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는 욕지도. 3개 법인이 설비용량 585.9MW규모로 계획 중이다. 8MW또는 10MW발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이 추진되는 욕지도. 3개 법인이 설비용량 585.9MW규모로 계획 중이다. 8MW또는 10MW발전기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욕지도 앞바다에 발전용량 총 586MW 추진, 어민·주민 반대로 답보상태

욕지풍력(주)·현대건설 등 사업자 측 “주민·어민과 소통해 의견반영, 보상에도 적극적으로”

[연재순서]

①전북 부안군·고창군 한국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배운다.

②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 사업에서 배운다.

③욕지도 앞바다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어떻게 접목하나?

 

안개 속인가? 아니면 낭떠러지 앞인가? 글쎄, 가야 할 방향은 정해져 있는데, 대다수는 그 반대편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욕지도 앞바다에 건설이 추진되는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국제교역 헤게모니를 쥔 서방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받는 손가락질을 누그러뜨리는 방편이기도 하거니와, 겨우 2~30년 앞으로 다가온 기후위기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는 도덕적 의무감에서라도 태양발전, 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이젠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더구나 풍력발전 중에서도 해상풍력발전은 유럽 선진국들이 원자력발전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술개발과 건설에 열을 올리는 미래유망 주요 먹거리 산업이 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는 이 풍력발전산업에서 세계최고 수준과 격차가 적은 아니, 오히려 전 세계적으로 봐도 제일 선두권에 나서 있는 분야다.

욕지도 앞바다에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추진을 위한 용역비 예산이 통영시의회를 통과한 지난 2019년 4월 이후 해상풍력발전 사업은 한 발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해상풍략발전기 설치선박을 수주했는데, 정작 우리 지역에 해상풍력발전기 설치는 엄두도 못내는 셈.

 

2019년 토론회 파행 이후 답보상태

2013년 5월 20MW급 육지풍력발전기 설치사업 관련 욕지주민 설명회가 열렸는데 당시엔 환경훼손, 적정보상 등 얘기가 오가면서도 큰 반발은 없었다. 하지만 2019년 10월 통영시가 주최한 해상풍력발전 관련 시민토론회는 어민들과 수협 등이 반발하면서 파행했었다. 이후 지금까지 답보상태.

그럼 통영 욕지도 앞바다에서의 해상풍력발전 추진현황을 알아보자. 가장 먼저인 2017년 2월 발전허가를 받은 영동발전이 있다. 발전용량은 9.9MW. 다음으로 (주)욕지풍력이다. 2016년 3월에 허가를 받았는데 발전용량 352MW. 현대건설은 2021년 6월에 허가를 받았는데, 224MW. 이를 전부 합치면 585.9MW규모.

이번 기획취재기사를 주의 깊게 읽은 독자들이라면, 통영 욕지도 해상풍력발전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 운영되는 곳이 딱 두 군데다. 하나는 전북 부안에 한국해상풍력(주) 해상풍력실증단지 그리고 제주도 한경면 탐라해상풍력 단지. 한국해상풍력 실증단지는 60MW, 탐라해상풍력은 30MW규모.

통영은 이들 두 군데의 합보다 6.5배를 넘는다. 엄청나게 큰 규모처럼 보인다. 그런데 광도면 안정에 단 1기 건설 중인 통영에코파워(주) LNG발전소는 발전용량이 920MW다. 일명 삼천포화력발전소의 발전용량은 2120MW니, 2.12GW(기가와트)가 되고, 영광한빛원전은 총6기의 발전용량이 5.9GW다.

욕지풍력(주), 현대건설 모두 현재는 타당성 검토나 설계용역 중으로 사실상 큰 걸음을 내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에 기인한 바가 크다. 윤석열 정부는 직전 정부의 태양광사업에 정권차원 비리가 얽혀있을 것이라는 강한 의심과 함께, 수사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찬밥신세가 될 뻔했던 원자력 업계는 껴안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신재생E보다 원전에

이는 예산편성으로 이어져 이번 국감에서 내년 윤석열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예산이 2조5000억 원이나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뉴스24는 지난 10일 “발전 6사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6 재정건전화 계획’자료를 분석한 결과 6개 발전공기업은 원래 계획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예산을 무더기로 축소, 철회, 매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뷔나에너지의 자회사인 욕지풍력(주)는 “현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걸쳐 약 10GW의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정부부처와 함께 긴밀한 소통 협력으로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 대한민국 국민과 환경보전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현대건설은 “정부가 원전 중심의 에너지정책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재생에너지 확산에 대한 불확실성 우려가 커지고 있으나, 10차 전력수급계획에서 2030년까지 발전량 비중을 21.5% 확대하기로 하면서 NDC상향안에 비해선 줄었지만 9차 계획보다 확대됐다”며 “다만, 이행수단을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2022년 현재까지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28.9GW, 2030년까지 설비용량 13GW이상 추가로 설치가 필요하고, 이중 대부분을 해상풍력으로 대체해야 한다”며 “인허가 처리과정에서 장기간 소요되는 만큼 일련의 복잡한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원스톱 샵 도입이 가장 시급한 만큼,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인허가 통합기구 설립을 정부에 지속 건의할 예정”이라고만 대답했다.

 

신재생에너지, 무역전쟁에서 불가피

하지만 지난달 정부가 한국형녹색분류체계 이른바 K-택소노미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킨 것을 감안하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상당기간 늦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국제경쟁력, 수출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크다. K-택소노미에 대해 환경단체뿐 아니라 대부분 전문가들도 “EU택소노미와 동일한 친환경 인정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전강국 프랑스의 강력한 반대로 EU 역시 택소노미에 원전은 포함시키면서도, 2025년까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방폐장) 가동세부계획을 갖추도록 조건을 달았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채 세부계획과, 이를 담보할 법률이 있으면 된다고만 정했다. 1978년 원자력 상업발전을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 온갖 갈등 끝에 2015년에야 경북 경주에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준공했지만, 아직도 고준위방폐장은 논의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원전업계에 특혜를 줬다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

 

삼성전자, 경쟁자 TSMC보다 늦게 참여 결정

RE100도 마찬가지. Renewable Electricity 100의 약자로 기업이 사용하는 에너지 전부(100%)를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것으로,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전 지구적 참여와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애플과 구글 등 340개 이상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LG화학과 SK하이닉스가 2020년 가입했으며, 최근 삼성전자가 가입하며 크게 화제가 된 바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나라가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로는 이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2021년말 기준 우리나라는 총 발전설비용량 134GW, 총 전력생산량 576TWh(테라와트시)인데 신재생에너지설비용량은 24.8GW(19%), 생산전력량은 45.2TWh(7.8%)에 불과하다. M(메가)의 1000배가 G(기가), 기가의 1000배가 T(테라)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21년 삼성전자가 구매한 전력량은 18TWh가 넘는다. 전력사용량 2위 대기업 SK하이닉스가 9.2TWh, 3위 현대제철이 7.0TWh, 삼성디스플레이가 6.7TWh, LG디스플레이가 6.2TWh, S-오일이 4.0TWh, LG화학이 3.8TWh 등 상위 10대 기업 사용전력량만 65TWh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전력 전량을 쏟아 부어도 한참 못 미치는 셈.

반면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글로벌 경쟁기업인 대만 TSMC는 2020년 RE100을 선언했다. 무려 920MW 설비용량의 해상풍력발전사와 대규모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당시엔 의아했는데 그 1주일 뒤 반도체 고객인 미국 애플사가 모든 거래처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생산제품만을 납품하도록 전달하면서 물밑에서 치열한 기업 정보전까지 펼쳐지는 모양새다. 원전 6기 폐쇄를 선언한 뒤 해상풍력발전으로 전환을 발표한 대만정부는 처음 6GW 해상풍력발전계획을 발표했다가, 글로벌 기업체들의 대규모 대만투자 호응에 고무돼 설비용량 목표를 20.5GW로 전격 상향 조치하기도 했다.

 

▲사진의 3MW풍력발전기는 거의 단종상태다. 8MW발전기는 허브포함 회전지름 200m를 훌쩍 넘는다.
▲사진의 3MW풍력발전기는 거의 단종상태다. 8MW발전기는 허브포함 회전지름 200m를 훌쩍 넘는다.

현 추세면 삼성전자 전부 써도 부족

삼성전자의 2030년 사용전력량은 40TWh로 추정된다. 삼성전자가 살기 위해서는 한국에 머물면 안 되는 셈인데, 반도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가 맞닥뜨린 위기라고 할 수밖에.

윤석열 정부의 원전우대 정책은 당선확정 때 이미 예견됐던 것으로,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며 경남도정을 책임지게 된 박완수 경남도지사의 도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6월 기존 도청 산업혁신국에 신설 국제통상과를 포함시켜 산업통상국으로 재편, 전통 주력산업 기계·로봇·자동차·조선산업 구조고도화 및 스마트 인재육성·미래 친환경 선박·원자력 등 기능을 강화했다. 원자력이 추가된 점에 눈길이 간다.

개편된 경남도청 조직을 보면 산업통상국 에너지산업과 내 원자력파트, 수소파트, 자원관리파트, 신재생에너지파트는 주무관 2~3명을 거느린 파트장이 있으나, 풍력파트만 파트장 없이 주무관만 2명이다. 풍력 역시 신재생에너지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신재생에너지파트장 하부 조직으로 볼 수 있는 것.

욕지풍력(주)는 “사업 추진과정에서는 지역주민, 어민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사업방향에 반영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발전소 운영 중에도 “어업 공존 상생 프로그램 개발, 지역주민 우선 고용 및 지역 업체 활용, 풍력발전단지 관광 상품 개발 등으로 지역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현대건설 역시 “환경영향평가 및 관련 인허가, 주민·어민 합의가 없으면 착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업허가를 얻었다고 즉시 시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이에 대한 오해는 없기를 바란다”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추진을 할 경우에도 주민·어민과의 정보를 공유하고, 설명회를 수시로 실시할 예정이며, 주민들이 제안한 요구사항 및 보상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가전력 수급을 위한 발전소 건설 사업을 국가 또는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던 시기는 지나갔다. 주민들의 동의를 얻지 않은, 달갑지 않은 사업의 성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이제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은 불가피해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길 떠난 이들의 남긴 족적을 유심히 살펴보고 피할 수 없다면 우리에게, 지역민에게 유리하도록 방향을 이끌어 가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지 않을까? (3부 끝/기획취재 완결)

 ※이 기획취재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 지원사업의 지역신문발전기금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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