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마을과 건너편 광리마을
연기마을과 건너편 광리마을

KTX노선 관련 지역민들의 목소리는 대략 이렇다. 하나, KTX는 환영한다. 둘, 노선과 정거장은 불만이다. 셋, 반대하면 KTX자체도 불발되는 것 아닐까? 전부 가지려 하면 전부 잃을 수 있지만, 버릴 각오를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본지의 이번 호 이슈 결론은 통영역사를 포기하는 대신 도산면에서 해상철로로 거제 오량리에 종착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 노선안의 채택여부, 건설비용의 증감여부는 놔두고서라도 만일 이 대안을 주장하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통영역을 포기하는 통영시민들의 통 큰 양보가 있어야 한다. 통영시민들은 KTX개통을 통해 물류 및 관광혁신, 관광객 유입, 역세권 개발 등을 기대했다.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다.

둘째, 이 이슈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지역 정치인 모두 합의해야 한다. 정치란 논쟁과 합의의 기술이다. 공동체 발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극한 대결이 허용되는 전장이다. 그러나 정치에만 함몰되면 공동체는 정체하고, 퇴보한다. 더구나 2022년은 대선과 지방선거의 해다. 책임공방 펼쳤다가는 정부 관료들이 원하는 대로 진창에 빠지고, 지역의 백년대계는 멀어진다.

셋째, 통영뿐 아니라 고성과 거제주민들로부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설득작업을 펼쳐야 하고, 여기에 지역의 여야 정치인들이 한 마음으로 솔선수범해야 한다. 고성군이야 통영정거장과는 무관하니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치고, 거제시는 사곡이나 고현, 상동에 종착역을 건설할 기대감을 가졌을 수도 있다. 다만, 고속도로 종점을 통영에 뺏겼던 거제시민들에게 KTX통영역의 포기가 카타르시스를 줄 수는 있다.

견내량에서 시작하는 거제노선도 궁극에는 많은 자연부락을 통과해야만 하는 현실에 비춰보면, 민원이 만만찮게 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거제 광리마을 주민들은 연기마을 주민들과 견내량 돌미역을 공동으로 채취한다. 따라서 의외로 거제 사등면 오량리 종착역 방안은 솔로몬의 해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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