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인심에 반해 통영정착을 결심한 서울 출신 30대 여성이 자신의 반려견 이름에서 따 온 디저트공방 ‘하치’를 오픈했다. 또 다른 화려한 싱글 진승희(37) 대표가 그 주인공.

곳곳에 70년대 정취를 간직한 명정동 어느 길가 샤시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하치에는 진승희 대표가 직접 만든 디저트의 달콤 고소한 냄새가 은은하다. 아직 창창한(?) 그녀가 서울에서 알만한 직장까지 그만두고 통영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그녀는 “너무 치열하게 일상을 보내면서 내 자신이 누구인지를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조바심과 긴장감의 연속인 서울 일상에 회의감을 느낀 만큼 작은 곳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요즘 청년층은 알려진 만큼 서울생활에 집착하지 않는 듯하다. 이미 지방정착에 만족한 진승희 대표의 친구들도 “서울에서 아등바등 버틸 필요가 없다”고 적극 권했다. 기업체에서 디지털홍보마케팅업무 분야에 종사한 진승희 대표는 “트렌드에 민감한 업종 특성상 신상품이 출시되면 그야말로 전쟁터처럼 치열해 진다”고 회상했다.

서울에 있을 때 이곳 친구들도 있었고, 몇 번 방문한 적도 있던 진대표는 고심 끝에 통영을 정착지로 결정했다. 퇴사한 지 2년만인 2019년 11월이다. 다찌로 상징되는 통영의 식음문화는 서울에서 상상할 수 없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통영친구들의 인심에 몇 차례 감동받았던 터였다. 다찌나 친구들이나 믿음이 바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통영을 선택했다. 지금도 서울친구들이 오면 관광지보다는 통영사람을 더 소개해 주는 편이라고.

마침 청년창업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기쁘게도 ‘디저트스튜디오 겸 베이킹공방’ 하치로 선정됐다. 베이킹 자격증이 따로 필요 없다. 어학연수 때 머물던 아일랜드의 홈스테이 할머니가 집에서 뚝딱 베이킹 하는 걸 보고 흥미를 느껴 옆에서 보고 배우며 홈베이킹에 처음 입문했다.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면서 혹시나 베이킹을 정식으로 배웠다.

지인들은 제대로 돈을 벌려면 죽림이나 무전동이어야 한다고 권했으나, 명정동을 개업지로 정한 것이 진대표에게 어렵지 않았다. 진대표는 “입지선정 측면에서 인구유동을 따지면 다섯 개 중 별 하나에도 못 미치는 곳”임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서울친구들은 입을 모아 “명정동 길은 보물 같은 장소”라고 감탄한다. 명정동 빈 점포 곳곳에 젊은 분들이 입주하고 있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올해 청년창업 4기 과정생 중 2명이 이곳을 개업장소로 정했다고 한다.

진승희 대표의 하치는 카페 본연의 업무와 함께 디저트 및 케이크베이킹 클래스를 열 예정이다. 작년 12월 개업했는데 당시가 연말 성수기였던 점은 다행이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은 있지만 통영이 청정지역인 점 덕분에 지난 주말엔 손님이 제법 왔다. 개업 후 4개월밖에 안 지난 점, 홍보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만족스럽게 순항 중인 셈이다.

‘하치’는 대부분 케이크, 영국식 빵인 스콘, 마카롱, 프랑스식 조가비모양 티케이크 마들렌을 만든다. 생크림, 쑥인절미, 치즈 등 10여 종 있는 케이크는 4000원~6500원 정도하고, 스콘은 2500원~3500원, 다양한 재료의 마카롱은 3000원 정도, 마들렌은 2000원~2500원 사이다. 매일 2개~5개 사이의 색다른 메뉴를 제공한다. 베이킹클래스는 조만간 원데이클래스로 조만간 개강할 예정인데, 수업료는 3만원~10만정도 될 듯.

새로운 통영생활은 그녀에게 만족감을 준다. 서울보다 임대료도 적고, 생활비도 적게 든다는 점은 별로 의미가 없다. 진대표는 “통영에 정착하고 나서 비로소 서울에서 직장을 그만둘 때까지 몰랐던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의 페이스를 발견했다”며 미소 짓는다. 장기적으로 하치공방을 브랜드화 하는 것이 목표라는 진승희 대표. 그녀는 명정동이 젊은이들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녀의 목표가 이뤄져서 예측이 자동으로 맞아 떨어지길 기대해 본다.
주소는 통영시 충렬로 40(명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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