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일임에도, 아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서 먹거리 확보는 생존의 문제임에도 종종 간과되곤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펜데믹 사태를 맞아 최첨단 기술보다는 오히려 제3세계 국가에서 저임금으로 생산되는 마스크와 방호복이 국가공중보건에 얼마나 소중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 것처럼, 먹거리는 생존의 제1요소다.

학교급식지원센터라는 것이 있다. 유치원과 초중고 및 특수학교 학생들의 급식용 식자재를 공급하는 곳으로,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전국적으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직영을 하지만,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없는 지자체는 학교가 전자입찰을 통해 직접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고서 식자재를 조달한다.

이로 인해 문제점이 발생하는데, 우선 전자입찰의 경우 가격경쟁으로 낙찰여부가 판명되다보니 저가 식자재가 납품되고 결국 급식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필연적이라는 점이다. 한창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질이 낮은 급식이 제공되는 점은 국가보건 측면에서도 적신호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최첨단 산업국이자 공업국이면서도 지방으로 가면 농수산업에 대한 의존도도 높다. 하지만 농민들은 생산에 있어서는 영세적이고, 유통에 있어서는 문외한이다. 농산물 유통업자에 비해 생산자인 농민들은 을()의 입장인데, 학교 급식공급을 위해 농민이 직접 나설 여건도 되지 않거니와 가격경쟁력에서도 업자들에 밀릴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이 지역학교 급식이라는 가까우면서도 지속적인 소비처로 가지 못하고, 유통의 괴물에게 먹히고 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통영산 멸치다. 식자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육수를 우려내는 멸치와 무인데, 엄연히 통영산 멸치를 사용하는 학교라도 공급처는 통영의 생산유통업자가 아니라, 대도시 업자라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농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생산품을 박리다매로 유통업자에게 넘기면서 농민들은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자식들은 농업을 이어받을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며, 관내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임에도 유통의 과정을 거쳐 마진이 잔뜩 덧붙여진 가격으로 구매하는 불합리가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학교급식문제는 단순히 학생들의 점심 한 끼 문제가 아니다. 지역농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고,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와 이어져 있다. 통영시는 학교무상급식비로 매년 수 십 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비 지원을 중단한 2015년 직후인 201653억여 원, 201752억여 원, 201861억여 원이던 것이 2019년에는 82억여 원, 올해도 80억여 원을 지원한다. 관내 38개 초중고 및 저소득층 지원급식예산인데 대상학생은 15468명이다.

 

적자누적 급식지원센터 결국 부도

통영은 2011년부터 영농법인 좋은 세상을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사업자로 지정했지만, 2015년 무상급식 중단여파로 고비를 맞이한 데다 2016년에는 경남도의회가 2000만 원 미만이면 가능했던 도내 학교급식 수의계약을 1000만 원 미만으로 못 박으면서 대형 유통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이후 적자누적에도 불구하고 지난해까지 버티던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업체가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개학이 연기되며 결국 부도를 내고 지난 3월 문을 닫다.

위에서 지적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통영시가 직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이가 배윤주 통영시의회 부의장이다. 그는 8대 들어서 지속적으로 이를 요청했다. 그는 201810월 임시회에서 먹거리 정책이 중요한 것은 우리의 삶을 유지하는 근원적 필요에서부터 식량안보, 농촌공동체 유지, 환경, 복지, 경제 등 개인의 삶을 넘어 공동체의 삶으로 연계된 핵심의제이기 때문이라며 통영시 먹거리 기본조례제정과 통영시 먹거리 시민위원회구성을 제안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직거래 장터를 만들고, 어린이집, 유치원, 지역아동센터, 학교급식, 공공급식 등 공공부분까지 안전한 먹거리체계를 만들자는 것이다.

배윤주 부의장은 201812월 임시회에서 “2011년부터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위탁운영 해 오던 업체가 위탁사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학교급식의 안전성 및 품질 수준을 높이고, 식자재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통영시가 직영하는 공적 조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식지원센터 직영으로 광도면 딸기, 한산도 시금치, 용남면 토마토, 파프리카, 통영산 다시 멸치, 다시마, , 장어 등 우리 지역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계약재배 함으로써 적정한 가격에 학교에 우선 공급할 수 있다학교급식을 통해 지역 농민과 어민이 상생할 수 있고,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직영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직영으로 급식 살리고, 지역농업 살리고

배윤주 부의장은 20196월 임시회에서 급식지원센터의 직영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시정 질의했는데 통영시는 경남도의 친환경 공공급식지원센터 건립과 관련해 추진 중인 지역푸드플랜 용역사업이 오는 7월 완료되므로, 용역결과에 따라 경남도 공모사업에 신청하여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교급식 업무를 올해 이관받은 통영시 농업기술센터 박경수 농축산과장은 공공적인 성격의 학교급식지원센터 직영문제는 최대한 빨리 계획을 수립해야한다. 다만 통영시는 사후관리, 수지타산 여부, 적자에 대한 고려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면서 기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염두에 두고 농협과 접촉도 하고 있다. 현재는 답변을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물밑작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는 나홀로 섬이 아니다. 이는 학생건강의 문제이자, 지역 농산물 소비와 지역 농민 생존의 문제이면서, 지역 산업 활성화의 문제로 유기적인 체계의 조성문제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도 연이어 해결되는 농업 및 보건급식 생태계의 조성문제다. 선순환을 위한 결단을 빨리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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