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보궐선거 1표차 패배 1년 만에 올해 보란 듯이 당선 “기쁨 접어둬야, 조합원 45명뿐이라 항상 조심스러워”

추가감척 필요, TAC(총허용어획량)에 적극 참여할 것, 수도권 금융점포 개설 추진, 외국인선원 비율 조정 필요


사업을 한 지도 벌써 30년 가까이 돼 감에도 최필종 조합장(58)이 새로운 인물처럼 느껴지는 건 그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고향 통영이 아닌 부산에서 다녔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도 통영바다를 품에 안고 태어난 사람 성향이 어디 가는가?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멸치어선 사업을 하던 부친이 투병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자, 객지생활을 접고 귀향한 다음 가업을 이었다.

큰 사업체였고, 아직 젊은 시절이었던 만큼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들과 어울릴 만도 한데, 그는 고집스레 사업에만 매진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멸치수협 조합장 보궐선거에 “내가 할 역할이 있다”는 신념을 따라 출마했고, 낙선했다. 그것도 1표 차이로. 그래서 올해 당선은 됐지만,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원의 화합을 위해 항상 말을 아끼고,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최필종 멸치권현망수협 조합장은 듬직한 체구만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시종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편집자 註>

 

멸치권현망수협은 2년 만에 조합장이 2번 바뀌었다.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어떤 느낌이었나? 그리고 취임하는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

당선 순간은 그렇게 큰 기쁨을 느끼지 않았다. 선거 운동 할 때도 요란스럽게 하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한려투데이의 선거기간 후보자 홍보 요청에도 정중하게 거절하지 않았나? 조합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편 가르기’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거 기간 중에 특히 유·불리만을 따지면 객관성을 잃게 되니까. 오히려 작년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1표차로 패하니까 타격감이 있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평상심을 되찾기는 했다.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이 통영관내 조합원 수가 45명으로 가장 적은 곳이 멸치권현망수협이다.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분이 43명이었고, 투표 결과는 28대15였다. 1년 전 보궐선거에서는 23대24로 1표차 패배였다. 이런 결과가 주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 가지만을 말하기 쉽지 않다. 다만 선거기간 중 조합원들을 일일이 만나서 저의 생각, 저의 포부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조합원이 적어서 좋은 점이라 할 만하다. 그렇게 솔직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니 많이 공감해 주시더라. 그런 점이 작년과 다른 점이었지 싶다.

 

멸치어업 선주들은 우리 지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인식된다. 그래서 현재 멸치어업이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하면 많은 시민들은 놀랄 것 같다. 멸치어업계가 직면한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또 조합의 살림살이, 재무상태는 어떻던가?

그런 어려움이 왜 없겠는가? 사실 바다를 무대로 사업하는 어업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다고는 하지만, 육지에서 하는 사업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특히 자연환경은 시시때때로 변하므로, 그에 적응하지 못하면 위기가 찾아오고, 큰 데미지를 입는다. 대영제국도 위기를 겪었고, 부침이 있었다.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문제다.

우선 수온상승으로 인한 어획물의 품질저하와 어획량 감소가 큰 문제다. 흉어가 오면, 가령 2021년 10월부터 2개월간은 고기가 안 잡혀서 아예 조업을 못할 정도였다. 이런 위기의 원인이 남획인지, 수온상승 때문인지 분명히 알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조합원들도 TAC(총허용어획량)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다량어획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야말로 지속가능한 어업을 할 때다.

 

2014년 1200억이던 위판실적이 최근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들었다. 100명을 넘던 조합원도 45명으로 줄었고, 실제로 조업을 하는 조합원은 그보다 적다고 한다. 현실을 그냥 받아 들여야 하나? 아니면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하나? 그럼 해법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시절이 있었지만 지난 2021년 위판실적은 657억 원으로 역대최저 수준이었다. 약10년 전 57명이던 조합원이 최저 실적기 거의 절반가량 줄었다. 감척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조합원은 45명이지만, 실제 조업하시는 분은 33명에 불과하다. 조합원의 실적 증감요소에 가격(P)과 수량(Q)이 있는데, 이전엔 수량으로 승부했다면 이젠 가격과 여기에 품질(Q)을 더해야 한다. 품질을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위생기준을 높여야 한다.

 

수산업법 상 혼획 금지조항을 현실에 맞게 개선한다는 말은 오래전부터 나돌았는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 혼획 금지조항 개선이 필요한 이유부터 먼저 설명해 달라.

현재같은 여건에 이 사안에 대한 발언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멸치는 포획하는 멸치어선 어구 특성 상 타 어종의 혼획이 불가피한데도, 현행 법령은 오직 멸치만 포획하도록 돼 있다. 그로 인해 조합원들이 단속에 걸리고, 처벌을 받은 경우가 허다했다. 억울함을 못 견딘 몇 분이 법원에 호소했고, 대법원에서 10%이내 혼획은 인정하게 됐다. 다만 이후에도 현재까지 법 개정이 안 되면서 어업인들이 범법자 아닌 범법자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법 개정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금어기 축소와 야간조업 금지 철폐도 업계가 강력히 원하는 사안들인 모양인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된다. 어족자원 고갈을 막기 위한 제한조치들인데, 이를 해제한다면 모순 아닐까?

금어기 축소와 야간조업 금지 철폐는 그다지 중요한 논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TAC을 준수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런 점에서 기선권현망에 대해 밤 9시30분부터 새벽 4시30분까지 조업을 못하게 금지시킨, 간첩선 잡던 시절 법률규제는 개정됐으면 한다.

멸치어선 1개 선단이 연간 2000톤을 포획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3년 동안 정부의 도움으로 73개에 달하던 멸치 어선단을 50선단 규모로 줄였다. 우리 업계는 10~20% 수준의 추가적인 어선감척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리하면 어획량도 적정하게 조절될 것이고, 어가 상승 및 부족한 선원수급 문제 해결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조합이 경제사업에서의 적자를 신용사업에서 메운다는 표현을 하더라. 멸치조합의 신용사업 부문은 어떤 상태이며, 최필종 조합장은 이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가?

대다수 조합들이 신용사업에 많이 진출한다. 우리 조합은 위판이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데다, 좁은 지역에 은행창구 하나 더 개설할 여지가 있겠나? 다만, 수도권으로 금융지점을 개설하는 것은 고려중이며, 조만간 T/F팀을 구성할 예정이라고만 말씀 드리겠다.

여기에 직판사업 인프라를 확대하고, 독립사업체를 추진해 수익을 다각화 하려 한다. 독립사업체를 통해서 조합원들이 생산한 상품을 직접 판매할 것이다. 또 대형할인판매점으로 판로 역시 확대하겠다. 또 임직원 업무역량을 강화에도 힘쓰겠다.

 

통영시의 경우 고차가공수산식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단순 1차 가공수산식품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지고, 부가가치도 적다는 판단에서다. 멸치조합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가?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것 중에 ‘멸치스낵’이 있더라. 하지만 요즘 세대가 워낙 수산물 소비를 꺼리는데, 특히 멸치는 그런 경향이 더 크다. 그래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멸치어업계는 선원 등 노동력 문제가 없는가? 있다면 어떤 것이고, 해법으로는 뭐가 있을까?

노령화 등 인구구조상 문제로 인해 외국노동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수급에 있다. 제때에 필요한 인력이 공급돼야 하는데, 그게 원만하지 못하다. 정부-수협중앙회-어선원 노조가 협의한 것 중에 선원의 내국인-외국인 비율은 4대6으로 하게끔 돼 있다. 내국인 선원을 40%는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인 선원의 인건비도 내국인 못지않다.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내국인 선원을 40%나 수급하기 어려운 것이 업계현실이니. 이 승선비율 부분이 조정됐으면 한다.

 

멸치업계는 해상풍력발전 사업에 대해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조만간 해상 방류될 것으로 보인다. 멸치조합만의 문제가 아니고, 수산1번지라는 통영 수산업계 전체의 운명이 걸린 일 같은데, 어떤 입장인가?

경남의 바다는 좁다. 남해-욕지-거제 앞바다가 전부다. 한산도 앞바다에는 고기가 안 잡힌다. 조업 나가보면 어선들이 좁은 해역에 넘친다. 만일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어업은 그걸로 끝이다. 발전사업자들은 사업해역에 접근도 못하게 할 것이고, 만일 접촉사고라도 나면 책임을 다 씌울 것이다. 또 발전 사업이 중단이라도 되면 시설철거를 사업자가 할까? 어민들의 동의를 받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매각이나 마찬가지다. 작은 어선 어업인들은 조직화되지도 못해서 의견을 전달하지도 못한다. 우리 조합이 그 창구역할에 협력할 계획이다.

멸치는 회유성 어종이다. 풍성한 어장은 현재와 같은 어장환경이 유지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해상풍력발전기가 건설됨으로써 해류에 영향을 주면, 플랑크톤 서식에 영향을 주고, 멸치유입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면 바다의 먹이사슬 붕괴로 경남 수산업 전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조합장으로써 조합원들을 위해 무엇을 해 줄 것인지를 공약했고, 설명했다. 그럼 조합원들이 할 일은 없을까? 조합원들이 멸치조합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글쎄, 조합원들이 해야 할 일은 열심히 어로활동에 전념하는 것 아닐까? 그러면 조합은 조합원들이 사업을 잘 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필종 조합장은 통영시와 시의회, 경남도와 국회의원에게 바라는 것은 없는가?

그분들과는 자주 만날 기회가 있다. 만날 때마다 도움을 청하면, 사소한 일이라도 업계를 위해 힘을 써 주신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 하지 못한 말씀이나, 조합원들 또는 통영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수산업계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는 점을 말씀 드린다. 현실은 어렵지만 최선을 다해서 지역근간산업으로써 어업에 종사하겠다. 최선을 다한다면 아직 기회는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단에서 단백질 공급원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더욱 품질 좋은 멸치 생산에 열정을 쏟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멸치를 더욱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우리 조합도 지역공동체에 더욱 더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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