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꿀 수 있으니 젊은 것이고, 젊으니 그 앞에 넓은 미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목표의식도 없던 방랑의 고교 졸업시절을 보낸 뒤 우연히 접하게 된 메이크업에 마법처럼 빨려 들어가, 서울에서 풋내기 시절을 경험한 20대 통영여성이 이제는 세계적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꾼다. 여전히 객지생활을 해도 되고, 무쇠를 씹어 먹어도 끄떡없을 나이임에도 벌써 고향에 터를 잡고, 그토록 원하던 개인 숍을 개업한 고보경(26. 사진) 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남망산·동피랑 인근이라 카페로 착가하는 관광객 많아

고보경 원장이 자신의 이름, 정확히는 성(姓)을 내걸고 있는 고살롱메이크업은 동피랑 건너편 남망산공원 진입로 대로변 2층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혹시 여기 카페 맞아요?”하며 관광객들도 자주 찾아오는 곳이다. 널찍한 가게 안은 실제로 카페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아늑해 보인다.

고보경 원장은 이곳에서 메이크업과 강좌 두 가지 일을 본다. 메이크업이라면 말 그대로 화장이다. 여성이라고 전부 다 화장에 능수능란한 것은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니까. 노하우도 있어야 하니까.

고원장은 데일리메이크업(일상적인 화장)부터 웨딩·돌잔치·기타 각종 행사를 위한 메이크업까지 도맡는다. 손님에는 개업홍보 도우미들도 있고, 무대공연자 등도 있으며, 면접이나 소개팅을 위해 하는 경우도 있다.

그 외 메이크업 강좌도 있는데 데일리클래스, 국가자격증클래스 두 가지가 있다. 수강생은 99% 메이크업에 관심 많은 여성들이다. ‘화장을 잘 못해서’라거나, ‘색 조합에 대해 배우고 싶어서’, ‘얼굴 단점을 메이크업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알고 싶어서’ 아니면 ‘전에 해 주셨던 아이라인이 잘 번지지 않던데 그 비결을 배우고 싶어서’까지 이유도 다양하다. 이런 종류는 대개 원포인트 레슨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국가자격증클래스는 다르다. 최소한 6개월은 잡아야 한다. 대형학원에서 3개월 합격반 운영한다는데, 3개월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고보경 원장의 생각이다. 메이크업에 국가자격증이 도입된 게 2017년인데, 고원장이 제1기 취득자다.

비용도 만만찮다. 데일리클래스는 메이크업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1회 10~20만 원 정도지만, 자격증클래스는 재료비를 별도로 하고도 최소한 200만~300만 원이 들어간다. 강의도 6개월 동안 매일 받아야 한다.

 우연히 신나는 일 찾았고, 일생의 목표까지 생겼다

고보경 원장은 통영여고 졸업 후 대학진학을 위해 선택한 학문에 아무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고, 의욕도 없어지면서 고민과 방황을 거듭했다고 한다.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 대구에 혼자 독립해서 살았는데, 돈벌이를 찾던 중 우연찮게 구인광고를 본 것이 인연이 됐다. 그저 ‘막내구함’이라는 광고에 짐꾼·청소 등 잡일 알바를 구하는 줄 알았다고.

알고 보니 어떤 회사 소속의 메이크업 팀이었다. 쇼핑몰·광고촬영용 메이크업을 하는 팀의 막내로 일단 일을 시작했는데, 여러 도시로 출장을 가는 일이며, 메이크업이며 너무 적성에 맞고 재미있더란다. 그렇게 1년쯤 지나니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히면서 깨달았다. “맞다. 난 배우지도 않았고, 아무도 가르쳐 주지도 않았지!”

학원은 비싸서 대학전공을 결심했고 대구공업대 메이크업·분장 예술학과를 진학했다. 1학년 때는 학업과 직장을 병행했으나, 2학년 땐 공부에만 집중해야 했다. 이미 동급생들보다 나이도 많고, 결심한 바 있다 보니 학업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장학금도 받고, 교수님 추천으로 서울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서울생활을 오래 지속할 수는 없었다. 2년여 서울생활을 마무리하고, 통영으로 돌아온 것이 2018년이었다.

그리고 통영시 청년창업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만일 여기서 좌절하면 다시 힘든 객지생활을 해야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모든 것을 다 걸었다. 일생의 직업이지만 월급쟁이로는 박봉이기 때문에. 그래서 “정답은 내 숍을 차리는 수밖에”였다고. 그렇게 2020년 8월 개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그녀의 주요수입원인 각종 행사가 연기되고 취소됐다. “아예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다. 그래야 상처를 안 받으니까” 그녀는 말했다. 올해는 4~6월까지 제법 바빴다. 데일리클래스도 한 달에 20~25명 정도 온다.

고보경 원장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또는 영국에서 메이크업을 2~3년 정도 더 배우는 것이고, 다른 것은 그녀의 이름을 내건 ‘화장품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다. ‘고보경 코스메틱’이라는 메이커가 유명해지면 그녀의 고향 통영은 덩달아 이름을 날릴 수 있게 된다. 통영시 청년창업이 그녀의 꿈을 도왔으니까. 국가자격증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무결점’ 96점을 딴 그녀라면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말마따나 ‘재능과 노력의 콜라보’로 그녀라는 브랜드가 런칭 정도가 아니라 저명해질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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