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문터널과 연결될 기호로타리의 모습. 신호교차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문터널과 연결될 기호로타리의 모습. 신호교차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관문터널공약→용남~무전 도로건설 확대, 2차로 건설 예산 최소 680억 원, 4차로면 크게 증가

건설하지도 않은 터널과 도로를 국가지원지방도로 격상이 가장 어려운 문제

국토교통부의‘통영 위해 짜맞춘 듯’투자선도지구 공모에 선정되면 만사OK

천영기 선장의 통영호가 출항한지 반년이 다 돼 간다. 8분의 1이 지나가는 것. 혹자는 선출직 공무원의 공약을 평가하기에 6개월은 이르다 할지 모르지만, 그 첫걸음이 어떻게 놓이느냐에 따라 결과물이 다를 수 있음에야, 어쩌면 더 서둘렀어야 했을 지도.

마침 천영기 시장의 민선8기가 지난 10월 9대 분야 69개 공약사업과 세부실천계획을 확정한 점을 감안하면, 지금이 그 내용을 살펴볼 최적기라 할 것이다. 특히 천영기 시장의 이른바 ‘시그니처 공약’이라 할 대형공약 두 가지, 죽림만 매립사업과 관문터널 건설사업에 대해서는 눈길을 거둘 수가 없다.

천영기 시장의 두 공약은 명칭을 바꿨다. 취임 후 공약이행 평가단을 위촉한 다음 평가단이 공약사업 세부검토, 세부실천계획 수립을 거친 끝에 9월초 공약사업안을 확정했다. 말하자면 거친 원석 같았던 선거공약들이 효과적으로 실행되도록 다듬었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2대 시그니처 공약 중 죽림만 매립사업은 ‘KTX역세권 개발 및 배후도시 조성사업’으로, 관문터널 건설사업은 ‘용남~무전 도로건설사업’으로 변경한 것.

 

2대공약은 관문터널과 죽림만 매립

사실 천영기 시장이 죽림만 매립을 공약으로 주장했을 땐 단지 통영시에 부족한 가용토지확보와 죽림지역 중학교 신설부지 확보, 용남면 장문지역으로 예정된 KTX통영역사 건설에 따른 궁여지책(窮餘之策) 정도로 여겨졌다. 장문 일대는 표고 차가 약30m에 이르고, 평균경사도 역시 20도 내외여서 입지조건이 불리한데다, KTX고속철도가 일으키는 소음, 승강장 교량개설에 따른 조망권 훼손 등 장문·원문마을 주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m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승강장은 높이 20~30m ‘콘크리트 교각 숲’이 될 것이고, 고속도로망·KTX철로·국도·지방도가 얼기설기 얽혀서 해양관광 통영의 면모라고는 찾아볼 수조차 없고, 힐링을 위해 통영을 찾는 방문객에게 나쁜 첫인상을 주면서 여행을 시작하게 만들 것이라고 절망했다. 거기에 기대감보다는 ‘바다의 땅’이라는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가 ‘진짜가 됐네’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을까, 시대착오적이라는 오명을 얻지 않을까 우려가 컸었다.

아마 천영기 통영시장과 공약이행 평가단의 고민도 깊었으리라. KTX개통을 미리 준비해서 성장 파급효과를 높이고, 이를 지역발전과 명품도시로 만드는 기회로 삼고 싶었을 것이다. KTX 역세권 주변을 초기단계에서부터 통합적으로 계획해 지역 성장 견인하는 거점으로 조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더구나 이왕 죽림만을 매립하기로 한 만큼 가용요지 확보와 동시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했을 것이다.

이것도 미신이라 봐야 할까? 전임시장은 임기의 절반 이상을 팬데믹에 대처하느라 바빴던 반면, 천영기 시장은 천운이 좋은 편이다. 민선8기 출범이 7월초였는데, 같은 달에 2022년도 국토교통부 거점육성형 투자선도지구 공모가 실시됐기 때문.

‘투자선도지구’란 지역개발지원법에 따라 발전 잠재력이 있는 지역전략사업을 발굴해 지역성장 거점으로 육성하고 민간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것이다. 올해까지 총 18곳을 투자선도지구로 선정하고, 그중 13개 사업에 대해서는 지구지정까지 완료했다. 이중 거점육성형은 6군데.

투자선도지구 선정에는 낙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발전촉진형이 있고, 그 외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거점육성형이 있다. 인근 고성군은 지난 2018년 무인기 종합타운 투자선도지구에 최종 선정된 바 있는데, 이것은 발전촉진형 투자선도지구 선정이었다. 천시장 취임 직후 이에 대한 공모가 시작됐고, 통영시는 거점육성형 투자선도지구 공모를 신청한 것.

 

하늘이 돕는다, 투자선도지구 공모

그런데 천운이 있다는 것이 올해 국토부 공모요건을 보면 ‘통영맞춤형’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서다. 국토부는 공모공고에서 “철도역 등 광역교통시설을 광역적 접근성 향상, 유동인구 집중 등으로 경제활동을 촉진하여 지역성장거점으로서의 잠재력은 높으나, 주변 지역과 연계·고려 없이 별도로 추진되어, 철도역 개통 이후 주변지역은 장기간 방치되거나 난개발이 발생하는 사례 발생”이라며 “지방에 조성되는 철도역을 지역 활성화의 촉매제로 적극 활용하고, 광역교통과 도시기능의 통합적 계획을 통해 파급효과 제고 필요”라고 공모목적을 설명했다.

올해 신청내용은 ‘철도역과 주변지역에 대한 종합적인 개발·정비계획 및 지자체 지원방안, 타사업 연계방안 등을 포함한 지역발전전략’이고, 예시한 교통 분야에는 아예 ‘철도역사에 환승시설, 대중교통 서비스 등을 함께 구축·연계하여 주변 시·군과의 연결성 강화 및 유동인구 확대’, 공모요건으로 ‘신·증설을 위해 기본계획 수립·고시 후 설계단계에 있는 철도역을 우선 선정하되, 기존 역사에 대해서도 기능개선 등 제안 가능’을 적시함으로써 마치 통영을 콕 찍어 ‘신청하세요’하는 듯하다.

여건도 통영을 지지하는 분위기. 국토부는 올해 이 공모에 전국 7개 광역지자체로부터 7개의 신청을 받았다. 수도권과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한 나머지 광역도 7군데. 이 중 2군데를 선정하게 되는데, 경남도는 공모요건에 해당하는 도시 중 거제와 진주를 제치고 통영을 선정해 국토부에 올린 것. 천영기 시장은 국회방문 출장 중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만나서 선정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영시는 이 공약사업관련 올해 사업비 1억을 투입하는데, 이는 통영·거제·고성·진주·산청·경남도가 공동 분담하는 용역비의 통영시 몫으로, 올해 연말 만일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되면 대망의 밑그림은 물론 전액국비 투입으로 예산에 대한 고민도 사라지게 된다.

여기에 해당지역을 1·2지구로 구분해 1지구는 역세권 개발로, 2지구는 매립으로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배후도시 조성공간까지 확보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주대책은 물론 지역민들의 민원해소 등 KTX개통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특히나 사업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투자선도지구에 선정되면 통영시도 LH, KR(한국철도공단)과 함께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는 등 민자유치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통영시는 용역결과에 따라 원문성 복원도 추진하고, 원문성~통로박스~매립지역으로 이어지는 가칭 ‘그린네트워크’라는 보행접근경로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천영기 시장의 두 번째 시그니처공약, ‘용남~무전 도로건설사업’으로 변경 확정된 관문터널 건설. 이 터널을 건설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장문 일대에 KTX통영 역세권이 들어설 경우 예상되는 교통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현재처럼 원문교차로 방면, 청구아파트 방면, 죽림신시가지 방면 도로만으로는 폭증할 교통량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관문터널 2차로? 4차로? 용역 결론

통영시는 관문터널을 개통하면 기호교차로에 대한 변경, 기호~원문 도로확장 등이 수반될 것으로 보고 내년 6월까지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용역에 착수했다. 관문터널의 노선, 길이, 도로폭, 도로확장여부 등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게 된다. 현재 통영시는 잠정적으로 680억 원의 예산을 추산하고 있다. 관문터널을 1.1Km길이에 왕복 2차로로 뚫고, 기호교차로에서 원문교차로까지의 0.74Km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는데 소요되는 드는 비용.

하지만 관문터널 도로를 왕복2차로보다는 4차로로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많은 시민들이 더 공감할 것이며, 용역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산술적으로 불어나지는 않겠지만, 예상을 크게 웃돌 수 있다. 터널건설과 도로확장 재원을 어디서 가져오느냐는 것.

통영시는 신설터널 및 확장노선을 국지도(국가지원지방도) 편입을 통해 건설비용을 국비로 충당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관문터널(예정) 인근을 지나는 주요 도로망을 보면 국도14호선, 지방도 1021호선, 국지도 58호선, 국지도 67호선 등 4가지다. 국도로 지정되는 것이 국비지원에 가장 유리하지만, 국도14호선은 관문사거리를 거쳐 거제로 넘어가는 경로라서 지정이 어렵다.

국도 다음으로 국비지원이 유리한 도로가 국지도인데, 국지도 67호선은 알다시피 명정동 통영터널~새통영병원을 거쳐 국도14호선과 겹쳐진다. 국지도58호선이 있다. 고성군에서 도산면, 광도면, 무전동, 용남면을 거쳐 거제시를 통과한 다음 거가대교까지 이어지는 노선이다. 통영시는 신설되는 관문터널과 확장도로를 국지도58호선에 편입 지정하려 한다.

통영시의 계획은 이렇다. 우선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통해 최적노선으로 터널노선을 확정하고, 이를 통영시관리도로로 지정한 다음, 상위도로 승격 및 상위계획 반영을 건의해 최종적으로 국지도58호선에 편입하겠다는 것. 현재 내년 6월말을 목표로 용역을 하는 중이다.

통영시가 의도하는 대로 일이 성사된다면 통영시는 자체예산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국비가 지원되는 국가도로망이기 때문. 편입만 되면 터널은 물론 연결도로망도 4차로로 확장해야 하니까, 1000억 원은 족히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도로망을 국지도에 편입시키는 일이라 논란이 될 수도 있고, 성사가 어려울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편법이 통한다면 전국 지자체가 똑같은 방식으로 시도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

하지만 국도, 지방도 등과 겹쳐지며 불부명한 국지도 노선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신설구간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더구나 단순한 국지도 신설이 아니라 KTX역세권 개발, 투자선도지구에 대한 도로망 확충 차원에서 보면 명분은 충분하고도 남는다. 결국 올연말 국토교통부의 투자선도지구 선정여부가 가장 큰 가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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