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만든 불합리한 어업규제 개선 절실, 어촌계원들 여론 적극 반영

급속동결 시스템, 어상자 규격화 등 상대후보 공약이라도 수렴할 부분 있어

인력난 극복해야, 여성어업인·차세대 수산 경영인 육성, 정책적 지원 필요

정두한 조합장은 지난 3·8 제3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 당선 이후 오히려 한 템포 발걸음을 늦췄다고 밝혔다. 통영수협에서 제공하는 관용차 대신 개인승용차를 이용하고, 업무보고조차 일부러 받지 않으면서 취임 이후 행보구상에 더 골몰했다고.
지난 20일 15년 만에 열린 멍게수협 조합장 이·취임식에서 정두한 조합장은 취임 이후 계획도니 빼곡한 일정 일부를 기자와 공유하기도 했다. 전대미문의 역경을 맞닥뜨린 업계에 생존을 넘어 부흥의 실크로드를 찾으려는 정두한 조합장에게서 취임 이후의 포부를 들어보았다.<편집자 註>

 

1. 약15년 동안 이끌었던 멍게수협 조합원과 임직원들에게 인사말과 이임 소감은?

-멍게 조합원 여러분, 반갑고 고맙습니다. 제가 14년 8개월 동안 멍게 조합장으로서 일을 수행하면서 많은 일을 해왔는데, 좋은 일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전부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새 조합장과 함께 멍게수협이 더욱 더 발전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저 또한 멍게가 주업인 만큼, 멍게업계와 통영수협이 같은 방향으로 전진하자.

 

2. 멍게조합은 ‘업종별’이고 통영수협은 ‘지구별’이라는 차이가 있다. 조합장으로서 대처방식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멍게 조합장으로서 14년 8개월을 하다 보니까 너무 오래 했다고 “직업이 조합장인가?”라는 말씀도 하시는데, 사실 업종별 조합과 지구별 조합은 판이하게 다르면서도, 같이 엮어져가는 부분이 많다. 그리고 오랫동안 멍게조합장으로 재임하며 해양수산부, 경남도청, 통영시청 수산 관계자들과 인맥이 굉장히 많이 쌓여 있다. 멍게수협 조합원이면서 통영수협 조합원인 분도 많다. 통영수협 조합장으로써 통영시 수협 전체를 아울러서 안고 가는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3. 통영수협 조합장에 취임하고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역대 통영수협 조합장들께서 업적을 많이 이뤄 놓으셨는데, 다만 그동안 금융사업은 많이 해왔지만, 경제사업 쪽으로는 많이 못 해왔기 때문에, 경제사업 쪽으로 할 일들이 굉장히 많다. 여기에 더해 통영수협의 역사가 110년에 이르는데, 이젠 미래의 100년을 내다보고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지금 제일 큰 과제는 본소 위판장 개선 문제가 가장 필요하다. 신축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예산을 지원받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아직까지 해양수산부와 절충 중에 있고, 취임 뒤 곧장 해양수산부 방문이 약속돼 있다. 그쪽 담당자와 국장, 실장들하고 대화를 하기로 했으니까, 하나하나 풀어갈 생각이다. 이외에도 도천, 견유, 삼덕위판장도 전부 다 확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4. 불합리한 수산업 관련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는데, 어떤 것들이 있나? 생명공제, 손해공제, 어선원 재해 보험 가입 등을 확대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상당수 법규가 일제강점기 시절 만들어진 그대로인 경우가 있어서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공제를 확대해서 좀 더 안심하고 어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5. 금융사업의 확장은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생각을 밝혔는데 여전히 그리 생각하는가?

-경제 사업에서는 수익이 많이 나지 않다 보니 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는데, 협동조합의 기본 목적이 경제 사업을 통해 어민을 보호하고 소득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앞으로는 어민소득 증대와 복지 쪽으로 안배를 많이 할 것이다. 현재 통영수협은 수도권에 금융점포를 세 군데 개설했는데, 아직까지 손익분기점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만일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면 수도권이 아닌 세종시나 대전광역시에 점포개설을 검토할 생각이다.

 

6. 관광도시인 통영과 수협이 어촌 관광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통영수협 소속 86개 어촌계를 선거과정에서 전부 순회했다.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다 보니 그분들이 조업을 하지도 못하고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그래서 각 어촌별로 특성에 맞는 사업을 해볼 계획이다. 거제 어느 어촌체험마을의 경우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통영도 산양읍이나 한산도 지역에 맞는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해 볼 계획이다.

 

7. 인력난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외국인 인력비중이 커지면서 고민도 많고, 우려도 많다. 인력난도 해소하고 지역수산업 경쟁력도 지키는 방안이 있을까?

-말씀대로 인력난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 19로 인해 외국 인력이 많이 들어오지 못하다 보니, 불법 체류자들이 극성을 부리는 사례도 많다. 임금이 너무 높아진 것도 어민들에게는 큰 부감이다. 지금은 외국 인력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긴 한데, 이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을 중앙부처와 협의를 해 볼 생각이다. 외국 인력들이 왔을 때 기본적인 교육, 주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8. 여성어업인 및 차세대 수산 경영인 육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2세들조차 기피하는 업종으로 전락한 것 아닐까? 극복방안이 있다면?

-차세대 어업인의 경우 한국수산경영인연합회에서 많이 뽑는다. 예전에는 7000여 만 원을 지원했는데, 적은 돈으로는 어장이나 선박구입이 어렵다 보니 오히려 빚만 지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최대 5억까지 지원하다 보니, 경쟁이 심한 상황이다. 여성어업인도 많이 신청하는 추세다. 귀어귀촌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2세 어업인 육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된다. 2세 양식 어업인이 굉장히 많이 늘었는데, 이들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사업을 경영하도록 제도적으로 도와야 한다. 어업인 2세 육성이 귀어귀촌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이외 어선업과 중도매인도 2세 어업인이 늘어나는 추세다.

 

9. 천영기 통영시장의 공약이 실현되면 한 곳으로 위판장이 집적화 될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조합장의 의견은?

-이에 대해 관내 수협장들 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을 전하긴 했다. 한 곳에 지구별, 업종별 수협 위판장을 모은다면 규모도 굉장히 커야 하는데, 부산공동어시장처럼 각 수협들이 공동출자를 해서 위판장을 운영하는 회사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 전국적으로 봐도 위판사업에서는 협동조합들이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한다. 그래서 좀 부정적이다. 다만, 위판장에서 물건을 받은 수산물유통센터에서 수산물을 시식할 수 있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은 괜찮다. 천영기 시장께서 유통센터를 건설하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수협들과 협의하면 될 것 같다.

 

10. 수산물가공센터도 운영되고 있다. 지역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할까?

-수산물 고부가가치에 대한 부분들은 멍게수협장을 하면서 많은 일을 한 경험이 있다. 활명게 외에도 냉동멍게도 일본과 미국에 수출하고, 각종 젓갈 비빔밥, 어묵 같은 제품도 개발 했다. 통영수협의 경우도 옛날처럼 시장에서 고등어 한 마리 1만원에 싸다고 샀다지만, 지금은 마트에서 더 싸게 파는 시대가 됐다. 많이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가제품을 개발해서, 국민들이 제대로 편하게 먹을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어족자원은 고갈되는데 자꾸 많이만 잡으려 하지 말고, 적게 잡더라도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 제값을 받을 수 있게끔 하겠다는 게 나의 꿈이고 희망이다.

  

11. 제법 규모가 크게 수산물 유통 소위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는 지역업체들이 다수 있다. 이들과의 협력도 필요하지 않는가?

-코로나 팬데믹 때 멍게를 인터넷쇼핑몰 업체에다 많이 납품했다. 지역에도 대형 수산물 유통업체가 많다. 이들과의 연계와 협력도 필요하다. 수협은 유통이 전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OEM방식으로 수협이 제품을 개발해서 만들어주고, 판매는 소핑몰이 하는 방안도 구상해봐야 한다. 그래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12. 천세운 후보가 ‘급속동결 시스템을 지원’, ‘어상자 규격화’ 등을 공약했는데, 그에 대한 의견은?

-선거 당시 상대 후보가 내세운 공약도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남해수협도 있고, 거제수협도 급속동결 시스템을 일본에서 수입했다고 하던데, 장단점이 있다. 사료 같은 경우도 급속 냉동해야 선도가 좋아지고, 그래야 고기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어상자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새로운 구상도 있다. 좋은 공약은 받아들이고 진행해 나갈 것이다.

 

13. 해양환경오염이라면 무엇보다 일본 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배출이 가장 급선무다.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수산업계에 몇 가지 악재가 있다. 첫째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 방류, 두 번째는 정부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가입, 다음이 해상 풍력발전 사업 그리고 바닷모래 채취가 그것들이다. 그중 가장 시급한 사안은 단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다. 이 부분은 통영수산인들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어서,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와 함께 대처해야 한다. 이번 주 모든 조합장들이 취임식이 끝나면 이 부분에 관해 협의하기로 했다. 수협중앙회장 취임식 이후 전국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그 출발점이 통영이 되도록 준비하겠다.

 

14. 지역 어업인, 조합원, 통영시민, 방문 관광객, 전국의 수산물 소비자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통영 수산업의 대표로서 대한민국 수산물을 좋아하는 매니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통영 청정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많이 드시고 건강하시기 바란다. 통영 수산인들이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 물론 저 혼자서 다 할 수 없다. 통영시민들과 어업인 모두 힘을 합쳐 우리 국민들이 통영 수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게끔 할 것이다. 통영 수산이 그리고 또 대한민국 수산업이 영원히 발전할 수 있게끔 힘을 모아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정두한 조합장(위)과 멍게수협 조합장 이취임식 모습
본지와 인터뷰 중인 정두한 조합장(위)과 멍게수협 조합장 이취임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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