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니앤양이 김도형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작업 도중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취했다.
꾸니앤양이 김도형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작업 도중 직원들과 함께 포즈를취했다.

 

 댕댕이, 멍멍이 글자를 재미있게 비틀어 읽는 신조어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걸맞게 관련업계도 호황이다. 펫샵은 물론 펫호텔, 펫미용실도 자연스럽다, 이젠. 더구나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집콕생활이 증가하면서 가족과도, 반려동물과도 더 밀접해졌다.

꾸니앤양이. 통영 도산면에 있는 반려동물용 수제간식 제조업체다. 경남도내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 규모. 김도형 대표(39)와 3명의 직원은 취재차 방문했을 때도 간식 만드느라 바빠 보였다.

김도형 대표는 진해 출신이다. 2012년 결혼한 그의 부인은 경기도 의정부 출신이다. 통영에는 연고가 없다. 김도형 대표는 “연고가 없는 곳에서 새롭게 출발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원래 바다와 낚시를 좋아해 취미생활을 위해 통영 자주 찾았다는 김대표는 “그냥 복잡한 도시가 싫었고, 바다와 낚시가 좋았으며, 드라이브에 안성맞춤인 해안도로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란다.

결혼 9년차지만 아직 아이가 없는 김대표는 “처음 2년간 3톤 낚싯배를 운영했다”고 한다. 그럭저럭 잘 됐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야 하는 생활이 힘들었고, 텃세도 겪었다. 낚싯배를 정리하고 삼성중공업에 취업했다. 현장직이지만 노동강도가 약한 편이었고 반면 보수도 괜찮았다. 조선불황은 그를 2017년까지만 근무하게 만들었다. 자의반타의반이라고 할까?

게인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원래 강아지도 좋아했던 터라 반려동물 수제간식 제조업 창업을 결심했다. 업체명 꾸니앤양이도 키우는 강아지 ‘김군’과 ‘김양’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당시 반려동물 간식시장은 중국산이 점령하고 있었고, 이미 수제간식 붐이 일어난 지도 10년 정도지난 때라, 업계에서는 ‘고점을 찍었다’고 평가했지만, 김대표는 “여전히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이 바닥이 커피 업계와 비슷해 쉽게 개업했고 쉽게 폐업했다.

개업 6개월 만에 폐업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꾸니앤양이는 대량생산에 도매납품을 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김대표는 말한다. 경남에서 다섯 손가락 드는 규모다. 완전건조 오리목뼈는 월 3톤을 생산하고, 꾸니앤양이 시그니처 간식 우스틱은 월 2톤을 생산한다. 갯수로는 1만개나 되며, 우스틱 생산업체는 국내 5번째다. 우스틱은 수소생식기를 건조한 것인데, 강아지들이 아주 좋아하는 고급간식이다.

이밖에 오리날개 1~1.5톤, 건조스틱형 참치육포 0.5톤 등 총 20종류의 간식을 생산한다. 거래업자들은 김대표가 대형 간식제조회사에 다니다가 독립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한 간식을 잘 만들기 때문인데 사실 그의 지식은 민간자격증을 따서도 아니고 오로지 독학을 통해서 얻은 것이다. 물론 업체를 찾아다니며 가르쳐 달라며 맨땅에 헤딩한 적도 있다.

2018년 5월 사업자등록을 냈지만 본격 시작은 2019년 2월부터였다. 통영시 청년창업존 도움을 받았다. 당시엔 매장도 있었고, 2~3군데 납품했지만 승부가 날 것 같지 않아서 본격 도매납품분야에 뛰어들었다. 펫박람회 참여업체, 사설 애견운동장을 찾아다니며 납품하고 홍보했는데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납품업체가 30군데쯤으로 늘어나자 넓은 장소가 필요했다. 작년 12월 용남면에서 지금의 도산면으로 이전해 올해 1월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직원은 3명인데 조만간 2명 정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처음엔 좌절도 겪었다. 우스틱이 완전건조가 안 돼서 전량 폐기한 적도 있고, 오리목뼈를 건조기에 넣고는 전원도 켜지 않고 퇴근한 바람에 건조는커녕 상해서 역시 전량 폐기한 경우도 있었다. 펫박람회 납품일정을 맞추지 못해 납품당일 부산까지 황급히 직접 배송한 적도 있다. 사업초기였기 망정이지 지금 같으면 큰일 날 일이다.

작년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지 않은 업종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업계만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덕분에 수혜를 봤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작년 3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시작치고는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다. 통영시의 청년창업 지원금도 큰 도움이 됐다. 장비구입, 임대료 납부까지 거의 지원금으로 해결했다.

김도형 대표는 통영에 살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다가, 이 사업을 시작한 뒤 부산, 김해, 대구에서의 배송물류비가 부담되는 것을 알게 됐다. 다만 대도시보다 경쟁자가 없어 사업정착에는 이점이 있다. 수도권이었다면 이런 소규모로는 경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먼 처가를 오가기 어렵지만, 머잖아 KTX가 개통하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김도형 대표. “횟집, 치킨집 외에 다양한 음식점이 있으면 좋겠어요”라며 환히 웃는다. 기회의 땅 통영에서 다양한 청년창업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너나없는 마음일 것이다.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