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거제대교 인근 오량리의 넓은 들판을 KTX거제 종착역 입지로 고려해 볼만하다
신거제대교 인근 오량리의 넓은 들판을 KTX거제 종착역 입지로 고려해 볼만하다

 Go to the basic! 해법을 찾기 어려울 땐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심신수련 대가들의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는 말에서도 힌트를 얻어야 한다. 제시된 노선에 얽매이지 말고 상상력을 발휘하자는 것이다. 물론 통영정거장까지 포기할 정도로 마음을 비워야 함은 물론.

공청회 때 국토교통부는 광도면 노산리에서 거제쪽으로 곧장 가는, 해상구간이 길어지는 두 번째 노선을 제시했는데, 이는 마치 “이곳은 해상구간이 길기 때문에 선택이 불가능한 노선이지만, 우리(국토교통부)도 나름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곁다리로라도 올린 노선”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게 아니라 만일 국토교통부가 진심으로 지역주민에 대한 피해 최소화를 바라고, 예산초과만 안 되면 해상구간으로라도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이라면 여론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이 공청회 노선은 광도면사무소에서 광도천을 따라 오다가 이도(섬)의 남부까지 해상구간으로 온 다음 다시 안정만 해상구간을 가로질러 용남면 신리마을의 반도 북단까지 오도록 돼 있다. 이어서 용남면 삼화리를 지난 뒤 오촌마을과 연기마을을 통해 견내량을 건너 거제방면으로 가도록 돼있다.

이 노선에 따르면 해상구간은 세 군데나 되며, 길이는 전부 2.5Km~3Km쯤 추정된다. 추천받지 못하는 안이니까 비용은 더 많이 들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이 해상구간 안은 정부가 추천하지 않는 정도지만, 육상구간 안은 경로에 있는 지역주민들이 하나같이 성토하는 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민들의 삶을 괴롭히고, 터전을 짓밟는 노선인 것이다.

지역주민들이 주장하는 색다른 아이디어를 한번 제시하고자 한다. 고성역을 출발한 다음 방향을 좀 더 북쪽으로 잡아야 한다. 원문방면도 아니고, 광도면사무소 방면도 아닌, 통영덕포일반산단 방면이다. 여기서부터 거제방면으로 해상구간을 통과한다. 일단 용남면 원평반도 북단까지 온 다음 여기서부터 거제 사등면 오량리 오량천까지 해상구간으로 오는 코스다. 이 방안의 핵심은 통영역은 없애고, 오량리에 거제 종착역이 들어서는 것이다. 대략 해상구간이 5~6Km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공청회 노선의 입안자들은 통영-대전 고속도로를 방해하거나, 방해받지 않는데 무척이나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고성에서 원문으로 온 다음 장문까지 고가철로를 구상한 것 역시 고속도로를 가로지르지 않기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바람에 굳이 병목지역인 원문으로 오기 위해 육상구간이 길어진 것인데, 만일 덕포일반산단 쪽으로 가면 육상구간은 제법 짧아진다. 고속도로 통영터널 구간에서 기술적으로 노선공사를 하면 철로와 고속도로의 교차도 어렵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통영역을 신설할 필요가 없으니 공사비용이 주는 것은 물론, 견내량을 건너자마자 오량역이 거제종점역이 되므로 사곡이든 상동이든 거제방면으로의 공사비용도 추가 절감된다. 통영역이 없어지면 통영시민들이 화를 내지 않겠느냐고? 글쎄. 생각이야 제각각이겠지만 구석진 장문역보다 거제대교만 건너면 되는 오량역을 분명히 더 선호할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논란이 되는 민원문제들도 일시에 해결하는 길이다.

거제대교 인근에 굴수협이 있고, 오량에는 거제수협 수산물가공공장이 있다. 거제시민들로써도 가히 나쁜 입지도 아니다. 고현에서 15분 이내에 넉넉히 닿으니까 굳이 도심지나 밀집주거지역에 철도역을 둘 필요가 없다. 대교인근 주민들은 거제시민이면서도 상대적으로 혜택을 덜 봤다는 피해의식이 있다. 오량역이 들어서면 거제의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도 기대감을 가질 수 있다.

거제는 조만간 고현에서 거제면으로 직행도로가 개통된다. 머잖아 거제-진해간 국도5호선 해상구간 공사가 착공한다. 그러면 거제시는 북단의 좌우로 창원(진해)과 부산이 연결되고, 동쪽으로 KTX가 연결된다. 통영과 거제간에 충분히 윈-윈이 되고도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고현 가까운 곳으로 종점역을 원한다면 그야 어쩔 도리가 없겠지만.

남부내륙KTX건설사업은 특별히 예비타당성 심사를 면제받았다. 그런데 당초 예산의 15%를 웃돌 것으로 추정될 경우에는 다시 예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고 한다. 글쎄, 이렇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대개 관료들의 승리로 끝난다. 법규정에는 예외가 있고, 예외의 예외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만일 위 아이디어로 건설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인다면, 증가해도 그렇게나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부딪혀 볼만한 도전 아닐까? 만일 실현된다면 장담컨대 KTX통영~거제 해상구간은 우리나라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도코스의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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