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남면 동달리에서 수제의류업체 '수작'을 운영하는 주부사업가 홍수현 대표(39)
용남면 동달리에서 수제의류업체 '수작'을 운영하는 주부사업가 홍수현 대표(39)

 시집살이하던 구리댁이 취미쯤 여기던 수제 의류제작으로 창업한지 1년이 넘었다. 통영시 용남면 동달리 ‘수작(手作)’, 주문형 의류·소품 제작을 하는 곳이다.

경기도 구리시 출신의 홍수현 대표(39)는 “미싱기로 아동용 옷과 성인용 옷을 제작하고, 각종 소품도 제작하며 이외 수제의류제작 강의와 실습도 병행한다”고 소개한다. 그녀는 “맞춤형 의상제작이라고 오해하지 마시라”고 강조한다. 패턴에 맞춰 기성복을 제작하는 것일 뿐이라고.

원래 시집오기 전에도 친정집에 있던 미싱기로 취미 삼아 옷을 만들곤 했다. 결혼 후에도 통영으로 미싱기를 가져와서 취미생활을 이어갔다. 누구에게 따로 배운 것은 아니다. 인터넷과 책으로 독학했을 뿐. 그리고 2017년 통영시의 ‘13공방 공예지도사’ 3개월 과정을 이수한 적은 있다. 곧이어 통영시의 청년드림존 창업공모에 지원해서 선정됐다.

현대에서 외벌이로 살아가기는 어려운 일이다. 다만 육아와 가사 때문에 전일 근무해야 하는 취업은 생각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어렵지 않게 공모에 지원했고, 역시 사업자등록 만들 때도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이 ‘수작’이라는 상호다. 어차피 의류나 소품을 손으로 직접 제작하는 것이니까 뜻도 상통하고. 그렇게 창업한 때가 지난 2019년 12월이다.

이리저리 광고도 내고 입소문도 났다. 제법 수강생도 늘었다. 수업은 시간당 2명씩밖에 못하고, 길어야 4시간 이내다. 주중에는 강의와 제작을 병행하고, 주말엔 벼룩시장에 참여했다. 알다시피 작년은 온통 코로나19였다. 코로나19 시대 마스크 제작해서 통영시에 납품하기도 했다.

공모신청 당시 “나이도 있으니까 이번이 아니면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야 오랫동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만일 올해 공모사업을 알았다면 창업도전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경기도 고향에서 대학 다닐 때 알게 된 통영친구가 있었지만 홍대표가 통영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물론 친구 때문에 통영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너무 거리가 멀어서 찾아가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통영에서 있었던 그 친구의 결혼식에 우인으로 참석했다가 신랑측 우인으로 온 지금의 남편과 만나서, 장거리연애 끝에 만나지 5개월 만인 2008년 결혼에 골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8살 딸과 일곱 살 아들을 가진 행복한 가족을 꾸릴 줄도.

그녀는 대학 졸업 후 구리시 집에서 서울 서초구 직장으로 버스와 지하철로 출퇴근 직장생활을 6년가량 하면서 너무 번거롭고 복잡해서 싫었는데, 통영은 조용하고 번잡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한다. 헌데 결혼 직후부터 TV와 각종 매스컴에서 온통 통영 이야기만 나왔고, 심지어 통영에 살고 있는 그녀도 아직 가보지도 못한 장소를 친정엄마가 먼저 방송을 보고 연락해서 “좋더라. 거기 한 번 가봐라” 권유할 정도였다.

홍수현 대표에게 통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소매물도와 등대섬이다. 두 번이나 갈 정도로 너무 좋았다고. 다만 두 번 모두 물길 나는 시간을 못 맞추는 바람에 등대섬까지 가보지 못했단다.

최근은 개성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크다. 누구나 입고 다니는 기성복보다 수제의류나 소품을 원한다고. 특히 많은 엄마들이 자녀 한 명을 위한 옷을 직접 만들어 주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 시중에 없는 유일한 디자인이라는 점은 더 특별한 느낌을 준다. 사이즈가 없어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있고, 원단이 너무 예뻐서 제작하기도 한다. 명품에 비하면 가격은 떨어질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의미는 비교불가하지 않을까? 주로 에코백으로 사용하는 가방도 만들고, 아이용 스카프, 마스크, 각종 파우치(약병, 도시락, 기저귀), 가벼운 낮잠이불 등도 만든다.

요즘은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위해 생일잔치를 한다. 어느 어머니가 자기 딸의 마지막 어린이집 생일파티에 입을 한복을 직접 만들어 주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아무 것도 모르는 엄마를 가르치며 직접 만들도록 도와줬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루에 1~2시간씩 3번에 걸쳐서 결국 완성했을 땐 그 어머니도 홍대표도 큰 보람을 느꼈다.

개업 후 평균 월 5~6건 재작 의뢰가 왔는데, 요즘은 거의 없다. 매장을 방문해서 원단이나 샘플이 얼마나 예쁜지 직접 봐야 재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코로나19 때문에 왕래조차 어려우니 엄청 줄어들었다. “통영은 일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특히 어린아이를 돌보는 젊은 부부한테 한밤중에 응급실 갈 일 생기면 난감하다”는 홍수현 대표. 직접 만드는 의류 및 소품, 재미와 보람을 함께 느끼도록 하는 사랑의 수작질 아닐까? 문의전화는 010-3190-7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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