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봉평동 중소조선소 단지. 복합수산시장 건립 예상 장소다.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봉평동 중소조선소 단지. 복합수산시장 건립 예상 장소다.

최첨단 현대식 수산물 유통센터 미륵도 중·소 조선소 단지에 조성

친환경 수리조선소 국비 신규조성 후 이전, 해묵은 골칫덩어리 해결될까?

남망산~장좌섬 일대를 해운대처럼, 버려진 곳을 저층 고급 주택단지처럼

인구감소 추세에 800억 넘는 민자 유치 과제, 고층아파트 건설 통로 악용(?)

 

꿈은 이루어질까? 아니면 그저 백일몽에 불과할까? 천영기 통영시장의 ‘제2의 노량진 수산시장’ 공약이 달성되면, 우리 지역의 오래된 숙제가 한방에 해결되고. ‘제2의 해운대’ 공약이 이뤄진다면, 우리 지역에는 또 하나의 관광명소가 탄생하게 된다. 공약의 주요계획과 실행방안들을 따져 살펴서, 그 성공 가능성을 예측해 보자.

천영기 통영시장이 후보 시절 “미륵도에 제2의 노량진 수산시장 건설” 공약을 발표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 실현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후보자 초청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질문받기도 했다. 당시엔 건설할 장소가 마땅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점도 작용했고,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던 봉평동 중소조선소 부지 역시 이를 과연 어디로 이전할 것이냐는 질문과 이어졌던 점도 영향을 줬다. 무엇보다도 엄청난 건설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에 대한 해법도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

지난 10월 통영시가 발표한 천영기 시장의 9대 분야 69개 공약사업 및 세부실천계획을 보면 ‘미륵도 수산시장 건설’ 공약이 터무니없어 보이지는 않는다. 사실 터무니없다는 표현마저 너무 야박하다는 느낌일 정도. 통영시의 계획은 제법 구체적이고, 정부가 통영시의 계획대로 따라만 와 준다면 실현은 따 논 당상.

 

조선단지에 최첨단 복합수산시장

우선 미륵도 수산시장이 들어설 장소는 도남동 중소조선소 부지가 가장 유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소조선소들을 이전시켜야 한다. 이전할 부지를 마련한 다음, 공유수면점용 허가를 지렛대 삼아 현대화된 장소로 옮긴다. 봉평동 바닷가는 매립한 다음 그 위에 관내 수협들을 위한 집적화 위판장, 최첨단 유통센터, 수산물 처리저장시설 및 관광체험형 수산시장을 건설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부분 국비로 충당한다. 무려 2000억 원.

꿈같은 일이다. 봉평동 주민들이 그렇게나 오랫동안 제기해 온 민원이 한 번에 해결되는 ‘일거양득’이기도 하기 때문. 동시에 그 많은 재원을 국비로 충당하고, 또 바다매립까지 허용해 준다고?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

봉평동 구 해경 부두 측면 공유수면에는 소형 5개, 중형 2개 등 모두 7개의 조선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조선소들은 어선 등 중·소형선박의 수리와 검사를 겸하는 업체들로, 분진과 소음, 토양 및 해양오염문제 때문에 지역에서 골칫거리다. 미륵산케이블카와 통영루지, 도남마리나 리조트가 있는 관광특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미륵도의 ‘앓는 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이전은 불가해 보였다. 당장에 선박수리·검사가 어렵다는 점, 대체부지가 없다는 점,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최근 통영시는 이들 조선소 이전을 위해 수리조선소 집단화 기본용역을 지난 10월 발주했다. 중소조선소 이주부지로 어디가 가장 좋을지를 찾겠다는 것. 종료는 내년 6~7월.

통영시는 내년 수리조선소 이전부지가 확정되면 수리조선소들과 이전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항만기본계획을 수정하기 위한 용역도 발주한다. 여기에는 수리조선소 이전부지 매립, 봉평동 구 수리조선소 부지매립 계획 등이 포함된다. 2024년이면 항만기본계획 수정안이 마련되고, 이해 정부가 제4차 항만기본계획안에 대한 수요조사를 할 때 통영시가 제출하면 되는 것. 정부가 통영시 수정안을 받아들이면 항만매립공사를 국비로 시행할 수 있게 된다.

통영시는 새로 건설되는 수리조선소를 친환경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비산먼지, 페인트 분진 발생을 아예 막는 차폐시설과 집진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것. 환경피해를 방지하는 친환경 수리조선소를 건설하는 것이니만큼, 신규 사업으로 충분히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통영시는 자신한다. 현재 중소조선소 중 마지막 점사용 도래기한이 2025년 10월인 점을 감안해 이를 지렛대로 업체들을 설득할 예정이며, 구 수리조선소 철거비용 및 이전비용은 업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친환경 수리조선소 임대·사용료도 받을 계획이다.

부산 해운대 신도심지

 

제2의 노량진수산시장, 통영에 가능?

미륵도 수산시장 건설을 위해 통영시는 6만~10만㎡를 매립할 계획인데, 그 위에 집적화 위판장, 최첨단 유통센터, 수산물 처리저장시설 및 관광체험형 수산시장이 들어선다. 정부 항만기본계획에 들어있는 만큼 매립비는 국비로 충당하는데, 건축물 건립비용은 어떻게 마련할까? 통영시는 이 역시 계속사업과 신규사업으로 해양수산부에 신청해 지원받을 것을 자신하고 있다. 굴수협이 2015년 국비 25억을 지원받아 위판장을 신축한 사례처럼.

통영시는 항내 5개 업종수협 위판장을 이곳으로 집적화하고, 각굴·가리비·홍합 등 위판품목을 확대하며, KTX개통 후 방문객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복합 수산시장 입점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통영시는 총2000억으로 추산되는 사업비의 70%는 국비로 확보할 예정이다. 나머지 600억 중 도비를 180억 지원받는다고 해도, 420억 원이라는 만만찮은 시비가 투입되는 점은 감내해야 한다.

통영시로써는 2024년까지 용역 및 업체와의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 외에도, 정부가 통영시의 수정안대로 매립을 허용해 주고, 신규 및 계속사업 승인으로 국비지원을 계속해 주는 행운이 연속으로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통영시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전제 하에.

이 공약은 천영기 시장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까지 최첨단 유통센터 건립기반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2030년까지 완비되게끔 돼 있다. 이때면 KTX개통이 가시권에 들쯤이다. 인구 2300만 명의 수도권이 이동 3시간 거리에 들어서면서 통영의 산업 및 문화관광 패러다임은 크게 변화를 맞을 시기와 일치한다. 수산물유통에서도 새바람이 불지 모른다.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장좌섬과 정량동 아파트단지
▲남망산공원에서 바라본 장좌섬과 정량동 아파트단지

 

장좌섬 일대를 고급주택가로 변모
자랑스레 남들에게 내보여 주지 못하는 마치 ‘내 놓은 자식’같은 곳이 통영에는 몇 군데 있다. 그 중 한 곳이 정량동 장좌섬 일대다. 장좌섬에는 “마고할매가 빨래하던 아낙의 비명소리에 놀라 다급히 도망가며 내버린 보물들이 바닷물에 잠겨 큰 섬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 설화에 주목한 일본인들이 장좌섬에서 금광개발을 한 흔적을 아직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어쩌면 지역선조들의 피땀이 서린 곳일 텐데도, 이곳은 아주 오랫동안 개발의 그늘에 가려져 있을 뿐이었다.

천영기 시장이 이곳에 ‘제2의 해운대’ 조성을 공약했다. 지난 5월 공약발표 기자회견 때조차도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 10월 세부실천계획 로드맵이 발표되면서 눈에 띄는 공약의 하나가 됐다. 천영기 시장은 “침체된 구도심을 활성화하고, 개발촉진을 통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며, 이미지 제고를 통한 관광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12대 공약의 하나로 부각시켰다.

부산광역시 해운대는 여름휴양지로 유명했지만 낙후된 구시가지와 얽히고설킨 좁은 도로망으로 인해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던 곳이다. 하지만 특혜와 조망권 독점에 따른 비판에도 불구하고 해안변에 고층주거지를 조성함으로써 부유층을 위한 생활권 외에도 각종 쇼핑몰들이 연이어 입점하며, 국제적인 관광명소 반열에 들게 됐다. 이젠 부산하면 빼놓을 수 없는 풍광을 자랑하는 곳이 해운대.

이처럼 낙후한 정량동 장좌섬 일대를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를 본떠 ‘제2의 해운대’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천영기 시장의 목표로, 통영시는 이곳을 1종 및 2종 주거지역, 보전녹지지역으로 도시관리계획 변경을 한 다음, 민간투자 840억 원을 유치해 고급 주거지와 쇼핑몰, 관광호텔, 도시공원 등을 조성하겠다는 것.

통영시의 로드맵을 보면 남망산 공원에 연접한 공터 일대는 단독주택 건축이 가능한 1종주거지역으로, 장좌섬 중앙부분은 보전녹지지역으로, 장좌선 남쪽 바닷가 지역을 5층 미만 주택건설이 가능한 2종주거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 타당성 조사를 위한 기본계획 용역을 발주했는데, 내년 말쯤 용역이 완료되면 마련된 안을 토대로 내년 말까지 기본계획안 수립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후 2025년까지 도시기본계획 반영 등 관련 행정절차를 모두 이행하고, 천영기 시장 임기 마지막 해인 2026년 전반기에 민자 사업자 선정과 협약체결을 마무리한 다음 같은 해 말까지 착공한다는 계획.

하지만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세로 인해 주택건설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여론에 대해 통영시는 “2030년까지 1700세대가 필요하다는 수요예측에 따라 주택건설 허가를 했는데, 투자선도지구 신청과정에서 통계적 계산을 하니 실제로는 3000세대가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그러므로 1300세대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이 3시간 거리로 줄어들고, 1인가구와 독립세대가 증가하는 세태가 반영되면서 ‘세컨드하우스’ 개념이 실제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통영시의 판단이 옳을지는 알 수 없다. 희망이 뒤섞인 전망일 뿐. 통영시는 민간투자를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낮은 층고의 1종과 2종 주거지역에 투자할 지는 미지수다. 결국 고층주택 건축이 가능한 3종주거지역으로 가는 통로, 지름길로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결국 주민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오랫동안 찬밥신세였던 점을 감안하면 수려한 해양환경을 보유한 남망산~장좌섬 일대가 개발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고, 이순신공원·남망산공원과 연계하면 침체된 지역을 활성화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쌍수를 들어 반길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보전녹지지역마저 도시공원보다 고급에 고층주거지로 개발하자는 목소리가 흘러나올 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즈가 큰 공약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그 경우 결국 국비를 지원받거나 민간투자를 유치하지 않는 한 성취하기가 어려워진다. 지난 호에 살펴본 공약도 마찬가지로 이번 호 공약 역시 국비를 지원받는다면 그리고 민간투자를 원만히 유치한다면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비지원이나 민자 유치가 막히는 최악의 경우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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