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카페 시루설기의 주인장인 이세희 대표(오른쪽)와 남편 유성훈씨

 

취미로만 여겼지만 이젠 자신의 재능과 손맛을 믿고 과감히 꿈을 펼치기 위해 나선 부부가 있다. 아직 만으로 서른 살이 채 되지 않은 통영 출신 동갑나기 부부 이세희씨(29)와 유성훈씨(29). 그들의 꿈이 영그는 터전, 떡카페 ‘시루설기’를 찾았다.

시루설기는 통영드림존 청년창업 지원사업 제4기 대상자로 지난 2일 정식 개업해 이제 보름밖에 되지 않은 신출내기다. 하지만 주방을 책임지고 있는 부인 이세희 대표는 결코 신출내기라고 얕볼 수 없다. 학창시절부터 전통간식에 관심이 컸던 덕분에 양갱, 도라지전과, 대추고(대추진액 음료) 등을 혼자서 만들어 먹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선물로 주며 극찬을 받았던 아마추어 경력보유자니까. 그런 칭찬은 그녀의 실력을 더 가꾸게 만든 자양분이 됐다.

근데 이 정도 경력은 흔할 법도. 중요한 순간의 판단력과 결정력은 앞으로 그녀를 더욱 빛나게 해 줄 요소가 될지 모른다. 처음 들었을지 모른다, 안경공학이라는 학문이 있다는 사실을. 전문지식으로 무장하고 안경점에 취업했건만 손님들은 여성점원보다는 사장을 더 신뢰하고 있음을 그녀는 깨달았다. 민간자격증인 ‘떡공예 지도자자격증’을 미리 취득했던 터. 지난해에는 역시 민간자격증이고, 심화과정인 ‘라이스케이크&베이킹마스터’ 1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남편으로부터 얻은 청년창업지원 사업에 선정된 뒤 개업장소를 구할 때까지만 해도 ‘떡 공방’을 계획했다. 키즈체험교실, 원데이클래스 등 공방을 열고 주문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지금의 죽림 제석초 정문 앞 매장을 구해 지난 7월 임시개업을 하고보니 밀려드는 손님 받기도 버거울 지경이라, 마침 매장에 홀이 있는 만큼 ‘떡 카페’로 전환결정. 주저하지 않는 결정력이 빛을 발했다고 할까?

조선정보기술학과를 나온 남편 유성훈씨는 거제 조선소 취업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선업종 불황은 그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안정적인 직장이 될 수 있을까하고. 부부는 고교 때 같은 교회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다. 그는 당시 교회에서 매주 빵을 구워 나눠주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던 경험도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과·제빵 국가자격증을 2017년 취득했었다. 실무경험 없는 자격증 보유자에게 줄 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일을 하고 싶다는 부인을 격려해 준 것도 그였고, 그녀에게 자격증 취득을 권한 것도 그였는데, 설마 자기 부인 사업장의 홀 서빙 담당 종업원으로 취업할 줄은 몰랐으리라.

‘시루설기’라는 예쁜 가게이름은 어떻게 만든 것일까? 이세희 대표가 이름 지을 때 세 가지 원칙이 있었단다. 우선, 듣는 순간 떡집인 것을 알아채야 할 것, 그리고 따뜻한 느낌을 줘야 할 것, 마지막으로 귀여운 이미지여야 할 것이었다고. 그렇게 금방 고른 이름은 이미 누군가가 사용하고 있었단다. 좌절하며 고민한 기간이 무려 1주일 이상. “시루에다가 설기 떡을 찌니까 ‘시루설기’로 할까?”하다가 “이 정도면 벌써 누가 사용할 테지?”싶었는데 아니었다고. 그래서 낙찰 봤다, 기쁜 마음으로.

이세희 대표의 시루설기에는 또 다른 원칙들이 있다. 밀가루와 버터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떡을 만드는 주재료인 쌀을 한 가지 품종만 사용한다는 점, 빻는 것을 맡기지 않고 돌 롤러(Roller)를 이용해 직접 빻아 사용한다는 점이다. 여러 종류의 쌀 품종이 섞이면 풍미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 쌀을 직접 빻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시루설기에는 듣기만 해도 미소를 번지게 하는 메뉴가 풍성하다. 보틀(Bottle)떡케이크(블루베리, 단호박, 흑임자), 찹쌀파이(오리지널, 단호박, 모카), 굽지 않고 쪄서 만든 쌀찜카스테라, 오븐에 구운찰떡(초코브라우니, 단호박, 쑥&팥). 이 중 구운찰떡은 인기절정 아이템. 인절미(블루베리, 단호박) 역시 인기품목. 이밖에 휘낭시에, 에그타르트, 파운드, 퓨전설기(바나나, 하트, 초코) 등등도 있고, 조만간 ‘떡피자’를 출시할 예정이다. 치즈가 금방 굳기 때문에 홀 시식을 권할 생각. 물론 오븐에 데워 먹는다면 포장도 오케이. 초등학교 정문인 만큼 아이들을 위한 ‘스쿨메뉴’도 있다. 아이스티, 레모네이드, 초코라떼, 초코칩쌀쿠키, 머랭쿠키 등.

임시개업 당시 원래 저녁 7시쯤 마칠 생각이었으나, 재료가 일찍 동 나면서 오후 4시에 마치기 일쑤였다. “너무 기분 좋고, 보람 느꼈다”는 이세희 대표는 “남아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기 위해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남편처럼 “더욱 많은 손님이 와서 좀 더 경치가 좋은 곳에, 더 널찍한 매장을 구해 2호점을 내고 싶다”는 말에 일단 충실해도 되지 않을까? 죽림 제석초 앞 떡 카페 시루설기에 젊은 부부의 꿈이 영글고 있다, 야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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