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전무 이수자인 박정순 교장(왼쪽)과 김정희 교사(가운데) 그리고 심미련 교사

 K-컬처가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가끔은 스스로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하던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우리도 스스로의 매력을 자각하고 있다. 소중한 전통문화 자산을 다음 세대에게 잘 넘겨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닐까?

통영 ‘아리랑예술학교(교장 박정순.사진)’는 이미 20년째 그 길을 걷고 있고, 올해 처음으로 마을학교를 개교함으로써 선배 세대로서 후배들을 위한 책무를 다하고 있다. 남해군 태생으로 1986년 시집오며 통영을 고향으로 삼은 아리랑국악원 박정순 원장이 마을학교를 맡은 것은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운명 같은 동기가 작용했던 것 같다. “20년째 학원을 하고 있다 보니, 제자들이 성장해서 자신만의 학원을 다시 개원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기 그지없다”고 말하는 박교장. 학원에서는 원장, 학교니까 교장인 셈.

“광주광역시, 창원, 거제, 사천, 고성 등 제자들의 학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직접 지도하기도 하고, 자격증 심사도 한다”는 박정순 교장. 사실 그 보람은 가족들의 희생을 통해 얻은 것일지도. 지금은 장성해 독립한 딸은 엄마처럼 한국무용을 배울 법도 한데 “무용은 절대로 안 해”라며 자른다고. 학창시절 엄마가 해 주는 따뜻한 밥 먹고 오는 친구들 모습을 보면서 “아마 엄마한테 많이 섭섭했던 모양”이라고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 아들은 결혼할 때 배우자(며느리)가 다니던 직장마저 그만 두게 하고 전업주부가 될 것을 약속했다고. 맞벌이가 너무나 당연시 되는 요즘, 여성의 경력단절을 오히려 더 안 좋게 생각하는 지금, 그것도 스튜어디스라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직업을. “얼마나 사무쳤으면...”이라는 박원장은 여전히 학원에서 제자들과 동고동락하고, 마을학교에서 열성적으로 가르치는데 “이젠 남편이 혼자서 식사차려 먹고 있어 미안할 지경”이라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주부·엄마로써뿐 아니라 생활인이자 교육자로서 박정순 원장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박교장이 믿는 구석은 마을학교에도 있다. 지난 6~8월 3개월간 매주 1, 2회씩 2시간 동안 전통무용 배우느라 열정을 쏟은 30명의 어린 학생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이 절반씩이었던 수강생 대부분은 무대 위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끼는 가지고 있어도, 처음엔 여전히 또래아이들 같이 수줍음도 잘 탔다.

승전무·장구·난타 세 클래스로 나눠서 진행된 수업은 박원장의 동지인 김정희 교사(승전무)와 심미련 교사(난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첫 째달은 기초 다지기에 힘썼다. 몸을 격렬하게 움직이다보니 복식호흡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승전무’는 세심한 손동작, 발 매무새가 몸에 배야 한다. 타악기인 ‘장구’는 ‘강약조절을 좀 할 줄 안다’는 소리 듣기엔 두 달로는 턱없지만 감각을 익혀야 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안성맞춤인 ‘난타’도 리듬감과 화려하지만 절제된 애들립 퍼포먼스가 필수다.

사실 지난 8월말 경 작품발표회도 가졌다. 코로나19로 인해 화려한 무대를 차릴 수도 없었고, 열정적인 관객을 들일 수도 없어서 아쉬웠지만, 익숙한 아리랑국악원 플로어에서 의상까지 맞춰 입고 조촐하게 공연을 펼쳤다. 자신들이 원해서 무용과 타악기 수강을 했기 때문에 별로 쭈뼛거리는 아이들은 없었다. 그래도 여학생이 대부분이고 남학생이래야 4명뿐이어서 처음엔 서먹해 했다고.

무대공연이 가지는 교육적 효과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거나,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박원장은 “연말 발표회를 하면 자신의 자녀가 반드시 무대중앙에 서야 한다고 고집하는 학부모가 있다. 원하는 대로 안 해준다고 그만 두는 경우가 꼭 생긴다”고.

그런데 무대중앙에 서는 것이 반드시 가장 미모가 돋보여서가 아니고, 가장 실력이 출중해서도 아니란다. “관객석에서 바라볼 때 무대의 균형감, 완성도를 고려해서 배치한다”고. 그러므로 무대공연은 팀플레이가 필요하고, 때로는 희생정신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교육이 추구하는 바가 아닐까?

박정순 교장은 “다쳐서 공연을 하지 못한 아이가 섭섭해 하고, 처음엔 서먹하다가 결국 함께 어울리는 등 아이들의 변하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 중요과목 위주로 교육하다보니 국악이 소외되는 추세가 가장 안타깝다는 박교장. 그래도 아이들이 난타과정을 아리랑국악원 프로그램에 넣어달라고 조르던 일은 기쁘기만 하다. 옛것을 전파하고, 더 많은 학생들에게 배울 기회를 주고 싶은 그녀는 “통영시 차원에서도 전통무용 프로그램을 지원했으면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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