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송일반산단 내 통영시수산식품산업 거점센터
▲법송일반산단 내 통영시수산식품산업 거점센터

해양투기 5년째 지원, 적치분 50% 가량 처리 추정, 경남 수산식품 클러스터 예타 선정 최선, 운영관리가 더 중요

지역 업체들 영세하고 재정열악, 최근 6년 자담부족 사업포기 3건, 사업부진 사업비 이월 무려 7건, 고차가공식품 개발지원 6개 업체

 

수산업은 통영의 근간 산업의 하나다. 수산1번지, 바다의 땅 통영이라는 표현이 말해 준다. 물론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절경도 빼놓을 수 없지만, 풍성한 식탁을 마련해 준 원천은 바로 통영의 앞마당 바다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경제여건이 변하면서, 주 소비층의 연령대가 달라지면서 통영 수산업에 위기가 닥치고 있다. 하긴 통영의 주부들조차 생선 한 마리 손질 할 줄 아는 사람이 드물어지는 추세를 어쩌랴.

통영 수산업에 변화가 와야 한다. 통영의 수산업 종사자들이 가장 먼저 깨닫고 변화의 움직임 맨 앞자리에 서야 한다. 현업 종사자들이 관성적으로 하고 있다면, 관·학계에서 나서야 한다. 통영시청이야 말할 것도 없다. 천영기 통영시장도 다양한 수산공약을 제시했다. 그의 공약들이 난관에 처한 통영 수산업을 시설경쟁력을 갖춘, 미래형 고차가공 식품산업으로 대전환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을까? <편집자 註>

 

굴 껍데기 친환경처리 확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굴 껍데기는 통영의 골칫거리다. 그런 굴 껍데기를 자원화 하는 것은 향후의 일이고, 현재 매년 발생하는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친환경처리다. 인간은 언어에 예속되는 존재일까? ‘오염수’와 ‘처리수’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래봐야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표현은 친환경처리지만 사실은 ‘해양투기’다. 굴 껍데기를 동해안 정해역에 던져 넣는 것.

2019년부터 지금까지 해양투기를 하고 있고, 천영기 시장 역시 자신의 민선8기 임기까지 매년 45억 원을 투입해 처리할 계획이다. 2019년에 해양투기한 양이 1만 8579톤, 2020년엔 9만 3158톤, 2021년 12만 5302톤, 2022년 5만 7534톤으로 현재까지 총29만 4573톤을 처리했다. 올해는 5만 2000톤가량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굴 껍데기는 매년 15만 정도씩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도로변이나 해안가에 적치된 굴 껍데기는 해양투기가 시작된 당시 20만 톤 정도였던 것으로 파악했다. 일부는 석회비료 생산원료가 되고, 일부는 해양에 투기함으로써 매년 어느 정도씩 감소시켰으며, 통영시는 “원래 있던 20만 톤에서 현재는 50%이상 감소됐을 것”이라 추정한다.

특히 올해 발생분 중 11만 톤은 석회비료 생산 등 자원화업체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5.7만 톤은 해양투기로 처리하면서 전량 처리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수산부산물 재활용촉진법’ 덕분에 굴 껍데기를 재활용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된 점도 고무적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정해역투기도 생각만큼 단순작업이 아니다”라며 “정해진 투기해역 여부를 GPS로 확인하고 기록한 다음에야 해치(배출구 덮개)가 열리기 때문에 눈 가리고 아웅하는 해양투기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얼마든지 불법 해양투기가 가능하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경상대 해양과학대 해양생물교육연구센터의 모습
▲경상대 해양과학대 해양생물교육연구센터의 모습

 

경남 수산식품클러스터 유치조성

통영 관내 7개 수협의 14개 위판장을 통해 연중 다양한 수산물이 생산되고는 있지만, 냉동·건조 등 단순가공에 치우쳐 있어서 수산물 가공 산업의 성장한계에 직면한 상태다. 연간 25만 톤의 생산 수산물 중 95%가 원물로 출하된다고 한다.

이는 젊은 층이 수산물 손질에 익숙하지 않은 세태, 참치·연어 등 고급어종 선호하는 추세와 맞물려 통영수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다. 수산식품 소비트렌드는 밀키트 등 즉석식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시장으로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으나 지역의 영세한 업체들은 이에 충분히 대응하지도 못하는 것이 현 실정.

지난해 4월 도산면 법송일반산단에 수산식품산업 거점센터를 준공한 것도 업계의 고민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천영기 시장은 오는 2030년까지 총500억 원(국비 350, 도비 45, 시비 105)을 투자해 법송에 경남 수산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려고 한다. 소비자 요구에 부합하는 즉석식품 등 고차가공식품 생산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다양한 가공식품 생산과 국내소비 및 수출지역 다변화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함으로써 지역 어업인의 소득 안정화에 기여하는 등 수산물 가공산업 고도화가 최종 목적이다.

가공식품생산 공유형 플랫폼(일명 파일럿 플랜트)을 구축하고, 대규모 임대형 가공공장을 조성하는 등 하드웨어 구축은 별문제 없다. 진짜 문제는 입주할 업체들을 모집하는 것, 입주업체들을 클러스터에 제대로 구성하는 것, 업주업체들이 수익을 얻고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는 클러스터 운영관리 등 소프트웨어다. 서 말 구슬을 어떻게 잘 꿰느냐는 것.

통영시 미래혁신추진단 김창도 팀장은 “현재 기본계획수립 막바지 단계”로 “국내외업체 유치활동과 병행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팀장은 “사업비가 500억 이상이라서 올 연말까지는 기획재정부의 예타심사 대상사업에 일단 선정되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예타심사 대상사업에 선정되면 내년에 본격 예비타당성 심사를 개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창도 팀장은 “아파트형 임대공장을 건설해주는 것까지 지원할 계획”인데 “클러스터 조성보다 더 중요한 일은 관련업체 창업을 얼마나 촉진시키느냐, 그리고 클러스터 운영관리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하느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간업체들이 창업, 식품개발, 운영프로그램 등 전 과정을 주도해야 산업으로써 지속가능해 진다”며 통영시의 고민이 어디에 있는 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희소식’이 발표될 수 있음을 넌지시 밝혔다.

 

수산물 산지 가공시설 지원 확대

통영은 수산1번지를 자부하면서도 산업의 고도화는 미룬 채 눈앞의 이익만 쫓은 결과, 이제야 시장에서 뒤처진 안타까운 처지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수산업은 우리 지역을 활기차게 만든 은혜로운 존재기도 하지만, 지역민들의 혈세지원으로 수산업을 성장시키는 수혜자임을 종사자들은 잊으면 안 된다.

수산물 산지가공시설을 갖추는 데는 상당한 금액이 지원된다. 그런데 지역의 영세한 수산가공업체들은 재정상황이 열악한데다 부가가치가 작은 단순가공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서, 섣불리 설비투자를 하지도 못한다. 최근 6년을 보면 지원 대상 업체에 선정됐다가 자담능력 부족으로 사업을 포기한 게 3건(2017년, 2019년, 2020년)이나 되고, 사업부진으로 인해 예산이 이월된 사례는 무려 7건(2019년 2건, 2020년 3건, 2021년 2건)이다. 다른 지원 사업의 자부담이 10~15%인 것에 비하면, 이 사업의 자부담은 40%로 높은 편이긴 하다.

통영시는 지난해 8억 원이던 당초예산에 타 시군 미사용분 17억 원까지 가져와서 총25억 원을 지원했고, 올해도 당초예산 10억 원을 15억 원으로 확대했다. 내년엔 아예 당초예산으로 15억 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올해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지원 사업을 신청한 업체는 3곳이며, 가장 신청금액이 적었던 업체 외에 다른 2개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고 한다. A영어법인은 세척기, 포장기 등 수산물가공 기계류 구입비용으로 5억 원을 지원하고, B식품업체는 터널형 급속냉동시스템인 터널 프리저 본체 구입비로 10억 원을 지원한다. 각각 2억, 4억 정도 자부담이다.

통영시는 내년 분 수산물 산지가공시설 지원 신청은 오는 12월쯤부터 접수받을 계획이다.

 

수산물 고차가공식품 개발 지원 확대

이 공약은 천영기 통영시장의 ‘섬 지역 수산물 우선구매 및 수출활로 개척지원’ 공약과 한 묶음이다. 도서지역 거주안정화를 위한 공약인데, 도서지역 수산물을 구매하는 업체에 보조사업 우선선정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영시 수산과 수산식품개발팀 신미순 팀장은 “고차가공식품 개발지원이라는 단편적인 사업이 아니라 도서지역 수산물을 우선 구매하도록 해서 도서지역 주민들의 소득활동도 도울 수 있도록, 입체적인 지원체계 구축 차원에서 실행되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총6개 업체를 선정할 계획인데 이미 5개 업체는 선정됐고, 한 업체만 추가선정 예정이다. 선정된 업체들의 고차가공식품을 보면 ▲냉동굴 추출액으로 해물육수 생산 ▲뼈째 먹는 생선 ▲참돔필렛스테이크 ▲무독 복어 영양죽·영양탕 ▲만능 굴된장·냉동 굴전·굴튀김 등이다.

 

경상대 해양·과학대 연계 차세대 수산경영인 육성

전문수산기술 및 경영능력을 갖춘 전업수산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 국내외 수산업 여건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요에 따라 제시된 공약이다. 당초 경상대 해양과학대에 수산경영인 전문교육과정을 개설해서 양식업, 수산가공, 수산유통, 수산식품개발, 마케팅 등 현장실무 중심으로 교육한다는 계획이었다.

집안사업이나 주먹구구식 경영으로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점이 지금 수산업이 직면한 난관을 초래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이미 해양과학대에 최고수산경영자과정과 수산업전문가 과정이 있기 때문에, 중복될 우려가 있어서 통영시와 해양과학대가 사전협의를 하고 있다.

경상대 해양과학대학 최고수산업경영자과정은 1995년 3월 처음 개설됐으며, 매년 40명을 선발해 어업관리·양식어업·수산가공전공 3분야에 대한 교육하고, 등록금의 90%를 국․도비로 지원한다. 수산업전문가 과정은 2009년 4월 처음 개설됐으며, 매주 1회 하루 6시간씩, 총 100시간 수강과정이다. 수강료 90%는 경남도비다. <2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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