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데토(Scudetto). 본뜻은 ‘작은 방패’로 이탈리아 국기 색깔이 배열된 패치형 문양인데, 이탈리아 프로축구 정규시즌(지금은 세리에A라고 불리는) 우승팀만이 이 문양을 가슴에 붙일 수 있으므로, 지금은 아예 ‘정규리그 우승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쓴다고 한다.

현재 세리에A는 팀당 22~23경기를 치렀다. 월드컵 때문에 늦어졌는데, 팀당 15~16경기 정도 남겨뒀으니 시즌종료까지 4개월 여 남은 셈이다. 현재 리그 1위는 통영 출신 국대 센터백 김민재가 소속한 SSC나폴리다. 전적 20승2무1패.

김숙중 편집국장
김숙중 편집국장

한 경기 교체출전을 제외하고 시즌 전 경기에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첫 경기서부터 흠잡을 데 없는 실력을 보였다. 계약하고 2주 만에 정규시즌이 개막했지만, 통영사람 특유의 사교력으로 팀에 녹아들었다. 시즌 초엔 강팀과 약팀 구분이 잘 안 된다. 2연승 뒤 2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그 뒤로 월드컵 브레이크 직전까지 11연승을 질주했다. 나폴리 수비를 책임지던 쿨리발리의 대체자로 온 그를 처음엔 미심쩍어 하던 팬들도 의심을 거두기 시작했다. 10월 초쯤 나폴리 시내에 김민재 벽화까지 등장했다.

나폴리 팬들은 하위권을 맴돌던 팀에 스쿠데토, 챔스 우승을 안긴 디에고 마라도나를 잊지 못한다. 생전 매년 그의 생일(生日)을 축하했고, 이젠 매년 그의 제일(祭日)을 기린다. 경기장 이름마저 그에게 헌사 했을 정도며, 다운타운에는 초대형벽화까지 그려져 있다. 하지만 입단 2개월 만에 벽화까지 그려진 경우는 없었다고.

월드컵 브레이크 후 첫 경기 인테르전서 패배한 다음 또 다시 7연승을 질주하니, 이젠 나폴리 팬들도 스쿠데토가 손에 잡히는 듯. 2위 인테르가 15승2무6패로 승점에서 나폴리에 15점이나 뒤쳐져 있으니, 남은 경기서 나폴 리가 5연패 이상으로 주저앉지 않는 이상 결과를 뒤집기 어려워 보인다.

축구에서 빅리그라 하면 영국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를 일컫는다. 강력한 피지컬과 영리한 두뇌, 번개같은 순발력으로 나폴리 뒷문을 책임지는 김민재에게는 명예스럽게도 ‘벽’이라는 별명이 바쳐진지도 오래며, 현지 팬들마저 ‘철기둥(Pal E Fierr)’이라는 한글현수막을 들 정도다.

우리나라 축구팬들이 토트넘 경기를 볼 때면 공격수인 손흥민, 해리 케인이 수비수인 에릭 다이어보다 눈에 잘 띄듯, 나폴리 팬들도 분명 오시맨, 흐비차 크바라스켈리아를 더 잘 알 것이다. 아무튼 유럽빅리그 우승컵을 맨 먼저 들어 올리는 것은 손흥민이 아니라 통영의 아들 김민재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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