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시에는 100개를 훌쩍 넘는 민관 위원회가 있지만 최근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회의를 열지 않은 위원회 비율이 30%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딱 한 차례만 개최된 위원회도 1/4 가량이나 됐다. 따라서 절반을 넘는 위원회가 1년에 한 번도 개최되지 않거나, 겨우 1회 개최한 셈이다.

민선시대가 되면서 민관위원회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까지 통영시에는 28개의 위원회가 있었는데, 2000년대에 35개, 2010년부터 2015년까지 34개가 늘더니 총 97개가 됐다. 2016년에는 104개, 2017년에는 110개, 2018년 113개, 2019년 120개, 2020년에는 122개로 불어났다. 이들 위원회는 거의 전부 법률이나 조례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부도 지나치게 많은 위원회를 통폐합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듯이, 통영시도 민관위원회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인다. 다만 위원회의 개수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 한 번 만들어진 위원회를 없애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다가, 새로운 법률에 따라 새 위원회가 계속 신설되기 때문이다.

강석주 시장의 민선 7기가 시작되고 나서 위원회 숫자가 12개 늘었지만, 이전에는 껍데기뿐이든 평생교육협의회, 평생교육실무협의회는 2019년에 1회, 작년에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5회나 열렸기 때문이다. 2016년~2019년까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던 물가대책위원회, 물가대책실무위원회도 2020년에는 각각 3번씩 열리기도 했다.

교통안전정책심의위원회는 최근 5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았고, 교통개선위원회는 2018년 딱 한 번 열렸으며,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위원회는 5년 동안 세 번 열렸을 뿐이다. 중앙정부는 이런 경우 위원회를 통폐합해서 나머지 두 개를 교통개선위원회 산하 분과에 넣도록 제안하기도 한다. 단, 법령과 조례가 허용하는 내에서 가능한데, 임의규정이면 몰라도 강행규정인 경우 위원회를 마음대로 폐지할 수는 없다.

통영시가 얼마나 위원회를 열었는지 살펴보자. 2016년 말 현재 통영시에는 104개의 위원회가 있었는데,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은 위원회가 무려 33개나 됐고, 딱 1번 개최한 위원회도 24개나 됐다. 5회를 넘는 경우는 7개, 10번 넘게 개최한 경우는 10개였다. 2017년에는 110개 위원회 중 36개가 0회, 23개가 1회, 16개가 2회, 5회 이상은 7개, 10회 이상은 12개였다. 이해에 신설된 3개의 위원회조차 한 번도 열린 적 없었다.

2018년 113개 위원회 중 개최 0회 35개, 1회 27개, 2회 11개였고, 5회 이상이 16개, 10회 이상이 8개였다. 2019년에는 각각 33개, 31개, 17개, 12개, 8개였으며, 2020년에는 각각 30개, 35개, 13개, 16개, 8개였다. 최근 5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위원회 비율은 29.5%, 1번 열린 위원회 비율은 24.3%였다.

우리는 숫자의 마법에 빠지면 안 된다. 믿을 만큼만 믿고, 아닌 만큼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개최되지 않는 위원회가 이렇게 많으니, 그만큼 행정력 낭비가 커졌다고 곧장 말할 수는 없다. 열리는 모든 위원회가 건설적인 과정을 거쳐 이상적인 결론에 도달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충분한 적임 전문가로 구성되는지, 실질적인 결과물을 충분히 이끌어 내는지, 지자체장을 위한 거수기 노릇을 하려는 것은 아닌지, 면피용으로 전락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위원회가 집행부를 지나치게 견제할 경우에도 책임정치는 사라지고 행정력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劍)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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