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사업승인 국내 '최초' 상업운전, 탐라해상풍력발전

우리나라 최초로 승인받은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발전기의 압도적인 크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전기 사이의 거리는 270m에 불과하며, 어선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우리나라 최초로 승인받은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발전기의 압도적인 크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발전기 사이의 거리는 270m에 불과하며, 어선들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지도 않다.

 

렇게나 반대하던 두모리 주민들 “주민들 한 마음 돼야 유리, 반대 거세면 굳이 왜 해요?”

 〈연재순서〉

①전북 부안군·고창군 한국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배운다.

②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배운다.

③욕지도 앞바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어떻게 접목하나?

 타산지석(他山之石). 쓸모없어 보이는 남의 산 돌도 내게 요긴할 때가 있다는 의미를 지닌 사자성어다. 하물며 남의 산에 있는 그 돌이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면 더 말해 뭐하랴.

탐라해상풍력발전(주). 2006년 국내 최초로 해상풍력발전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받은 곳이자, 2017년 9월 국내 최초로 상업발전을 개시한 회사다. 승인에서 운전까지 10여년의 시간차이는 왜? 통영LNG발전사업이 2013년 승인됐음에도 2021년에야 착공한 것을 보면 짐작된다. 탐라해상풍력발전은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와 금등리 앞바다에 건설됐다. 2015년 4월 착공해 2017년 9월 준공과 동시에 상업운전을 개시했다.

하지만 사업해역 선정에서 착공까지 적잖은 갈등을 겪었다. 처음엔 두모리는 사업대상지역도 아니었다. 쫓겨나고 또 쫓겨난 사업자가 두모리를 사업지 후보에 올리자, 여느 곳처럼 주민들이 반대했다, 극심하게. 그러다가 어느 날 찬성으로 돌아섰고, 이후 해상풍력발전 전도사가 됐다. 두모리 마을주민들의 스토리는 워낙 유명해서 대표적인 벤치마킹 방문지가 됐을 정도.

그런데 제주도 한경면 두모리사무소 변경자 사무장(51.아래사진)은 기자를 만나자 대뜸 이런 말을 던졌다. “두모리 주민들이 전부 반대하고 있더라고 전해 주세요.” 이미 두모리가 해상풍력발전 예찬론자가 된 게 다 알려졌는데 이 무슨? 그러면서 이어진 말 “다른 지역은 하지 말고 우리만 할 수 있도록” 그렇구나. 두모리 주민들이 얻는 혜택이 상당함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대답임이 분명.

리사무소는 제주특별자치도에만 있는 기구다. 읍면동사무소와 달리 리사무소는 주민들이 십시일반 갹출해서 운영하는 주민자치기구다. 변경자 사무장의 급여도 마을주민들이 갹출한 운영비에서 지급한다고.

두모리 남쪽으로 연접한 곳이 신창리, 북쪽으로 인접한 곳이 금등리고, 금등리 위로 연접한 곳이 판포리다. 원래 해상풍력발전 후보지는 판포리였는데 주민들 반대가 극심하자, 사업자가 다음으로 고려한 대상이 두모리였다. 발전기 5대만 계획하던 때였는데, 두모리 주민들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옆 동네 신창리에 육상풍력발전기가 운영됐기 때문이다.

 

그인터넷 소문 때문 처음엔 극렬반대

압도적인 크기와 위협적인 블레이드만으로도 반대명분은 충분했는데, 여기에 인터넷상에 검색되는 해상풍력발전 관련내용은 흉악스럽기 그지없었다고. 변경자 사무장은 “젖소가 유산한다더라, 전자파 때문에 암발생률이 높아진다더라, 블레이드 회전 시 석면가루가 날려서 암을 유발한다더라, 소음 때문에 잠도 설치고, 대화조차 못할 지경이 된다더라, 조류변화로 인한 소용돌이 때문에 정상적인 선박운영이 불가능해지고, 충돌우려 때문에 몇Km 벗어나야 된다더라 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심지어 우리기술로 불가능해서 전부 외제를 써야하고, 그로 인해 고장 시 수리가 불가능하며, 사용만료 후 발전기는 철거조차 불가능하다는 등 확인할 수 없는 소문에 주민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변경자 사무장의 고향은 두모리에서 버스로 15분 거리의, 협제굴·해수욕장·비양도·한림공원으로 유명한 한림읍면이다. 그럼에도 변사무장은 “시집올 때까지 있는 줄도 몰랐다”고 할 정도의 오지(奧地)가 바로 두모리.

해녀들 물질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게 가난한 두모리 실정이었단다. 서제주도에서도 특히 이곳은 비가 잘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가뭄이 극심하고, 설혹 비가 내려도 물 빠짐이 안 좋은 토양이라 농사짓기 어려워 귤 과수원도 하나 없음은 물론, 인근 한림처럼 비양도 같은 섬이나 해수욕장 덕분에 관광지로 각광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흔하다는 오름조차 하나도 없는 곳이 이곳. 겨우 작은 어선 몇 척만이 마을산업의 전부였던 곳.

해상풍력발전사업 관련 공청회나 사업설명회 개최를 무산시킬 정도로 극심하게 반대했던 두모리 주민들이 옆 마을의 위압적인 발전기를 매일 보면서, 또 온갖 ‘불길한 예상’들을 무릅쓰고 “사실여부를 한번 따져나 보자”라고 마음먹게 된 가장 큰 동기는 결국 가난이었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만만치 않았다. 사업자를 부르고, 공무원을 불러 주민들이 걱정하는 일들의 사실여부, 사업자의 대책존재 여부, 지역발전계획, 피해보상규모 등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 물었다. 답변할 때는 배움이 적은 주민들을 배려해서, 전문용어를 초등학교 졸업자라도 이해할 수준으로 쉽게 풀어 설명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절박한 마을현실 보상 눈뜨게 해

관계자들로부터 설명을 듣고 돌려보낸 뒤에는 다시 주민들끼리 토론을 거듭했다. 그러면 새로운 질문거리가 또 생겼고, 재차 사업자나 공무원을 불러 새로운 해명 듣기를 반복했다. 주민들이 납득하지 않으면 사업추진이 불가하니 사업자도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1년 6개월 동안 무려 48번이나 회의와 토론을 했단다. 열흘에 한 번꼴.

특히 철두철미한 성격의 변경자 사무장은 “나중에 후손들에게 조상들이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쳐서 최종결정에 이르게 됐다는 근거를 남기기 위해 모든 과정을 전부 녹음하고, 디지털파일로 만들어서 보관하고 있다”며 기자에게 실제로 보여줬다. 그녀는 “주민들도 사업자의 답변을 전부 믿지는 않았고, 심지어 공무원들이 사업자와 공모하는 것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며 “점차 공무원들이 오히려 주민 편을 더 많이 들어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 한 것은 마을이 얻게 될 이익이었다. 하지만 사업자가 보상안 제시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았고, 무턱 대놓고 지원해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발전소건설에 따른 피해보상과 발전소 운영수익에 대한 주민보상으로 구분해서 구체적인 데이타를 제시했다. 어촌계, 잠수계 등 어민과 주민들이 공사이전 올리던 수익과 건설공사 기간 중 잃게 될 손실 등을 산정해서 사업자에게 제시했단다.

청년회·부녀회·어촌계·잠수회 등이 마을회를 중심으로 협상창구를 단일화한 것도 주효했다. 두모리엔 120여 가구에 250여 세대가 있고, 가구마다 구성원·소득업종·거주기간·주소지와 거주지 차이 등 있었음에도 항상 마을회를 중심으로 한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피해보상금은 착공 시 50%, 준공 시 50% 각각 지급하고, 운영수익은 운전 개시부터 20년 동안 배분하는 것으로 사업자와 주민 합의가 이뤄졌다. 이때가 2013년 여름.

주민들이 요구한 피해보상액이 점점 많아지는 것에 대해 사업자가 불만을 제기했지만, “산정했어야 함에도 누락된 금액”이라고 근거자료를 제시하니 사업자도 어쩔 수 없었단다. 그렇게 받은 피해보상금은 “밝힐 수는 없지만 상당히 많은 액수였다”고 한다. 운영수익 배분은 2017년부터 시작됐는데, 주민들은 매년 수익배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고. 여기에는 마을운영비, 청년회·부녀회 등 각 단체 활동비도 포함된다.

 

피해보상에 이익배분까지 이원화

마을이 얻는 이익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국비지원사업의 기회가 그것. 국비 15억 원을 지원받아 ‘두모리에’라는 펜션형 리조트를 만들었다. 비전문가이며 다른 생업이 있는 마을주민들이 운영하는 대신 위탁운영으로 목돈(보증금)은 물론 연간 몇 천 만원의 확정수익도 얻고 있다.

기분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변경자 사무장은 “피해보상금, 수익분배금 지원 대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을운영비를 납부했던 주민도 있는가 하면, 납부하지 않았던 주민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결국 운영비를 납부하지 않았던 주민들은 피해보상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했단다. 다만 운영수익 배분금은 2014년 피해보상 계약 당시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한다.

해상풍력발전의 가장 큰 폐해라고 여겨지는 것들에 대해서도 변경자 사무장은 분명하게 얘기했다. “소음이 파도의 출렁거림에 상쇄돼서 마을에서는 소음을 전혀 못 느낀다”고. 전자파에 대해서도 “사업자를 믿지 못해 개인적으로 신창육상풍력발기 하부, 가정용컴퓨터, 부엌 전자레인지에서 각각 측정을 해봤는데, 전자레인지가 가장 높더라”고 했다. 탐라해상풍력발전기의 변전소는 해상이 아니라 육지에 있다. 그러나 “지하에 매립해 2중으로 지어서 소음은 물론 전자파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어민들기 가장 의심스러워 하고,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발전기 하부구조물이 어초역할 하느냐 인데 변경자 사무장의 대답이 엉뚱하다. “그게 참 희한한 일이더라”나? 그녀의 말을 들으면 납득 정도가 아니라 확신이 든다. “제주 해녀들은 백화현상이 일어난 곳에 골갱이(해녀들 채취도구)로 석회를 떼어내는데 그 자리에 해초가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송전케이블을 덮어주는 사석에 해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더란다. 심지어 “이젠 아예 해상풍력발전기 쪽으로 고기를 잡으러 갈 정도, 거기가 포인트에요”라나.

그 덕분에 이전엔 코빼기도 안 보이던 낚시객들이 두모리 포구로 몰려들어서 좋은 자리 차지하려고 난리도 아닐 지경. 하도 차량들이 몰려들어 아예 차량진입을 금지시켰다고.

이 부분은 탐라해상풍력발전(주)의 이정임 본부장도 확신한다. 이본부장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2017년부터 주기적으로 촬영한 영상을 보면, 하부구조물은 물론 해저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덮는 하부사석이 인공어초 역할뿐만 아니라 해초자생지, 작은 어류들 은신처, 산란장 역할을 하면서 어족자원이 풍부해졌다”고 말한다. 그는 “원래 제주도는 해안선 전체적으로 백화현상 심각한 지경이었는데, 적어도 발전기 설치해역은 백화현상이 사라졌다”고. 그가 보여준 영상을 보면 마치 아열대의 바다처럼 어족자원이 풍성함을 알 수 있다.

 

72MW 확장시 보상배분 재논의 기대

탐라해상풍력발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발전사업해역에 접근하지 말라는 제한이 없다는 점. 이정임 본부장은 “설비용량 3MW에 48m 블레이드의 발전기 10대를 설치해 연간 85GWh의 전력을 생산한다. 이는 2만4000가구가 1년 동안 소비하는 전력”이라며 “발전기 사이 간격은 270m로, 어선들의 접근을 제한하지는 않고 있지만, 해저케이블 때문에 그물어업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는 인근지역 어선 규모가 기껏 2~4톤에 불과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윤석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대한 지원을 정책적으로 줄이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다르다. ‘제주특별자치도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제주도특별법)’ 덕분에 발전사업 허가권을 제주도가 쥐고 있기 때문. 납부의무자가 아님에도 매년 제주도에 이익공유화기금을 내고 있다는 탐라해상풍력발전(주)는 향후 72MW의 확산단지를 추가 건설할 계획인데, 이를 두모리와 금등리 주민들은 쌍수를 들어 반기고 있다.

두개 마을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유치를 희망한다고 밝혔는데, 자필로 작성한 내용을 보면 “마을발전이 기대된다, 조속히 사업지구 지정을 바란다”, “적극 지지, 바다어장이 더욱더 많은 해산물로 넘쳐나기를 기대함”이라고까지 기재돼 있어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더욱더 많은 해산물로 넘쳐나기를 기대”한다고?

변경자 두모리사무장은 “72MW를 추가 건설한다면 피해보상, 수익배분을 추가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게 아니라면 왜 유치하겠는가?”고 되물었다. 우리는 깊이 알려고도 하지 않으면서,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현혹된 것이 아닐까? 욕지해상풍력발전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의문을 가지고 제주도로 갔다가, 더 많은 의문을 가지고 돌아왔다는 생각이 나만 드는 걸까?

(2부끝)
※이 기획취재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의 지역신문발전기금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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