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인류는 밤을 두려워했다. 칠흑 같은 밤의 어둠에서 인간은 나약한 피식자에 불과했고, 춥고도 긴 겨울의 밤은 더욱 공포였다. 그렇게 밤과 어둠은 인류의 DNA에 공포와 악마로 각인됐고, 오랫동안 인류의 이야기와 그림에 그렇게 표현됐다. 그나마 불을 발견하고 난 뒤 조금 줄었지만, 밤은 안전한 쉼터를 찾아야만 하는 두려움의 시간이었다.

산업화와 고도문명기를 맞으며 인류는 수 십 만년 이어온 밤에 대한 공포를 마침내 극복하기 시작했다. 낮처럼 밝아진 대도시의 밤은 사람을 더 많은 외부활동으로 이끌었고, 밤에는 수면을 취하고 낮에는 움직인다는 동물적 본성마저도 뒤바꾸고 있다. 더욱 많은 사람이 몰리고, 더욱 밝아진 도시는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도시의 야경을 만들었다. 아름다운 야경은 관광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어떤 관광객은 야경감상을 최우선으로 삼기도 한다.

통영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시지만 야경에 대해서만큼은 열두 번째 가라고 해도 서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통영의 야경도 아름답기는 한데, 관광상품화 할 정도로 야경을 꾸미는 것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아서다.

통영시가 2009년 제정한 통영시 경관조례2007년부터 시행된 경관법을 모체로 하는데, 일단 경관법 2조에서 경관을 자연, 인공 요소 및 주민의 생활상(生活相) 등으로 이루어진 일단(一團)의 지역 환경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자연경관 외에 인공적인 요소도 구성의 하나로 포함시키기는 했지만, 야경을 주요한 객체로 볼만한 법률조항은 눈에 띄지 않아서 주로 낮 시간의 자연광에 의해 볼 수 있는 것을 경관이라고 정의 한 듯하다.

경관법 163호에 경관사업 대상으로 야간경관의 형성 및 정비를 위한 사업이라고 규정한 것이 유일하다. 하지만 통영시 경관조례에서는 경관사업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다.

야경을 도시경관 주인공 인정해야
다만 조례 162호에 경관사업과 관련해 경관협정을 체결할 때 경관협정 대상구역 안의 조명 등 야간경관 관리에 관한 사항을 협정내용으로 삼을 수 있게는 하고 있다. 그래도 경관조례는 통영시가 관광도시인 점, 많은 관광객들이 도시의 야경에 매료된다는 점, 머물고 싶은 통영관광을 위해서는 밤에 볼거, 즐길거리가 많아야 한다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혹자는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세계 3대 야경도시라고 주장하고, 일본은 홋카이도 하코다테를 이탈리아 나폴리, 홍콩과 묶어서 세계 3대 야경이라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일부는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야경이라면 싱가포르, 영국 런던, UAE 두바이, 미국 뉴욕, 일본 도쿄, 대한민국 서울, 중국 상하이, 호주 시드니 등도 빠질 수 없는 국제도시들이다.

통영은 특히 지난해부터 관광침체기를 겪고 있다. 케이블카 탑승객도 크게 줄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광침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국제적인 관광은 괴멸적인 타격을 입었지만, 코로나19사태가 영원히 계속 될 리는 없다. 치료제도 개발될 것이고, 백신도 개발될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우리 일상이 어떤 모습이 될지, 이전의 일상으로 완전히 돌아갈지 알 수는 없지만, 관광도시가 성공적이려면 밤낮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어야 한다.

서울이나 부산처럼 큰 도시들이야 야경은 숱한 관광메뉴의 하나일 뿐이지만, 통영은 야경이라는 메뉴만으로 승부할 수는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메뉴는 더욱 맛나게, 세련되게 만들어야 하고, 없던 메뉴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지금은 그 준비를 위해 충분한 시간을 가지는 셈 쳐야 한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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