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한 인생이란 근해통발수협 김봉근 조합장(61)을 두고 하는 말 아닐까? 19살 어린 나이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가, 평생 사라지지 않는 ‘영광의 상처’를 오른손에 안았지만, 듬직한 신뢰와 ‘남다른 촉’으로 선장을 거쳐 선주에 오르며 자수성가했다. 그 신뢰는 선주 김봉근을 근해통발수협 조합장으로 이끌었고, 2015년 2표차 당선, 2019년 무투표 당선을 넘어 지난 3월 마침내 ‘3선의 영예’에 이르게 했다.

그것만도 기쁜 일인데 김봉근 조합장은 선물을 하나 더 받았다. 지난 3월 통영에서 열렸던 제12회 수산인의 날에 김조합장은 철탑산업훈장을, 그거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수상했다. 김봉근 조합장은 “45년이란 세월동안 평생 업계에 투신했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니 보람과 긍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김봉근 조합장은 “8년 전 처음 조합장을 할 당시엔 경매 참여하는 선박이 5~6척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24척으로 늘어났다”며 “많이 확대는 됐지만 88명의 조합원 중 여전히 60여 명은 참여조차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이유가 아니다. 바로 경매할 공간이 부족한 점, 조합의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점 때문.

그래서 김봉근 조합장은 천영기 시장의 공약인 ‘미륵도 종합위판장’의 실현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그는 “모든 선단이 경매에 참여할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현재의 본소 자리에 대형수족관을 마련할 기회가 되니 우리로써는 대환영”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역경기 부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매확대 외 김봉근 조합장이 지난 8년간 이룬 또 다른 성과의 하나는 지난 7월 완공된 물량장 확보다. 이군현 전 의원의 도움으로 국비 50억을 투입해 이룬 성과지만, 그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많았다. 각종 민원으로 설계를 변경하다보니 이제야 된 것.

김봉근 조합장은 마지막 임기에 이룰 공약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위판가격 정상화다. 조합원의 영리추구가 조합의 존재목적이니 달리 뭐가 있으랴. 현재는 선주와 중매인이 모두 참여하는 가격위원회에서 매월 최저 가격을 지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소비시장의 상황을 배제한 채 설정할 수 없다는 점이 어려운 부분이다. 더구나 지금은 일본 원전 오염수 해양배출로 수산물 소비가 급감하는 시기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말 나온 김에 이에 대해 물었다. 우리 정부는 물론 통영시가 내는 대책이 ‘이동식 방사능 검사장비’ 구입비 지원, 수산물 유통 전 단계 방사능 검사, 방사능 검사결과 안내 메일링 서비스 제도 전 시민대상 시행 정도인데, 이로써도 충분할까?

김봉근 조합장은 “해양배출 이후 수산물 소비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다. 제고도 적체되고 있다”면서도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났다. 사고 이후 핵 오염수가 그대로 바다에 배출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태평양 해류가 이미 두 번 정도는 순환하고 우리 바다로 왔을 것이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수산물은 안전하고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근해통발수협은 2020년부터 장어를 군납하고 있다. 지금까지 222톤을 납품했고, 금액으로는 60억 상당이다. 올해 계약분 100톤 중 현재까지 43톤을 납품했고, 나머지 물량도 곧 납품된다. 역시 3년 전부터 부산 소재 수산물 가공판매·수출업체 ㈜은하수산과 MOU를 체결하고 물량을 공급하고 있고, 고성군 소재 오뚜기 SF㈜와도 올해 업무협약을 맺어 현재까지 8톤의 바다장어를 공급하고 있다.

판로를 넓혔다는 의미는 크지만, 근해통발수협의 2022년 위판량 815톤(111억), 매취수량 1400톤(142억)에 비교하면 큰 비중은 아니다. ‘매취’란 조합원 물량이 위판을 통해 판매된 후 남은 물량을 조합에서 수매하는 것을 말한다.

김봉근 조합장은 “요즘은 소포장과 가정간편식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개발을 위해 노력 중이다. 오뚜기식품과의 ‘장어튀김’ 협업도 그런 전략의 갈래”라며 “관내 4개 업체와 협력해 손질장어 상품을 출시하고 있고, 매년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봉근 조합장은 외국인 근로자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통발어선원은 밤낮없이 일해야 해서 조업강도가 타 업종에 비해 세기 때문에 보수가 높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며, 더 높은 급여를 달라는 요청이 거절되면 이탈하는 비율이 높다”며 “선원마다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급여를 지급할 수 없다. 선주들이 근로자들과 소통을 잘하고, 다독여서 해결하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많은 조합들은 금융점포의 확장계획을 세우는데, 김봉근 조합장은 아니다. 그는 “현재 통영에 3군데, 경남 양산에 1군데 있는데, 더 이상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모든 사안에서 유연한 대처가 김봉근 조합장의 장점이다. 비록 그의 공약이지만 조합원(선주) 대부분이 호응하지 않는 꽃게통발어선 자동 탈락기, 기술적 걸림돌이 있는 자동활복기 개발은 보류됐다. 꽃게어선의 서해특정해역 입어 추진은 해당지역 어민들이 워낙 반대해서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이지만, 지속 추진 중이고, 해상풍력발전에 대해서도 절대반대 입장이다.

19살 청년이 성실성으로 신뢰를 쌓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30대 장년이 돼어 목재통발어선을 인수해 시작한 바다사업이 지금의 김봉근 조합장을 만들었다. 앞으로 남은 4년 김봉근 조합장의 ‘라스트 댄스’는 눈여겨 볼만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