆國)의 위엄을 보여주는 뉴욕 맨해튼 고속빌딩숲은 더 이상 미국만의 자랑이 아니게 됐다. 키다리 아파트숲과 오밀조밀하게 솟은 상업용 빌딩숲이 항구의 바다위에 가득 펼쳐지는 홍콩의 야경은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며, 상하이의 동방명주는 공산국가 중국의 자본주의적 발전의 상징으로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한다.

 

고색창연 런던도 첨단야경 덧칠 중

밤낮 구분 없이 아름다운 도시를 꼽으라면 십중팔구 선택할 도시는 호주의 시드니일 것이다. 깨끗한 거리와 멋드러진 항구에 어울리는 소라껍질 모양 오페라하우스 그리고 하버브릿지는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엄격한 공중법규로 청결하기 이를 데 없는 싱가포르도 야경에서 둘째라면 서럽다. 유명한 마리나 베이 샌즈를 비롯해 항구변 빌딩숲 야경을 바라볼 수 있는 머라이언파크,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SF적 인공트리 등은 머스트씨(must-see) 아이템이다.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과 샹젤리제거리는 말할 나위 없거니와, 도쿄와 서울 역시 깨끗한 거리와 아름다운 야경으로 빠지지 않는 대도시들이다.

국제정치 1번지 런던은 템즈강변의 수많은 명소들로 이름 높았지만, 21세기 들어오며 건설한 뉴밀레니엄 상징물 런던아이, 기하학적인 런던시청사, 작은 오이(The Gherkin)라는 별명의 세인트메리액스 빌딩 등으로 고색창연한 수도에 미래를 덧입히고 있다.

나이트뷰(night view)는 도시의 치부를 숨기는 화장이다. 도시는 거대할수록 감추고 싶은 곳이 많다. 쓰레기 더미로 인해 국제적인 명성에 먹칠을 했던 이탈리아 나폴리도 야경이 쓰레기를 감춘 것만큼은 다행으로 여겼을 것이다. 사실 어느 곳이라도 도시라면 감추고 싶은 이면이 있게 마련이다. 사막이야 감추고 싶은 대상은 아니겠지만, 도시라면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로 여겼을법한데 그것을 이겨내고 나니 그 가치는 더한 것 같다.

 

통영야경 조성, 감상 인프라도 필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는 그래서 사막의 신기루 도시라고도 불린다. 두바이의 랜드마크인 부르즈 알 아랍은 가장 높고 아름다운 호텔의 하나가 됐고, 부르즈할리파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거의 1Km에 육박한다. 차고 넘치는 모래를 이용해 상상력의 한계를 뛰어 넘은 듯 인공으로 조성한 주메이라 비치를 포함해 두바이는 그야말로 밤이나 낮이나 신기루같은 도시다.

이런 대도시들에 비할 수 없지만 자연풍광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통영이라면 야경에 대해 비전을 가져야 한다. 체코를 사랑하는 사람이 그랬을까? 프라하의 야경은 파리, 부다페스트와 더불어 세계3대 야경이란다. 일본은 홋카이도의 하코다테를 나폴리, 홍콩과 함께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홍보하고 있고, 한때 일본관광 1위국이었던 우리나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었다.

통영은 도심지가 집중됐고, 강구안이 있으며, 역사적인 장소와 수산시장이 인접해 있어서 야경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아치형 통영대교도 있고, 항구가 있으며, 도심과 미륵도가 가까이 마주 보고 있어서 독특한 지리적 감흥까지 준다. 머무는 관광을 지향한다면서 야경 가꾸는 것을 주저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야경을 조성하는 것도 필요하고, 그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거나 갖추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이야 어쩔 수 없는 관광침체기지만 케이블카 야간운행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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