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튼 i360 전망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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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 된 英남부 브라이튼 i360, 통영이라면 ‘장군의 칼’ 명성·별칭 얻을 것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한때 꽤나 유행했던 어느 개그맨의 대사다. 올림픽·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기억해도 2, 3등은 누군지 잘 모른다. 세계최고봉은 쉽게 알고 있어도 두 번째 높은 산은 알쏭달쏭하다. 최다홈런을 친 이승엽은 기억해도, 역대2위는 제법 헷갈린다. 최근 경향이 변하긴 했다. 1등은 못했어도 투지와 열정만 보여주면 2등도, 3등도 기억해 주고, 높이 평가해 주기도 한다.

미륵산 조망케이블카가 국내 최초는 아니었다. 하지만 곤돌라형식 8인승 캐빈 40여개가 자동 운행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였고, 미륵산의 아름다운 산세와 남해안 다도해의 절경, 풍부한 문화자산을 갖춘 해양수산도시의 콘텐츠가 어우러져 개장 직후부터 인기를 끌며 국민케이블카라는 영예로운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전국 지자체마다 케이블카 설치붐을 일으키며 현재는 그 역효과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는 있지만.

관광부진과 관광객 유치에 애를 먹고 있는 통영시와 통영관광개발공사는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본지가 지난호에 소개한 것처럼 달아공원에 원반형전망대를 설치한다거나, 통영항 오션뷰케이션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운다는 것 말이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 외에도 대관람차 건설구상도 있는 모양이다. 거대한 회전식 놀이기구 말이다.

대관람차하면 알려진 곳만 해도 숱하다.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대관람차는 1982년 개장했다가 2010년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예전까지 대관람차는 주로 놀이공원의 체험시설로 만들어졌는데, 양산 통도환타지아 관람차·대구 동성로 대관람차·인천 월미도 대관람차·광주 패밀리랜드 대관람차(빅아이)가 그런 케이스.

1998년 개장한 일본 오사카 덴포잔 대관람차는 여전히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관람차는 영국의 런던 대관람차다. 1999년 12월 31일 21세기를 하루 앞두고 운행을 시작해 ‘밀레니엄 런던아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대관람차를 눈(eye)으로 이름붙인 원조라 할 수 있다. 월미도 대관람차는 문아이, 패밀리랜드 대관람차는 빅아이, 2022년 개장한 속초아이, 지난 5월 개장한 사천아이라 불리기를 원한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은 좀 달라서 마포구에 건설 예정인 대관람차는 ‘서울링’이라고 불릴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영에 대관람차를 건설하고, 통영아이 아니 통제사의 눈이라고 이름 붙인들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미륵산케이블카 개장했을 때 정도의 반전을 이끌어 낼 수 있겠는가? 어드벤처타워, 통영VR존 같은 뼈아픈 실패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증이 충분히 될까?

색다른 뭔가를 찾아야 한다. 사상 처음이면 더 좋다. 이 세상 어느 나라, 어느 도시도 해보지 않은 최초의 시설·어트랙션이라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고, 더해 매력이 넘친다면 성공의 장미 꽃길을 걸을 수 있게 된다. 원조를 넘는 후발주자는 드물다.

1등이어야 한다는 것.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2등은 돼야 하는데, 가능한 빨라야 한다. 그렇게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은데 그걸 런던아이가 해냈다. 대관람차는 전세계 숱하게 많았지만, 런던아이가 그 성공신화를 모두 끌어안아 버렸으니까. 런던아이가 후발주자이긴 했지만, 밀레니엄 전환기에 상징적인 시설을 건축함으로써 그 위상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이른바 패스트 세컨드(Fast Second.빠른 2등) 전략.

미국의 허츠(Hertz)와 애비스(Avis)는 렌트카 업계 1, 2위 업체인데, 애비스는 철저하게 허츠를 따라한다고 한다. 허츠가 지점을 신규개소하면 애비스는 그 인근에 지점을 연다. 시장분석과 사업개척을 위한 R&D비용을 절감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저렴한 이용요금을 제공한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디즈니랜드를 따라 짓는다. 디즈니가 플로리다에 지으면(1971년) 유니버셜은 플로리다에(1990년) 짓고, 도쿄(1982)에 지으면 오사카(2001)에, 파리(1992)에 지으면 스페인(1998)에, 홍콩(2005)에 지으면 싱가포르(2010)에, 디즈니가 2016년 상하이에 개장했더니, 유니버셜은 2021년 베이징에 개장했다.

통영이 무엇이라도 세계최초의 관광시설을 과감하게 건설하겠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여겨진다. 세계최초가 곧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런데 세계최초의 무언가를 건설하는 것이 고위험이라 여긴다면 패스트세컨드 전략을 채택할 필요성은 있다. 그리고 ‘브라이튼 i360 관람타워’를 제안한다.

로마 시대 영국 남부 항구도시로 세워진 브라이턴은 18세기 영국왕 조지4세의 후원으로 성장했으며, 19세기 연결되며 빅토리아시대에 전성기를 보낸 관광도시이자 휴양도시이며,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보유도시로도 잘 알려졌다. 인구는 27만 여 명. 그런데 우리나라엔 덜 알려졌지만, 브라이턴이 더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2016년 브리티시 에어웨이즈 i360 관람타워가 개장되면서부터다.

브라이턴 i360 또는 브리티시 에어웨이즈(British Airways) i360으로 알려진 이 전망타워는 영국항공 소유로 브라이턴 도심지 해안가에 세워졌으며, 긴 원통형 모양의 중앙 지지대를 도넛 모양의 전망대가 오르내리는 유일무이한 형태로 유명하다. 세계최초의 공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특별기록다큐 영상까지 있을 정도인 이 전망타워는 브라이턴의 상징이 됐다. 파리 에펠탑,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런던아이처럼. 모두 세계 최초라서 가능했다.

건설비용으로 4600만 파운드(약745억)정도를 투입한 브라이튼 i360의 타워는 높이가 무려 162m이고, 지름이 3.9m나 된다. 하지만 너무나 거대해서 멀리서 보면 마치 가느다란 쇠꼬챙이처럼 보인다. 전망포드(도넛형 전망대)는 138m높이까지 올라간다. 상반부가 전면투명유리로 제작된 전망포드는 지름 18m, 높이 4.7m에 무게만 해도 90톤에 이른다.

전망포드가 최고높이까지 올랐다가 탑승지점으로 내려오기까지 소요시간은 25분 정도다. 지상에서 138m까지 올랐다가 잠시 머문 뒤 내려오는 것을 감안하면 길지는 않은 시간이다. 요금이 저렴한 편도 아니다. 성인기준 2만 7000원~3만 원 정도. 하지만 전망포드의 천정높이가 4.7m인 점, 상승하강 하는 내내 투명창을 통해 전망을 할 수 있는 점, 세계에서 유일한 체험인 점 등을 감안하면 값어치는 하는 셈이다.

브라이턴i360의 경우 보통 오전 10시 30분 첫 탑승을 시작해서 평일엔 저녁 6시 30분, 주말엔 저녁 8시 30분까지 운행한다. 결혼식 등 각종 행사도 전망포드에서 개최할 수 있어서 새로운 풍속도를 낳기도 한다. 전망포드 내부에는 스파클링 와인 판매대만 있고, 나머지 식음료는 판매하지 않는다.

만일 통영에 이런 형태의 전망타워를 건설하면 어떨까? 세계최초는 아니어서 두 번째지만 여전히 유니크한 체험시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주말 저녁 9시까지) 시간당 2회 총 16회 운영하며, 매 운행마다 100명 정도 탑승에 객단가 2만원으로 가정하면 하루매출 3200만 원 정도다. 캐릭터 등 관련 상품판매로 인한 자체 수익증가 여지도 크고,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통영에 건설할 360도 전망타워의 명칭은 뭘로 하면 좋을까? 공식명칭은 통영360전망타원, 약칭 TY360으로 하면 될 듯하다. 애칭이 중요하다. 애칭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고장인 것을 고려해 ‘장군의 칼’ 또는 ‘장군검’이 어떨까? 전망포드가 최고높이에 이른 모습을 멀리서 보면 마치 장군의 칼처럼 보이지 않는가? 기왕이면 다양한 측면에 의미를 부여하면 더 좋을 것이다. 브라이턴i360은 높이가 162m라지만 TY360은 159.2m로 하면 만족할 만하다. 이 높이까지 세계최고일 필요는 없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해, 한산해전 대승리를 거두었던 1592년을 기리면 충분하다. 전망포드는 반지름을 2.706m 정도로 세세하게 만들자. 그럼 도넛형태의 전망포드 면적이 23㎡쯤 되니까. 물론 이는 충무공의 23전 23승, 불패신화를 상징한다.

통영은 머잖아 KTX가 개통하면 관광도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허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전 세계인들이 찾아오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통영이 세계인의 눈과 귀에 들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것, 글로벌한 것에 우리 스스로 익숙해져야 한다. 아는 것만큼 보이는 법이다. 

마치 장검을 모래해변가에 꽂아둔 것 같은 모습이, 통영에 건설할 명분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마치 장검을 모래해변가에 꽂아둔 것 같은 모습이, 통영에 건설할 명분을 제공하는 것 아닐까?
원래 브라이튼 해안가에는 위와 같은 대관람차가 있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관심도 받지 못한 대관람차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BAi360을 세웠다. 
원래 브라이튼 해안가에는 위와 같은 대관람차가 있었다. 시대에 뒤떨어지고 관심도 받지 못한 대관람차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BAi360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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