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시절 89/90시즌 이후 33년만, 나폴리 도시전역 기쁨과 감격의 축제

인상적인 데뷔전, 팬들 ‘철기둥’ 별명, 볼 잡으면 ‘김김김~’ 관중석 난리

유럽축구시장 여전한 ‘아시아디스카운트’, 최고선수라면서 대접 어정쩡

맨U 23~24시즌 우승 시 전무후무한 ‘2연속 데뷔시즌 리그우승’ 진기록

SSC나폴리가의 우승축하생사
SSC나폴리가의 우승축하생사

대한민국 통영 출신 김민재 선수(26)가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시즌서 소속팀 나폴리의 33년 만 리그우승을 견인했다. 김민재 선수는 유럽 빅클럽들의 영입대상 0순위가 됐고, 그중 영국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U)가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다만, 동양선수들에 대한 ‘아시아디스카운트’는 여전하다는 점인데, 김민재 선수를 원하면서도 이적료와 연봉 등 대접은 그에 걸맞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7월 터키리그 페네르바체에서 이탈리아 SSC나폴리로 완전 이적한 김민재에 대해 나폴리 팬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EPL첼시로 떠난 쿨리발리의 대체자가 되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인종차별적 편견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데뷔경기서부터 인상적인 기량을 뽐 낸 ‘통영의 아들’ 김민재 선수는 두 달 만인 9월 세리에A 이달의 선수 선정, 이탈리아축구선수협회 ‘10월의 선수상’ 수상, 유럽5대 리그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될 정도로 매 경기 눈부시게 활약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주전선수들을 다 이적시키며 팬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에 시달리던 SSC나폴리는 카타르 월드컵 휴식기 직전까지 20승 2무 1패의 전적으로 리그1위를 승승장구했다. 리그 재개 후 다소 주춤한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지난 5일 우디네세와의 세리에A 33라운드 원정 경기서 1-1로 비기며, 잔여경기에 상관없이 22~23시즌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까지 오른 것도 구단 역사상 최초. “월드컵은 우리 관심 밖”이라는 열성적인 나폴리 팬들은 우승 확정 후 그라운드를 점령했고, 온 관중석을 푸른 깃발로 물들였으며, 도시의 야경을 불꽃으로 뒤덮었다.

북부에 비해 경제적으로 낙후한 남부도시 나폴리에서 뛰었던 마라도나는 86~87시즌과 89~90시즌 두 번 우승을 이끌며 거의 신격화됐다. 올 시즌 우승은 그 이후 33년 만.

SSC나폴리는 현재까지(5월 15일) 세리에A 35경기 25실점으로 리그 최소를 기록하는 등 안정적인 전력을 과시했다. 그 핵심은 김민재의 ‘철기둥’ 수비. ‘철기둥’은 카테나치오(빗장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에서도 강력한 수비를 펼친 김민재 선수에게 나폴리 팬들이 붙여준 명예로운 별명이다.

이제 남은 것은 김민재 선수의 진로다. 보도매체마다 차이는 있으나, 김민재 선수를 영입할 때 SSC나폴리는 4000만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을 넣었다. 이 조항은 나폴리 구단이 “김민재 선수가 잘 해 주면 좋은 것이고, 그런데 아무리 맹활약해도 4000만 유로를 내면서까지 데려갈 구단이 있겠어?”라고 생각했음을 보여준다.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김민재 선수는 그냥 피지컬 좋은 한국선수가 아니라, 수비를 지배하고, 후방에서 경기를 빌드업까지 하며, 공중볼을 공격적으로 경합하는 것은 물론 때때로 최전방까지 위협하는 놀라운 센터백임이 입증됐으니.

우승축하행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김민재 선수
우승축하행사에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김민재 선수

숱한 유럽 명문구단들이 김민재 선수를 영입리스트에 올리고 있지만 EPL구단 중에서도 맨U, 뉴캐슬, 리버풀, 첼시 등이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적극적인 곳은 맨U다. 맨U라면 2002월드컵 신화의 주역 ‘레전드’ 박지성 선수가 7시즌 동안 활약했던 팀이다.

두 개의 심장을 가졌다는 박지성이 활약한 시기는 맨U의 황금기와도 겹친다. 영국프리미어리그 우승 4회, 리그컵(EFL) 우승 3회, FA커뮤니티실드 우승 4회, UEFA챔피언스리그 우승 1회, FIFA클럽월드컵 우승 1회 등등. 당시 맨U는 우리 국민들을 든든한 응원군으로 업고 있었다.

그런 맨U가 리그 우승을 마지막 차지한 것이 벌써 10년 전이다. 올 시즌도 개막 직후 맥을 못 추더니 우여곡절 끝, 3경기를 남겨둔 현재 4위를 달리고 있다. 5위 리버풀과는 승점 4점차. 내년 챔스리그 출전도 장담 못하는 상황.

특히 맨U는 믿을 만한 센터백 부재로 고민하는 듯하다. 맨U주장인 센터백 해리 매과이어를 백업으로 밀어내고 라파엘 바란과 리산드로 마르티네스 두 명이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부상이 잦아서 팬들의 원성이 크다. 그런 차에 센터백으로 이탈리아리그 데뷔시즌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한 김민재는 더할 나위없는 목표물이 됐다. 더구나 박지성의 한국 출신 아닌가?

맨U와 김민재는 카타르에서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불발됐지만, 겨울에 이적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김민재 선수는 속칭 ‘박지성 키드’라 할만하다. ‘국민축구선수’였던 박지성이 맨U에서 얼마나 활약했는지를 모르는 한국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박지성 선수가 맨U에서 활약할 때 축구선수를 꿈꾸는 초등학생이었던 김민재 선수가 박지성 선수의 소속팀 맨U를 동경하지 않았을 리 없다.

문제는 조건, 돈이다. 영국 현지 한 매체는 “맨U가 바이아웃 금액보다 1300만 파운드 더 많이 제안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300만 파운드면 1490만 유로쯤 된다. 그러면 총 이적료는 5480만 유로(한화 798억)쯤이다.

일단 바이아웃 금액 이상을 제시하면 오는 7월 1일부터 보름간 선수와 직접 협상이 가능하다. 한때 나폴리의 바이아웃 조건에 ‘빅클럽의 경우 바이아웃 금액이 8000만 유로’라는 소문이 돌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9490만 유로가 된다. 이 액수면 수비수 이적료 세계신기록이다. 다만 그 소문의 진원지가 나폴리라는 분석도 있다. 빅클럽들의 애간장을 태워서 이적료를 높이거나 아니면 김민재 선수를 팀에 묶으려는 속셈의.

이적료는 선수를 원하는 팀이 상대팀에 지급하는 금액이다. 물론 일정 비율 선수 몫도 있지만, 선수의 진짜 가치는 연봉에 있다. 지금까지는 김민재 선수에게는 박하기 그지없는 액수의 연봉을 제안을 하는 모습이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맨U가 현재 김민재의 연봉의 3배 지급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다른 매체는 2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민재가 계약 당시 합의한 연봉은 250만 유로다. 그 3배면 750만 유로로, 한화로는 약 109억(주급 2.1억)이다. 물론 엄청난 액수임이 분명하지만, 리버풀의 주전 센터백으로 이적료 수비수 세계기록을 가진 버질 반다이크의 연봉은 170억(주급 3.6억)정도다. 5년 전 계약이다. 이외 맨U의 센터백 바란(주급 5.6억), 맨시티 주전 존 스톤스(주급 4.2억), 맨U 해리 매과이어(주급 3.1억) 등에 비하면 얼마나 과소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유리 몸’ 바란을 대체하려는 팀이 거의 1/3쯤 되는 연봉으로 김민재를 데려가려는 속셈을 어찌 이해할까? 김민재 선수의 젊음, 그가 입증한 실력, 물가상승분 등을 고려한다면 750만 유로는 인종차별적이라고 할만하다. 동양선수들에 대한 편견이 반영된 아시아디스카운트가 분명하다. 어쩌면 맨U 스카우팅팀의 언론플레이일수도 있다.

이와 상반되는 보도도 있다. 김민재 선수를 맨U의 전성기 시절 박지성의 동료였으며, 레전드로 남아있는 ‘네마냐 비디치와 비슷하다’며 극찬한 것. 이 매체는 “김민재는 신체 조건이 우수하고, 나폴리 우승에 큰 기여를 했으며, 더 나은 수비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축구전문가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런 결론을 얻게 된다. 하나, 김민재라는 한국출신 수비수가 유럽에 통할 지는 당초 의심스러웠다. 둘, 이탈리아리그에서의 활약을 보니 그 의심이 사라졌다. 셋, 뛰어난 체격조건, 큰 덩치에도 뛰어난 스피드, 경기를 잘 읽고 공의 흐름을 예측하는 능력, 공중볼 경합을 지배하는 모습, 순간적인 공격가담으로 전술구사 다양화를 가능하게 하는 선수다. 넷, 결론적으로 현존하는 세계최고 센터백의 하나가 분명하다.

이런 판단에 따라 EPL의 맨U뿐 아니라 리버풀, 첼시, 독일 명문 바이에른 뮌헨까지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선택권은 김민재 선수에게 있다. 영국은 축구종주국이자,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김민재 선수도 EPL진출에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중 맨U가 김민재 선수의 다음 소속팀이 될 가능성이 현재로는 가장 크다.

김민재 선수는 22~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데뷔시즌에 리그우승의 환희를 맛봤다. 만일 23~24시즌 EPL데뷔시즌에서 맨U의 주전으로 활약하고, 리그우승을 한다면 김민재 선수는 세계축구 역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길지 모른다. ‘2시즌 연속 데뷔시즌 리그우승’이라는.

통영의 아들 김민재의 장도가 자랑스럽기만 하다.

올시즌 김민재와 어부바 세러모니로 유명해진 동료 엘마스와 우승의 기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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