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국제음악재단에 관련된 행사 개최경험은 십분 살릴만 하다
통영국제음악재단에 관련된 행사 개최경험은 십분 살릴만 하다

예술분야 유치경험 있는 행사에 주력, 스포츠도 실속 따져 국내이벤트 유치 전환,  경제파급효과 없는 MICE 불필요

마이스 산업이 통영에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서 통영은 스위스 다보스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적인 이벤트를 과감하게 유치해서 글로벌 관광도시 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 천영기 시장도 이 부분을 주목해 체육 및 스포츠분야 MICE산업육성을 당초 공약에 담았었다.

하지만 세부실천 로드맵을 완성한 현재 천영기 시장의 이 공약은 적어도 스포츠분야만큼은 파기됐다. 물론 ‘공식적인 파기’는 아니다. 어쩌면 “그 봐라. 되지도 않을 공약을 그렇게 쉽게 제시했느냐? 실천도 하지 못할 것을 약속했던 것이냐?”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적절한 공약으로 판명 났음에도 비판이 두려워서, 말 바꾸기로 자신의 얼굴에 먹칠한다는 생각에, 실천을 고집한다면 이는 어리석은 만용이다. 차라리 용기 있는 포기가 훨씬 가치있다.

마이스(MICE)산업이란? Meeting(기업회의), Incentives(포상관광), Convention(컨벤션), Exhibition(전시) 4분야를 아우르는 서비스 산업을 일컫는다. 국제적인 기업체들을 고객으로 삼음으로써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점점 키워 나갈 수 있는 무공해산업이다.

 

세계총회개최? 과도한 비용투자

다보스포럼으로 유명한 다보스는 스키휴가, 피서·등산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스위스의 관광도시다. 해발 1500m 고지대에 조성된 휴양지로 인구는 1만 명 안팎에 불과하지만, 연초 연례적으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개최지로 더 유명하다. 세계주요 정상들, 고위급 관료들, 재계지도자급 인사들, NGO단체 대표, 싱크탱크 리더들, 취재 및 미디어관계자 등 도시인구에 맞먹을 정도가 모여서 다양한 회의를 열어 인류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는 곳.

천영기 시장도 당초에는 “국제회의와 국제 스포츠대회를 병행할 수 있는 국제대회를 유치하여 지역경제 활성화 및 도시이미지 세계화에 기여”하고, “타 시군에 비해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가 있고 다양하면서도 양질의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등 우리 시의 특징과 장점을 활용하고 미래산업인 MICE산업 육성” 하기 위해 활로를 찾고자 했다.

대규모 국제이벤트는 적어도 1년 이전에 개최지가 결정된다는 점을 고려해 2024년 5억 원을 시작으로, 향후 3년 동안 매년 5억씩 총20억 원을 투입해 국제회의, 스포츠경기와 병행하는 국제대회를 유치하고자 했다. 그러면서 유치를 가늠한 대회로 아시아대학 태권도선수권대회 겸 아시아연맹총회, 세계태권도대학선수권대회 겸 세계연맹총회를 제시했다.

이들 이벤트가 타겟이 된 이유는 1000명 이상의 선수가 장기간동안 체류함으로써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관광비수기인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개최 가능한 이벤트기 때문이다. 위 두 이벤트는 열흘 동안 열리면서 각각 4000명, 5000명 내외가 방문하는 대형행사다. 사실 통영에는 국제적인 스포츠행사가 이미 열리고 있다. 국제요트대회와 트라이애슬론월드컵이라는.

이중 철인3종 월드컵대회 개최경험이 있는 만큼,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적도 있다. 하지만 금방 포기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틀 동안 엘리트대회와 동호인대회만 열리는 월드컵대회와는 달리, 세계선수권대회에는 열흘 동안 세계총회를 비롯한 각급회의, 유소년대회부터 시니어대회는 물론 장애인대회까지 열어야 하며, 세계총회 참석자들을 위한 의전은 5성급호텔로 등급 매겨져 있기 때문.

만일 고집을 피워 세계선수권을 유치한다고 하면 아마 통영시민들은 열흘 동안 대회개최로 인한 온갖 교통체증은 다 겪게 되지만, 정작 숙박은 인근 창원이나 진주에서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식사 역시 숙박지에서 편안하게 하기를 원할 것은 자명하다. 결국 재주는 통영이라는 곰이 다 부리는 반면, 돈은 창원·진주라는 왕서방이 대부분 가져가게 되는 것.

통영시도 공약실천 로드맵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을 확인했다고 한다. 유치비용으로만 수 십 억 원을 제출해야 함에도, 경제파급효과는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

안 될 일을 빨리 포기할 수 있는 것도 역량이다. 대신 통영시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처럼 전국규모 스포츠대회 유치를 지속하기로 했고, 여기에 신규로 몇몇 대회는 개최리스트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난해까지 국도비 포함 20억 원을 갓 넘던 투자예산을 올해부터는 향후 4년 동안 매년 24억 원으로 상향했다.

 

전국대회가 오히려 경제효과 쏠쏠

작년 10월 개최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본 KBL컵대회를 올해 10월 다시 유치할 계획이다. 11월엔 윤덕주배초등학교 농구대회를, 12월엔 대학총장기태권도대회와 대학배구 스토브리그를, 그리고 3월엔 전국대학태권도 개인선수권대회를, 4월엔 전국초등태권도대회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중 대부분은 유치가 확정됐고, 일부는 미정이다. 전국대학태권도 개인선수권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대학태권도연맹을 이끄는 이명철 회장이 통영 출신인 점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술분야 MICE산업 공약은 약간 궤를 달리 한다. 이미 개최경험이 있는 이벤트를 재유치하겠다는 계획이기 때문. 이미 통영국제음악제를 개최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윤이상이라는 걸출한 음악가를 배출한 만큼 음악관련 주요 국제컨퍼런스가 유치대상이다.

WFIMC 연례총회, ISCM, AAPPAC 회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포럼 등이 그것들. 역시나 개최지가 1~2년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신규이벤트 유치는 2년 이후다. 통영시는 2024년 3000만원, 2024년 2억을 예산으로 편성 예정이다.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 총회의 경우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가 국내최초 가맹회원으로, 2015년에 총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다.

국제현대음악협회(ISCM) 세계현대음악제는 매년 열리는데, 윤이상 선생이 명예회원으로 있으며 역시 2016년 개최경험이 있다.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AAPPAC) 총회의 경우 통영국제음악재단이 2014년 가입한 이듬해에 총회를 개최했으며, 유네스코창의도시 네트워크 국제포럼은 아직 유치한 적은 없지만 국내최초로 음악창의도시가 된 통영시가 당연히 개최해야 하는 이벤트다.

통영시는 “행사 규모가 크고 참가국이 많을수록 유치 효과는 기대되나, 관련 예산이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돼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먹어봐야 체할 만한 것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어쩌면 이런 류의 초대형 국제이벤트를 개최하는 것은 통영과 고성의 행정통합 이후가 아닐까?

트라이애슬론 월드컵대회때는 수백명이 참가하는 동호인대회도 열린다.
트라이애슬론 월드컵대회때는 수백명이 참가하는 동호인대회도 열린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한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