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정치 면피용인가 아니면 대의정치 보완용인가? 통영시에만 위원회가 120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행정력 낭비로 이어지고 있어, 다이어트 통폐합을 해야 한다는 비판여론도 있다.

물론 법률에 따라 만들어진 법정위원회도 있지만 상당수는 민간자문위원회다. 만든 지 26년째의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위원회도 있는 것 같고, 같은 부서가 관리하는 유사한 안건을 자문하는 옥상옥(屋上屋) 위원회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이런 위원회들이 곧장 행정력 낭비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이지, 실제로 예산 및 시간낭비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중앙정부도 이런 고민을 한 것 같다. 2007년 행정안전부는 사단법인 한국정책학회에 ‘정부위원회의 관리운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진단’을 의뢰했다. 정부위원회 운영현황·성과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 위원회 제도의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안을 발굴해 위원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2014년에도 그랬다. 행정안전부는 사단법인 한국행정연구원에 ‘정부위원회 체계 개편 및 운영내실화방안 연구’를 의뢰했다. 당시에는 “위원회 남설, 부실운영위원회에 대한 국회와 언론의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정부위원회에 대한 관리 강화”때문에 분석이 필요했고, 유사·중복위원회의 통폐합 등 운영효율화, 위원회 운영현황 공개 활성화 등을 위해서였다.

2007년 보고서에는 정부위원회가 무엇인지를 규정했는데, 연구가들의 학문적 정의보다는 1990년 총무처의 정의가 가장 현실과 가까워 보인다. 총무처는 정부위원회를 “각 행정기관의 업무수행에 있어 조직의 경직성 완화 및 국민 참여 그리고 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2인 이상의 복수로 구성된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규정했다. 정부위원회라고 특정은 했지만 이는 민간자문위원회도 포함하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고, 결국 민간자문위원회를 준 행정기관의 기능까지 가진 것으로 확장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정부위원회의 성격을 다수지배형의 합의제 조직, 경직성 완화·계급중심 조정체제 보완·행정기관의 분권화 촉진, 국정운영 국민 참여·집단적 판단 도출 등으로 파악했다. 그러면서 정부위원회의 순기능과 역기능에 대해서도 파악했다. 제대로 운영되면 권한 집중으로 발생하는 권한남용의 방지 기능, 토론과 타협을 통한 이해관계의 조정으로 부서간-기관간 상호협력과 조정, 정책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의견개진, 전문가들의 의견청취를 통한 정책의 전문적 지식 도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익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고 절차의 적절성이 저하되면 위원회 의사결정 기능이 약화되는 점, 책임의 공유와 분산이라는 위원회 결정의 특징 때문에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진다는 점,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 문제해결의 지연수단 또는 행정기구의 확장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역기능으로 들었다.

종종 지적되듯이 지자체의 민관위원회도 지자체장의 결정을 뒷받침하는 거수기 위원회, 정당한 비판 없는 이중대 위원회, 전문적인 식견은 없는 유치원 위원회가 되기 십상인 것을 정부의 보고서에서도 눈치 챌 수 있다.

그렇다고 위원회무용론을 펼치는 것도 위험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국가의 조직체계 관련 법령의 정비 연구’라는 법제처 연구보고서에 보면 정부위원회 제도와 관련해 전임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를 ‘위원회 통치 정부’라고 규정하면서 정파적인 시각으로 분석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보고서 68페이지에 보면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물론 (중략) 각종의 위원회가 자문의 기능 이상의 정책 결정과 집행의 기능을 가짐으로써 정부조직의 기본이 되는 규범인 정부조직법과의 조직 체계 설정에 있어서 법치국가적 안정성을 주지 못하여 정부 정책의 대국민적 신뢰도를 낮추는 주요 인자가 된다”고 지적하며 ‘전근대적인 내셔널리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는 국가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국가를 위해 국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관점은 희박해지고, 그럴 경우 오히려 ‘국뽕’이라며 놀림을 받는 시대가 됐다.

위 보고서 68페이지에는 또 “우리는 대통령제 정부형태이지 스위스 등 몇 나라에서 채택하는 위원회 정부형태인 ‘집정부제’가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스스로 권위주의적인 정부임을 자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위원회가 많은 것을 곧장 집정부제로 연결하는 논리적 비약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1999년에 319개였던 정부위원회가 2008년에는 579개까지 증가했다가 이명박 정부 시기 431개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2013년 말 기준으로 정부위원회가 다시 543개가 됐다. 위 사례들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은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여론수렴과정의 방법론을 정파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전에 지자체장이 가장 먼저 그런 비판을 받을만한 위원회 구성을 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2014년 한국행정연구원의 보고서에는 “정부위원회는 정책결정과정의 민주성, 투명성을 제고하는데 순기능이 있음”을 분명히 하면서 “전문성과 대표성을 갖춘 위원이 책임감을 가지고 위원회에 임하고, 나아가 의사결정과정의 민주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정부위원회에 대한 외부통제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에 참여하는 민간전문가에 있어서 주로 명망가나 교수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하며, 학문적 전문성이 현장중심 전문성보다 정책결정과정에서 더 많이 활용되는 결과 현실과 괴리 있는 정책이 만들어지기도 함을 지적했다. 지자체의 경우는 학문적 전문가뿐 아니라 현장 전문가조차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인 점은 안타깝지만 말이다.

정부위원회는 위원들이 보통 30~50명쯤이고, 국가적 정책안을 다루다보니 분과로 나눠서 세부적인 안건을 논의한다. 지자체의 위원회는 그보다 인원이 적다보니 분과로 나누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은 있다. 한국행정연구원은 중복되는 위원회를 분과위원회로 편제화해서 효율성을 높일 것을 대표적으로 권고했다.

대통령직속으로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학교도서관진흥위원회가 있는데, 후자를 전자의 소위원회에 편제할 것을 권고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1), 여성농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2), 여성어업인육성정책자문회의(3)가 있는데, 위원회 (2)(3)을 위원회(1)의 분과위로 편제할 것을 권했다.

그리고 고용노동부 산하 공인노무사자격심의위원회, 공인노무사징계위원회는 공인노무사자격·징계위원회로 통합 운영할 것을 권고하는 등 폐지와 분과편제로 위원회 다이어트를 하도록 한 것이다.

통영시에도 그런 사례가 있다. 물가대책위원회와 물가대책실무위원회가 그렇고, 지역사회복지실무협의체와 지역사회복지대표협의체가 그렇다. 교통개선위원회, 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는 분과편제 가능해 보인다.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 업무평가위원회는 주체가 사라졌으니 유명무실한 위원회들 아닌가?

혹자는 말한다. 그냥 놔두면 될 일을 일부러 만드느냐고. 행정 다이어트 한다면서 오히려 행정력 낭비 하냐고. 지금이라도 누군가가 지적하지 않으면 영원히 바뀌는 일이 없는 것 아닐까? 개선한다고 아무리 말을 해봤자 실제 개선이 이뤄지기 전에는 아무 것도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렇게 모든 일은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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