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남 양산에서 개최된 경남도민체전 개막식날 저녁 통영시체육회 임원만찬에 참석한 정점식 의원이 인사를 하는 모습. 맞은편에 천영기 시장, 안휘준 회장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인다.
작년 경남 양산에서 개최된 경남도민체전 개막식날 저녁 통영시체육회 임원만찬에 참석한 정점식 의원이 인사를 하는 모습. 맞은편에 천영기 시장, 안휘준 회장이 박수를 치는 모습도 보인다.

안휘준 회장, ‘내 사람 쓰기’ 고집으로 체육계 전체 논란수렁에 빠트린 건 아닌 지도 살펴야

천영기 시장, ‘예산으로 길들이기’시 ‘선거판에 휘둘리는 체육계’ 고착화 우려해야

26년 영호남 우정이 절체절명 위기에 빠졌다. 천영기 통영시장과 안휘준 통영시체육회장 사이의 끝 갈길 안 보이는 갈등 속에 자매도시 여수와의 체육교류전이 26년 만에 무산위기다. 지난해 천영기 시장의 지방선거 당선과 시장 취임 이후 시작된 두 사람의 갈등으로 자칫 오는 10월 양산시에서 열릴 예정인 제34회 경남생활체육대축전 출전 보이콧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전국적으로 망신살이 뻗치기 일보직전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본인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예산으로 체육계 길들이기’ 하려는 천시장과 ‘내 사람 쓰기’ 고집으로 체육계 전체를 지방정부와 대척점에 세운 안회장의 갈등 때문에, 이 사태가 긍정적 또는 부정적 어느 결론에 이르더라도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지역체육계의 위상과 체육인의 명예에 돌이키기 힘든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더 큰 책임은 천영기 시장에게 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이는 그간의 경위, 양측의 해명, 지자체와 체육회의 일반적인 관계 등을 놓고 평가해 보면 자명하다. 특히 관선 체육회이던 조직을 2020년 이후 민간 체육회로 완전히 독립시킨 취지를 놓고 봐도 그렇고, 체육진흥협의회 조직에 관한 조례를 제정토록 한 목적을 봐도 그렇다.

‘千-安 갈등’의 단초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천영기 시장은 표면적으로 체육회와 아무런 갈등이 없는 듯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6월 이후 주요 행적을 훑어보면 지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역정가에서는 작년 지방선거 국면에서 안회장의 체육회가 천시장의 경쟁자였던 강석주 후보의 선거운동을 도와줬다는 소문 때문으로 짐작한다. 물론 이를 안회장 측은 전면 부인한다. 안휘준 체육회장이 지역기자단과 간담회 자리에서 밝힌 내용(관련기사 4면)을 보면 이를 헛소문이라고 일축한다.

그는 당시 선거운동에 관여하지 말라고 사무국과 체육계에 신신당부를 했고, 체육회장과 국장은 어느 캠프라도 격려방문조차 일절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시장당선 후 천시장 캠프 측 인사가 신임 체육회장이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몇몇 사무국장 후보자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개월 정도 지난 8월말 양산시에서 제61회 경남도민체전이 열렸다. 다음 대회 개최지로써 천영기 시장을 비롯한 통영시는 대회운영 노하우를 익힐 좋은 실전기회였다.

첫날 개막식과 입장식을 마치면 출전종목단체별로도 만찬을 하고, 각 시군 체육회는 임원만찬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자리에는 종목단체 회장들, 체육회 임직원, 시장·국회의원이 참석하는 것이 관례다. 하긴 김동진 전 시장 때 단 한 번도 통영체육회 도체 임원만찬에 참석하지 않은 이군현 전 의원 사례도 있다.

작년 8월엔 천영기 시장은 물론 정점식 국회의원, 김미옥 통영시의장, 김태규 경남도의원까지 참석했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본 기자는 천시장과 정의원이 만찬에 참석한 사실에 주목했다. 당시까지 소문으로 들리던 ‘천-안 갈등’이 해소된 증표로 보였기 때문이다.

고성군과 같은 지역구라는 특성 상 국회의원은 고성군체육회 임원만찬에도 참석하기 위해, 통영에서는 길어야 1시간 정도 할애하는 것이 보통이고, 시장 역시 1시간 정도만 함께 한 다음 체육회 임원들을 배려해서 자리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작년 천시장과 정의원은 3시간 가까이 만찬을 함께 했고, 이 역시 본 기자에게는 체육회와 화해의 제스처로 읽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화해무드는 없었음을 보여줬다. 통영시가 체육회에 대해 전격적으로 감사를 했기 때문이다. 지역정가에서는 체육회장과 사무국장을 길들이려는 표적감사라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통영시는 이를 부인했었다. 감사 결과에 대해 천영기 시장은 지난 2월 도체 대비 연석회의서 “5년 동안 1600여 회나 무단지각 한 것”을 지적하며 체육회의 모럴해저드를 지적했다. 감사에서는 체육회 상임부회장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지출”도 지적받았다.

이에 대해 안휘준 회장은 역시나 간담회(관련기사 4면)에서 해명했다. 체육회 업무특성 상 외부출장이 잦은 점, 지도감사였다면 곧장 시정했을 것이라는 점, 민선체육회 이전 관선체육회 때 일까지 들추는 점 등을 거론하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기 감사결과를 놓고 지역 A인사가 ‘통영시체육회 사유화 저지 및 감사결과 관련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도 우연이 아니라고 안회장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회장은 당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반박문을 배포했었다. 김홍규 전 체육회 사무국장은 작년 12월 사직했다.

얼마 뒤 또 다른 반전이 벌어졌다. 지난 2월 체육회 정기총회 개회에 앞서 천영기 시장이 총회장을 전격 방문해 안회장과 악수까지 나눴다. 당시엔 3월말로 예정됐던 자매결연 도시 체육교류전에 천시장과 시청공무원들의 참가여부가 관심사였는데, ‘전격방문으로 인해 화해모드가 조성됐고, 참가가 유력해졌다’고 당시 본지도 보도했다.

하지만 이마저 결국 무산됐다. 당시엔 6월초 통영에서 개최가 예정됐던 62회 경남도민체전 준비로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던 시기라, 일정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호남 체육교류전 주최자인 여수시로서도 통영선수단의 방문시기를 알지 못한 채 행사일정을 잡을 수도, 장소예약을 할 수도 없었던지라 이후 시간만 차일피일 흘렀다.

그러다가 갈등의 정점에 이르게 된 것이 지난 8월이다. 체육회에 따르면 통영시가 8월초에 “영호남 체육교류전 예산을 지원할 수 없다”고 공식통보해 왔다는 것. 그에 대한 대응으로 체육회는 3대 요구사항을 담은 공문을 통영시로 발송했다고 한다. 안휘준 체육회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3대 요구사항 외에도 몇 가지에 대해 설명했다.(관련기사 4면)

결원된 생활체육지도자 채용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부분, 지역체육진흥협의회 결성을 미루는 부분은 ‘체육회 길들이기’라는 비판이다. 과거 시장·군수가 체육회장을 겸하던 관선시대를 끝내고, 체육회 수장을 체육인 스스로 선택하도록 한 것은 체육회를 예산이라는 수단으로 흔들며 갈등을 끊임없이 유발시키던 구태를 없애기 위해서였다.

지금 천영기 시장이 하려는 것은 민선체육회 출범취지를 몰각하고 체육계를 갈등의 수렁으로 몰아넣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안휘준 회장도 스스로 되돌아볼 부분이 있다. 전임 사무국장은 김동진 시장과 강석주 시장을 거치며 사무국장만 7년째 맡았다. 너무 내 사람만 쓰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체육계 내 인재풀의 선순환을 가로막은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온다.

모든 것을 떠나 체육계는 체육인들의 손에 맡겨야 한다. 사적으로 눈에 가시 같은 존재가 있을 수는 있지만, 통영시장이라는 공적인 위치에서는 모든 정파·진영을 아울러야 한다는 것이고, 공동체의 갈등을 지속시키는 방향이 아닌 근절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그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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