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 자연, 케이블카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통영같다.(사진/인터넷캡쳐)
항구, 자연, 케이블카가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통영같다.(사진/인터넷캡쳐)

크루즈여행은 수많은 이들에게 꿈과 같은 일이다. 비행기여행, 자동차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종류의 여행이다. 아무리 멋진 일정을 잡고, 아무리 고급호텔에 머물러도 여행에는 여독(旅毒)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크루즈여행은 여독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크루즈여행이 은퇴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부여행 방식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크루즈여행이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 드러나는 바람에 그 명성에 흠이 가고 말았지만 말이다.

통영은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씩은 크루즈여행의 목적지가 되곤 했다. 일본 오사카나 고베에서 출항하는 국제크루즈선 퍼시픽비너스호가 201010월과 20118월 두 번에 걸쳐 통영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저팬크루즈의 퍼시픽 비너스호는 총길이 183m, 25m, 최고속도 21.6노트, 승객 680명 포함 최다 900명까지 승선하는 26000톤급 유람선이다. 2010년 당시에는 250여명, 2011년에는 200여명을 태우고 통영을 찾은 바 있다.

하지만 퍼시픽비너스의 기항지는 통영이 아니었다. 오사카항을 출발해 기항지 부산에 먼저 도착한 다음 부산지역 관광을 희망하는 승객을 내린 다음 통영과 거제를 방문하는 승객을 싣고 왔을 뿐이었다. 당시 재일동포를 포함한 일본인 승객들은 세병관향토역사관거북선케이블카을 돌아보는 반일(half day)관광, 케이블카·미륵산세병관향토역사관거북선시장산책을 하는 1일 관광, 거제 1일 관광 등 3개 관광코스가 제공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듬해 다시 통영을 찾았을 때 크루즈선 관계자는 탑승객들의 반응이 좋아 이번에 다시 통영을 찾았다고 밝혔지만 이후 지금까지 다시 통영을 찾은 적은 없다. 저팬크루즈의 퍼시픽비너스호는 이후에도 경북 포항, 강원도 속초, 전남 여수 등으로 입항한 바 있다.

퍼시픽비너스호가 여수를 찾은 것은 여수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 목적으로 여수를 찾은 크루즈로 퍼시픽비너스호가 유일한 것도 아니었다. 아시아 최대 크루즈선사인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의 레전드오브시즈(Legend of the Seas)호가 20125월 여수를 찾았다. 7만 톤 규모에 전장 264m, 전폭 32m, 승무원 734, 승객 정원만 2066명에 달하는 이 대형크루즈에서 하선한 승객은 2000여 명이나 됐다.

퍼시픽비너스호가 통영을 찾았을 때는 현재의 다목적부두가 있기 전이었다. 그래서 통영항에 접안하지 못한 채 승객들은 방화도 앞바다 선상에서 일명 텐더보트를 타고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서 통영항으로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설사 당시에 다목적부두가 완공됐다 해도 접안은 불가했을 것이다.

2013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착수해 2016년 완공된 다목적부두는 경남도가 100억 원 넘게 투입해 완성한 화물선 및 여객선 겸용 다목적부두다. 하지만 준설까지 하며 만든 가로 200m, 세로 150m의 안벽은 수심 6~8m 정도에 불과해 화물선 기준 5000, 여객선 기준 2만 톤 규모 선박만이 접안이 가능하다. 다목적부두 조성 당시 ‘5000톤급 크루즈선 정박을 기대한다는 경남도 관계자의 발언이 어림도 없는 짓이란 것을 본지 255(2013129일자) 1면 기사를 통해 지적한 적이 있다.

대양크루즈선의 경우 10만 톤, 20만 톤을 훨씬 웃도는 규모인데다, 동아시아권 또는 지중해권, 카리브해권 등 역내 크루즈라 하더라도 2만 톤~7만 톤 규모가 일반적이며 이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비춰보면 다목적부두의 크루즈항 활용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일단 15~20m 정도의 수심이 나오지 않을뿐더러, 접안부두의 길이도 부족하고, 제반 출입국업무관리시설·세관시설·검역시설·보안시설 등 모든 것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2만 톤급 이하 크루즈선의 입항을 기대해야 하는데, 이 역시 만만찮다. 통영시 노승욱 항만개발팀장은 우리나라 크루즈선박의 기항지는 부산, 인천, 여수, 속초, 기타지역으로 분류하는데, 2019년 전체이용객 267381명 중 부산이 189251명으로 70.1%를 차지하고 있고, 제주가 44266명으로 16.5%인 것을 제외하면 인천, 여수, 속초는 3~4% 정도의 극도로 미미한 수준이라며 통영에 크루즈선 접안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판단은 틀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칭을 명예롭게 생각하고, 관광통영의 미래를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가 변함이 없다면 현실보다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추구해야 하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10년 이내에 이탈리아 나폴리처럼 20만 톤 초호화유람선이 입항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남해안 해양관광의 중심지임을 자처하면서 크루즈 접안항조차 없다면 어디에다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심이 4~9m에 불과한 통영항에 대해 한번쯤은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야 한다. 연차적으로라도 항내를 준설할 계획을 국가항만기본계획에 반영시킬 의지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다목적부두가 안되면 신아sb도시재생지구에라도 크루즈항을 신설할 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지금 이 자리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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