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시청앞에서 열린 주민들의 항의집회
지난달 31일 시청앞에서 열린 주민들의 항의집회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속담이 있다. 은근슬쩍 모른 척 넘어가려고 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10일 국토교통부가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었던 남부내륙KTX 관련 전략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공청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국토교통부 담당주무관과 설계기본계획 용역사 대표자가 참석한 이날 공청회는 아무리 주민들이 애가 닳도록 외쳐도 울림 없는 메아리뿐인 것을 확인시켜주는 자리였다. 실례로 용역사 대표자는 공청회 때 “철도 노선과 역사를 선정할 때마다 그곳 주민들에게는 늘 송구한 마음이다. 저라도 똑같은 항의를 했을 것이다”, “사전 조사를 한 시기는 2019년까지여서 2020년 7월 해양수산부가 견내량 트릿대 돌미역채취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한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견 납득할 만한 대답이긴 했다.

하지만 바로 이 발언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공청회 용역사 발표 자료 상 노선을 표시한 지도에는 연기마을과 광리마을 사이 바다에 영역을 표시해 놓고 ‘돌미역 트릿대 채취어업’이라고 설명해 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주요의견’이라는 항목에 “국가중요어업유산(견내량 돌미역) 보존 및 해양사고 방지대책 포함, 노산리 정거장 유치안 제시, 죽림~청구아파트 배후도로 확장대책, 장문이와 노산리 역사 각 장단점 비교, 주민이주대책, 동원고 및 코아루 주민 환경피해 대책, 원문마을 환경피해 대책, 이주대책, 식수보존대책” 등을 기재해 놓고 있다.

이 주요의견은 이미 주민들이 호소했던 내용들이다. 철도노선통영대책위원회가 지난 1월초에 똑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었고, 그 이전에도 지속적으로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용역사가 이제 와서 “미리 확인하지 못한 부분은 저희들 잘못이다. 지난번 주민설명회와 오늘(공청회) 말씀해 주신 부분을 명심해서 해결하고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웃을 일이다. 최근으로는 1월에도 주민의견을 전달했건만 3월에 개최하는 공청회에서 그에 대한 보완책을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서는 ‘당시는 알 수 없는 시기였다. 나라도 화가 났겠다. 이젠 방법을 찾겠다’면 어느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어떻게든 시간을 끌다보면 주민들이 지치지 않을까 하는 심산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런 식의 대응을 할 리가 없다.

왼쪽부터 장동주 용남면 연기마을어촌계장, 원문주민인 김옥자 대책위원장
왼쪽부터 장동주 용남면 연기마을어촌계장, 원문주민인 김옥자 대책위원장
장봉안 연기마을 이장, 주민질의에 답변하는 이유섭 통영시청 교통과장
장봉안 연기마을 이장, 주민질의에 답변하는 이유섭 통영시청 교통과장

주민들은 지난달 15일과 31일 두 번에 걸쳐 집회를 열었다. 15일 집회에서 주민들은 노산리에 역사를 두고 철로를 지하화 할 것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환경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철도 노선안을 마련하라”며 대안을 찾을 것도 요구했다.

집회란 본디 세력이 있어야 한다.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보여줘야 주장하는 바를 관철하기 수월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31일 집회에 100명까지만 참석하며 방역까지 고려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다. 주민들은 “마을을 콘크리트 장벽으로 둘러치고, 식수를 단절하며, 중요어업유산을 파괴하는 철도건설이 조선업, 관광업 발전에 무슨 효과를 주느냐”며 자연환경·생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대안노선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제는 정부가 메아리를 울릴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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