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라이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정지훈 이사장과 유최늘샘 감독(좌)
리얼라이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정지훈 이사장과 유최늘샘 감독(좌)

‘요즘 아이들은 기성세대와 유전자가 다른 건지도.’ 두 살 박이 꼬맹이가 스마트폰 화면스크롤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 한 적 없으신가, 독자들은? 하긴 불과 몇 십 년 전에는 무선전화기조차 없었고, 전화기가 발명된 것이 겨우 150년 전이니.

인쇄물시대는 저물고, 영상시대가 떠오르는 것이 엄연한 현실. 더구나 웹과 결합한 즉시성, 소통형의 영상시대가 대세 아닌가? 문자보다는 사진이나 영상으로 세상을 바라보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고, 이는 젊은 세대일수록 더하다. 그런 젊은이들을 향해 손을 내밀고, 영상시대의 존재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일깨워주는 곳이 바로 명정동 서피랑 ‘리얼라이즈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협동조합’(이사장 정지훈. 이하 리얼라이즈협동조합)이다.

우연과 필연이 얽히고설켰다는 세상. 부산 태생으로 고2때인 2001년 통영고로 전학 온 정지훈 이사장(37)이 사진이나 영상과는 전혀 상관없이 경영학을 전공하다가 부친의 사업실패로 취업에 나선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그렇게 두 번째 취업한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하필이면 웹업로드용 사진촬영이었으니, 부친의 전공이 사진이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이는 우연이라 평가할까? 아니면 필연일까?

학업보다는 R&B 음악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자유로운 영혼의 뮤지션을 지향했던 정지훈 이사장의 대학경험이 지금의 자산이 됐는지 모른다. 점점 관심이 커지자 사진에 관해 더 파고들었다. 지역 활동가들과 교류하면서 영감을 얻었고, 실력도 키웠다. 욕심이 생기자 퇴사 후 ‘245스튜디오’를 창업했는데, 그해 겨울 통영토박이 현재 부인과 결혼을 감행한 ‘간 큰 남자’기도.

프로필, 무대, 여행사 홍보영상, 리플릿 등등 의뢰를 받아 출장촬영을 했고, 문화재야행사업 사진촬영과 홍보영상 제작에도 참여했다. 젊다는 것은 저질러 본다는 것이고, 겁이 없다는 것 아닌가? 당시 사회적 경제, 사회적 기업이 한창 화두였고, 도시재생사업이 중심이었다. 여기에 수직적보다 수평적인 관계로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고, 결국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리얼라이즈협동조합을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2020년 1월, 출자자 10명으로.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에 재미를 확 느낀 강렬한 기억이 정지훈 이사장을 마을학교로 인도했다. 그 혼자였으면 감당하기 어려웠겠지만 아무런 문제 아닌 것이, 출자자들 역시 각 분야 재능있는 전문가들이니까. 지역 중·고생 14명을 대상으로 오전에는 ‘영화제작수업’, 오후에는 ‘짧은 영상 제작수업’을 진행 중이다. 오전반은 유최늘샘 감독이 맡고, 오후반은 정이사장이 지도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오전반은 7명 중 5명이 여학생이고, 오후반은 7명 중 5명이 남학생이라는 점. 여학생들은 시간이 긴 영화제작에 관심이 더 크고, 남학생들은 짧은 시간 즉흥적인 영상제작에 더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성비(性比)에 웃음이 난다, 피식.

코로나로 총10회로 예정된 수업을 8회만 하는데, 그것도 주 4회니까 보름이면 완료다. 그래도 영화제작반을 총괄하는 통영 출신 유최늘샘 감독은 8월 15일 마감하는 2021 김포 국제청소년영화제에 단편영화를 출품할 계획. 성과를 내기위해서보다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생각과 목표는 있어야 해서라고. 유최 감독은 총괄조정만 할 뿐, 모든 작업은 영화제작반 7명 학생 모두가 감독, 시나리오, 콘티, 촬영, 녹음, 연기 등 각 분야를 분담해서 한다. 마감이 임박한 만큼 분량은 10분 정도라고.

정이사장의 오후반에는 휘발성 강하고 사람의 눈을 확 잡아끄는 강렬한 짧은 영상 제작 교육을 한다. 유최늘샘 감독은 “반드시 시인, 작가가 되려고 글 쓰는 게 아닌 것처럼, 꼭 영화배우나 감독이 되기 위해 영상제작을 하는 것 아니다”라고 가르친다. 다만, 영상제작 과정을 배움으로써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면 만족 한다고.

교육청에서는 학기 중에도 마을학교를 운영해 주길 바라지만 리얼라이즈협동조합은 고민 중이다. 교육에만 매달릴 수 없는 현실적 문제 때문에. 협동조합은 오는 9월에 욕지도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사진, 영상, 일러스트, 테라리움, 목판화 등 조합원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협동조합은 특정 섬을 소재로 정기적인 전시회까지 구상 중이다.

“상품(商品)보다는 작품(作品)을 하고 싶다”는 정지훈 이사장. 이렇게 통영의 예술적인 DNA는 마을학교이던, 전시회이던 ‘외형’만 달리할 뿐 면면이 지역의 재능꾼들에게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