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L감독은 K감독의 심복” 소문 파다, 피해선수 “그런 사람 사라졌으면”

세상 떠들썩했던 극단적 선택 故최숙현 선수의 고등학교 시절 지도자 선임

일부 제자들 “L감독 때리는 모습 봤다” 국회 증언한 뒤 1명 결국 운동 포기

제자폭행 감독과 후배폭행 가담한 선배 각각 7년·4년 징역형 대법원 확정

본인 부인(否認)에도 당시 국회차원 고발까지 고려, 통영시청 시한폭탄 떠안나?

 

제자폭행 전력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체육지도자가 통영시청 트라이애슬론 팀 감독에 공개채용 돼 큰 논란이 일고 있다. 드래프트로 선택한 선수 관련 학폭논란에 프로팀의 지명 철회조차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자칫 시한폭탄을 떠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논란이 되는 해당 감독은 자신이 아직 광주광역시체육회 트라이애슬론 감독으로 재직 중인데다 통영시청 감독공채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마치 이미 통영시청 감독을 맡은 것처럼 선수단을 장악하려 했던 정황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여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통영시가 해당 감독의 ‘제자폭행 의심전력’ 논란을 애써 못 본채 하면서 벌써 그를 차기감독으로 받아들이는 듯 태도를 보일뿐만 아니라, 공채절차에서도 그 감독에게 유리하도록 몰아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자아낸다는 점이다.

 

2년 전 故최숙현 선수 자살사건으로 온 나라 화들짝

최숙현 선수라고 있었다. 재능 있고 젊은 트라이애슬론 선수였고, ‘강호’ 경주시청팀 소속이었던. 그 선수가 그 팀을 떠난 지 겨우 반년이 지난 2020년 6월 극단적 선택을 하며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카톡 메시지를 남긴 채, 그리고 “딸 전화 좀 받아봐. 먼 일이야. 통화라도 해야 안심을 하지”라는 엄마의 카톡 메시지는 영원히 읽지도 못한 채.

세상이 난리가 났다. 항상 일의 사단이 그렇듯, 그제야 젊은 선수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경위를 쫓으며 가해자들을 향해 돌팔매질을 시작했다. 가해자들의 가혹행위가 충분히 나빴음이 이후 드러났다. 경주시청 K감독은 팀의 여성 에이스였던 J선수와 함께 최숙현 선수에게 물리적 폭력은 물론 정서적 학대를 가했고, 동료들뿐 아니라 팀닥터까지 최선수에 대한 집단따돌림에 동참했다.

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국회청문회까지 열렸고, 언론보도도 쏟아졌다. 당시 故최숙현 선수의 변호인이 주장한 폭행사례들을 보면 ‘복숭아 한 개 먹은 것을 감독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 팀원들과 식사자리에서 탄산음료를 주문했다는 이유로 20만원어치의 빵을 먹도록 강요, 체중조절에 실패하면 3일 동안이나 굶게 하는 등 모순적인 가혹행위, 슬리퍼로 뺨을 때리거나 어떤 때는 술을 마시면서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팀닥터는 마사지를 해 준다는 핑계로 최숙현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청문증언도 나왔다. 최선수 가혹행위에 동참한 K선수는 처음엔 K감독을 변호하는 주장을 하다가 하루만에 K감독의 폭행사실을 인정하면서 최선수의 유가족에게 공개사죄하기도 했다. K선수는 국회청문회에서 “오래 알고 지낸 K감독님의 잘못을 들추기도 싫었고, 제 잘못을 들추기도 싫었다”는 발언 뒤 “K감독과 J선수가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 (나도)어릴 때부터 K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야구방망이로 맞은 적도 있다”고 실토했었다.

 

L감독, 국회청문회 위증의혹도

당시 국회청문회에는 현재 통영시청 감독이 유력시되는 L감독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숙현 선수와 가까운 동료이자 폭행의 추가피해자인 P선수와 Z선수가 국회청문위원들에게 그의 폭행전력을 진술했기 때문이다. 당시 청문위원이던 전용기 국회의원은 “L감독은 지난 청문회에서 최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없다고 했는데 폭행 피해 당사자인 P선수가 L감독 답변이 모두 거짓이라 밝혀왔다”며 “L감독이 경북체중·고 코치 시절 수영장 입구에서 최숙현 선수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증언이 사실이라면 L감독은 명백히 위증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회가 L감독을 추가 고발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기 때문.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자 P선수와 Z선수도 곤란한 입장이 된 것으로 파악된다. ‘제자가 지도자의 치부를 들췄다’는 낙인과 트라우마 때문에 재능 있던 P선수는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고, Z선수는 아예 운동을 포기하며 꿈을 접고 말았다.

이 두 선수는 지난해 최숙현 선수 1주기에서 안타깝게 생을 마친 동료를 그리며 추도문을 읽을 예정이었으나, 한 명은 그만 낭독을 포기했다고 한다. “L감독 같은 사람이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넣지 않을 바에야 안 읽는 것을 선택한 것이라고.

L감독은 경북체중·고에서 지도자를 했고, K감독은 경북체육회 소속 경주시청팀을 맡았다. 업계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관계가 아무 것도 아니었다고 보지 않을 것이다. 같은 종목의 선후배로 열 살 정도 터울이라면 상하관계가 분명했을 것이 틀림없다. 또 고등부 선수를 좋은 실업팀에 취업시켜야 하는 메카니즘에서 선수와 그 부모는 고등부 지도자에게 을(乙)이 될 수밖에 없고, 고등부 지도자는 실업팀 지도자에게 다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더구나 그 종목업계에서는 “L감독은 K감독의 심복”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고. 최숙현 사건으로 구속된 K감독을 가장 많이 면회한 사람도 L감독이며, 변호사 비용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 사람도 L감독이라고 한다. 2021년 7월 대법원은 K감독에게 징역 7년을, J선수에게 징역 4년을 확정했다.

 

공채 절차도 밟기 전인데 이미 감독행세 했다고?

통영시는 2019년 전국체전에서 개인전을 싹쓸이하며 경남에 종합우승을 안긴 유소연 감독과 지난 6월 별다른 이유도 없이 결별했다. 10월 전국체전을 불과 서너 달 앞두고서. 그 바람에 아마추어 동호인 출신 K씨가 통영시청 선수단을 이끌고 지난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전북 군산에서 열린 전국해양스포츠제전에 출전했다고. 이 대회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가지는 거의 마지막 실전경험.

그런데 이 대회에 광주시체육회 선수단을 이끌고 출전한 L감독이 자신의 팀은 놔두고서 통영시청 소속 선수에게 차량운전 심부름을 시키는 등 이미 L감독이 통영시청 감독이 된 것처럼 행동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선수들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눈여겨봐야 할 것은 통영시청감독 공개채용 공고는 8월 19일 올랐다는 점이다. 해양스포츠제전이 열리고 나서라는 것.

L감독이 통영시청 감독으로 옮긴다는 소문이 퍼지자 광주시체육회가 통영시에 강력하게 항의했다는 제보도 있다. 광주시체육회로서는 전국체전을 앞두고 지도자를 도둑맞은 입장인데다가, L감독이 갑작스레 그만두면 안 되는 큰 내부사정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의 공개채용 절차에도 의문점이 제기된다. 서류심사를 살펴보면 7배수를 통과시킨다고 돼 있다. 하지만 단 4명이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지원자 4명 모두를 서류심사에서 통과시키기 위한 방편처럼 느껴진다. 서류심사 배점도 균형감을 잃은 것 같아 보인다. 일단 서류심사 비중이 20%이고, 나머지 80%를 면접점수로 평가한다는 부분. 서류심사 비중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그런데 정작 그 서류심사조차도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2급 이상 지도자 자격증 보유자는 응시자격 요건 중 하나인데, 배점기준은 1급 자격증 보유자에게 10점부여 밖에 없다. 고교 및 실업팀 지도자 경력, 전국대회 입상경력, 국가대표팀 지도경력, 선수경력은 모두 세 구간으로 나눠 차등 배점하는 것과는 차이가 난다.

 

서류 및 면접절차, 공정했는가?

국가대표팀 지도경력이 1년 미만인 경우 5점이고, 3년 이상인 경우 10점으로 5점 차이나고, 단순 전국대회 1위(10점)와 전국체전 1위(15점)와도 다르다. 따져보면 국가대표팀 지도경력 배점이 10점에 불과한데, 고등·실업 지도경력 배점이 30점인 것도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전체비중이 80%인 면접심사에서는 전문지식 및 훈련계획(30점), 리더십 및 추진력(25점), 조직 관리능력(25점), 도덕성 및 청렴성(20점)으로 평가했다는데, 추가피해자 선수들의 주장과 종목업계 논란의 소문이 맞는다면 L감독은 적어도 세 가지 항목에서 낙제점수임에 분명하다. 동점자 발생 시 지도자 총 경력기간을 국가대표 지도자 경력기간보다 우선순위에 둔다는 공채조건도 의심스럽다. 마치 특정인물이 L감독보다 앞설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건 같기 때문.

논란과 항의와는 무관하게 통영시는 현재 L감독을 최종합격자로 낙점하고 신원조회 중이라고 한다. 신원조회라고는 하지만 피해선수들의 눈물어린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L감독이 국회에서 말한 “폭행전력 없다”는 주장에서 멈춘 상태라 공식적으로는 통영시가 최종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제 버릇 누구 못 준다’는 속담이 불현 듯 떠오르며 걱정이 앞서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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