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ITU트라이애슬론 월드컵 통영대회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각국 선수단 <사진/ITU제공>

2013년 이후 전국 정상권 유지, 올해엔 레이스 포기에 컷오프 오명까지, ‘의혹의 감독’ 공모 시기와 묘하게 겹쳐

경기는 선수들이 뛰니까 좋은 선수만 있으면 되고, 지도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틀렸고,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사람이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극대화시키고, 선수들의 멘탈에 절제력을 부여하며,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대신 끈끈하게 조직력을 다지는 일에 지도자만큼 중요한 요소가 없다는 것을 현대 스포츠업계는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통영시청 트라이애슬론 팀이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

경남대표로 전국체전에 자동 출전하는 통영시청 팀은 2011년 창단했다. 초기엔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전력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해 전국체전에서 남자개인전 금메달, 여자개인전 은메달로 돌풍을 예고하더니, 2014년엔 경남 체육사상 처음으로 전국체전 트라이애슬론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 주춤했으나 2016년 두 번째 종합우승을 차지했으며, 2017년과 2018년 2년 연속 종합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그랬다. 전국체전 동메달이면 큰 성과였지만, 통영시청 팀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것. 2019년 기어이 세 번째 종합우승을 달성하게 된다.

당시 감독이 누구였는지를 논하자는 것은 차치하고, 창단 이후 같은 선수로만 팀을 꾸려온 것이 아니었던 점을 고려하면, 다양한 선수들의 색깔과 개성을 잘 파악해 전체적인 팀워크를 빚어낸 덕분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3년 만에 개최된 올해 전국체전에서 통영시청 철인3종 팀은 참가 이전부터 전문지도자가 없었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올림픽코스가 아니라 스프린트로 치러진 전국체전에서 과거 선수폭행전력 의혹이 컸던 다른 시도체육회 감독이 부임한다는 소문과 더불어, 계약 이전에 벌써 감독으로 부임한 것 같은 행보로 논란을 일으켰다. 통영시청은 종합 3위를 기록했으나, 정작 논란의 감독이 이끈 팀은 3명의 남자선수가 각각 12위, 15위, 25위에 그쳤고, 여자선수는 35위, 36위에 이어 1명이 탈락하며 단체전 순위가 매겨지지도 않았다. 감독이 자기 팀은 팽개치고 통영시청 팀에 신경을 썼으니 그도 그럴 만하다는 평가다.

최악은 지난 10월 트라이애슬론 월드컵 통영대회다. 통영시청 팀은 남자부에 박찬욱·김주영 선수, 여자부에 박예진·엄솔지·박경민 선수 등 5명이 출전했다. 그런데 김주영·박예진 선수는 레이스를 포기(DNF)했고, 나머지는 전부 컷오프(cut-off)되는 사상 최악의 기록을 남겼다. 컷오프란 수영-사이클-달리기 순서로 레이스 하는데 한 선수가 사이클을 마치기도 전에 다른 선수의 달리기가 시작되는 경우 불상사 발생을 막기 위해 사이클 경기를 중단시키는 것을 말한다.

통영시는 현재 공모를 통해 최종 선택한 L모 감독과 계약을 할 작정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과를 보여주기는커녕, 자신의 이전 팀에서 조차 부실한 결과를 선보인 사람이, 그것도 제자폭행 의혹이 강력한 사람이 통영팀을 정상적으로 지도할 지에 의문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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